역사 속에서 영웅의 삶을 기억하고 따르고자 학교에서 교육하고 때로는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어 시청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려도 대다수 사람은 결국 영웅의 길을 걷지 못한다. 업적을 남겼다며 칭송하는 그분들을 선택이 보통의 사람이 따르기에는 너무 어려운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국가의 위기 순간에 가족의 안위와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전장에 나서거나 때로는 재산을 독립 자금으로 지원한 업적들은 보통의 사람은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더욱 존중받아 마땅하다. 업적에 종류와 크기를 나누어 등급을 매긴다고 해도 결코 희생과 봉사의 마음은 무게를

고목을 손질하니 오랜 것 또 하나가 어리는 세월 창에 레이저 빗금 치니 시어로 새겨 넣는다 내 젊은 나날들 일전에 이웃 분에게 층층나무 고목을 선물 받은 글을 본지에 올린 적이 있다. 이 고목나무의 용도는 선물을 하신 분과 필자의 생각이 동일하다는 뜻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남해시대신문 필자의 칼럼 `나의 고향 나의 삶` 136회 `층층나무 고목 선물`에서 필자가 고목을 선물 받은 경위는 이미 소개드린 바 있지만 이제 그 후에 그 고목나무가 어떻게 변신하였는가에 대해서 쓸 차례다. 이 나무를 세월 머금은 상태로 유지하되 글을 새겨 넣

커피 한 잔을 들고그대가 앉은 자리에서오후의 그림자 그대 머리가 내 어깨에 얹힐 그만한 자리에 의자를 놓고곁에 있는 아이 이름을 부르듯보통의 말소리로 그대를 불러작년에 심은 장미가 저리 꽃이 피었다고 말하는데끄덕이다 뜰에 떨어진 고개를 다시 주워 달고졸린 눈으로 나를 보는 그대오월의 정원에 앉은그대의 모습과장미 사이로 그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사랑해닭고집 할아버지 뜨덤뜨덤 써놓은 글늦공부 할머니가 또박또박 읽으시네흘림체 꼬부랑글씨 글 심부름 최고네.도둑글 할아버지 귀동냥 배운 글씨공부꾼 할머니가 한글학교 반년 만에속마음 간파당하고 꼬붓꼬붓 누웠네.겉똑똑이 흉내 내던 생파리 할아버지사랑해 한 마디 말 종이에 꺼내놓고잠동무 할머니 옆에 글동무로 빙그레. ▲닭고집 : 고집이 센 사람▲겉똑똑이 : 똑똑한 척하는 사람 ▲생파리 : 조금도 가까이할 수 없을 만큼 까다롭고 쌀쌀한 사람 시 평김현근은 남해가 배출한 중견 시인이다. 자유시인으로 시조공부 서너 시간 만에 완성도가 높은 시

나는 어디에

오월 열셋째 날 아이들의 웃음이 잔디밭에 진하게 물든다. 한소끔 훈풍이 일 때마다 울긋불긋 꽃양귀비와 작약꽃이 청잣빛 하늘에 하늘거린다. 왜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월은 행사가 많다. 지난주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었는데 이번 일요일은 언제나 개운치 않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을 앞둔 한 주를 마치는 금요일 아침이었다. 올해는 스승의 날이 일요일이라 다소 마음이 가볍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스승의 날 본래의 의미를 알려줘야 했기에 노래를 부르고 미리 준비한 종이 카네이션 도안을 나누어주면서 스승의 날과

간혹 화가 매우 난 사람을 가리켜 "머리에 뿔 났다"고 말하곤 한다. 아마도 얌전한 초식동물들도 화가 나면 뿔로 들이받는 행동을 하기에 평소 화를 내지 않는 순한 사람이 화가 났을 때 자주 쓰이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동물은 이빨 외에도 발톱이나 뿔 등으로 먹이활동을 하거나 때로는 외부의 위협을 방어한다. 우리의 손톱과 발톱도 지금은 미용 목적이 커져버렸지만, 백년 전만 해도 특정 신분 이상이 아니라면 노동으로 자연스레 닳아 없어져 굳이 깎지 않아도 되었다. 말의 발굽은 지면과의 마찰을 이겨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지만 간혹

하늘을 뒤덮었던 그 군무 어디 갔나몇 마리 퍼덕이다 까치 밥 신세 되니 내년에 안 올지 몰라너의 앞날 서글퍼 작년 이맘때 산촌에 기거를 시작할 때 제비 한 쌍이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하필이면 야외 식탁 위의 대들보였다. 여기에 집을 지어 알을 낳고 새끼를 치면 그 아래가 지저분해지지만 필자는 개의치 않았다. 식탁은 옮기면 된다. 예부터 우리 조상님들의 제비에 대한 정서는 아주 우호적이었다. 해충을 잡아먹어 이롭고 제비가 찾아들면 그 집이 흥한다 하여 잘 보호하여 주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새끼를 키우는 기간은 꽤 시끄럽고 털, 비늘

몰래 그리운 마음이라찔레 하나 뜰에 심어꽃 혼자 볼까 했는데그대 마음처럼, 담장 밖에만 온통 찔레꽃달도 없는데 담장 안에는 분홍 낮달맞이꽃

세월아 네월아 오고가지를 말어라.

