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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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다
  • 김종욱 기자
  • 승인 2009.11.12 16:09
  • 호수 1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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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함께한 세번째 가을산행

군내 장애인들이 작년에 이어 또한번 산행길에 나섰다. 2007년 금산, 2008년 설흘산을 올랐던 경험으로 이번에는 지리산 노고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5일 명산으로 꼽히는 지리산의 정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장애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나 둘 모인 겁 없는 21명의 장애인들과 이들과 함께할 도우미들은 서둘러 버스에 올라 노고단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오늘 하루를 함께 지낼 파트너를 결정하고 서로 인사를 나눈다. 수줍게 미소만 짓는 것은 잠시, 금세 크게 웃고 떠드는 것이 이미 오래된 친구다.

웃고 떠들다보니 어느새 노고단 입구 성삼재다. 차량에서 내려 가방을 점검하고 신발끈을 질끈 묶는다. 지리산을 처음 보는 듯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사실 차량으로 성삼재까지 올라온다면 노고단 정상까지는 이전 등산코스인 금산, 설흘산보다 훨씬 쉬운 코스다. 완만한 경사와 탁 트인 시야. 오르기 어렵지 않아 장애인들에게는 ‘색다른 경험’과 ‘등산의 기쁨’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곳이다.

지리산에 발자국을 남기다

드디어 지리산에 첫발을 내딛는다. 어제만 해도 갑자기 닥친 한파에 완전한 겨울이었는데, 오늘은 맑고 높은 하늘에 따뜻한 햇살, 선선한 바람이 완연한 가을이다. 하늘도 우리들의 행보를 지켜보며 축복을 주는가보다.

손에 손을 꼭 잡고 한발한발 힘을주며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한다. 주변으로 펼쳐진 단풍나무들의 자태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긴채 잠시 땀을 식히기도 하며 새로운 경험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깐, 평소 운동을 게을리한 탓인지 금새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발걸음이 더뎌진다.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며 갈수록 쉬어가는 횟수도 늘어만 간다.

하지만 절대 포