봄을 맞아 농번기가 다가오면서 도로를 주행하는 농기계를 종종 볼 수 있다. 농촌에서는 농기계가 농가의 필수품으로 농번기에는 없어서는 안 될 운송수단이자 교통수단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운행을 함에 있어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따르게 된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도 맞물려 있다보니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2021년 경남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는 1만897건, 사망자 252명(치사율 2%), 부상자 1만5075명이며 농기계 교통사고는 41건, 사망자 3명(치사율 7%), 부상자 46명으로 나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집안 어른이 돌아가시면 선산이나 미리 준비해둔 장지에 모시는 것이 도리였고 1년에 한두 번은 문중이 모여 벌초와 성묘를 했다. 자손 대대로 농업을 하며 고향을 지키던 시절이야 별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산업이 발달하고 직업이 다양해짐에 따라 도시로 많은 사람이 이사하며 문중마다 묘지 관리에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몇천 년을 이어온 생장 문화로 좁은 국토에 묘지는 넘쳐나고 고향을 떠난 자녀들의 무관심으로 관리는 고사하고 미관과 개발에 큰 지장이 있다. 다행히 전국 최초로 김두관 군수 재직시절 주변

속살을 공양하며 갑옷 걸친 춘풍추우한 세월 층층 피던 꽃잎도 이제 그만 조여진 너의 표피에 어떤 시를 새길까 층층나무는 쓸모가 참 많은 나무다. 가지를 우산살처럼 둘러쳐서 그것도 층층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 여느 나무와는 사뭇 다른데 거기에 나무의 결이 곱고 치밀하여 완구, 목재인형, 담배파이프, 조각판, 나무젓가락으로 많이 쓰인다. 무엇보다도 5월에 층층으로 나온 아름다운 수형의 나뭇가지에 하얀 꽃이 층층으로 달리면 정말 보기가 좋아 정원수, 가로수, 공원수로도 각광을 받는다. 더구나 뿌리와 줄기, 잎, 열매는 여러 병의 증상에 아

나비와 사슴이 노니는 초록초록한 남해편백자연휴양림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다른 계절에 비해 봄의 존재감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겨울과 여름 사이에 끼어, 언제 시작되고 언제 끝나는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봄다운 봄은 사월 한 달과 오월의 절반을 합친 고작 달포 남짓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봄의 이미지만은 사방 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형형색색의 꽃만큼이나 강렬하다. 이와 관련해 뇌리에 저장 중인 추억의 한 장면을 긴급 소환하려 한다. 몇 해 전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대형 할인점의 옥외 주차장으로 들어선 순간 나도 모르게 빵 터지고 말았

파도따라 밀려온 파래

스무 살 나이처럼 부풀던 꽃마당라일락 목련 천리향 그 중 고운 철쭉꽃 꺾어날마다 책상에 꽂아 준얼굴 하얀 실험실 오빠 미야, 꽃 그만 갖고 온나!백 일째 돌아온 그 한마디철쭉꽃보다 더 발개진 얼굴꽃 진 자리처럼 비어버린 가슴꽃마당 기억조차 아득한 어느 봄날 문득 걸려온 전화미야, 그때 꽃 꽂아 줘서 고맙다!백 일째 들었으면 좋았을 그 말*소재 제공: 바래길 요가 회원

청렴이란 성품이 맑고 탐욕이 없고 바르고 곧은 마음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성품`과 `탐욕` 등의 청렴과 관련된 단어를 선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고, 악을 행하는 것을 긍정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인간은 주위 여건에 따라 선을 행할 기회를 잃고 유혹에 넘어간다. 덴마크의 인문학자인 스벤 브링크만은 이렇게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선을 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을 `절제`라고 강조하며, 절제의 기술은 선이라는 최종족인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결국 선이라는 것은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이기도 하지만

산업 발달과 무분별한 자연 훼손은 지구의 기온을 급격히 올려놓았다. 지구상의 동식물은 진화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의 추세대로 라면 인류의 생존은 물론이고 지구 위 모든 생명체의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학계 정설로 보인다. 지구의 기온이 오르고 대기의 오염 정도에 따라 강렬한 태양의 보호막인 오존층은 두께가 얇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온난화 현상은 심각해지고 생태계의 균형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던 우리나라도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지역마다 유명했던 과일과 채소들의 재배지는 계속 북상하는 추

봄날이 봄갈이로 땅심과 만나는 날이웃이 왁자하게 서로 도와 밭 일구며이랑에 비닐 씌우니 감자 싹이 웃는다 산촌에 들어 이웃 집 사람들과 지내는 동안 빠뜨릴 수 없는 일은 이웃 간의 친목도모다. 도시의 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이웃 간에 소통하며 잘 지내는 사람들도 많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바로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며 지내는 일이 많다. 필자는 이곳 산촌에 들기 전 수도권의 대단지 아파트에 살면서 주민들의 추천으로 선출직 동 대표와 감사직을 맡아 일하면서 이웃 간에 서로 인사나누기운동을 벌였고 아파트 체육관에서 주민을 상대로 태극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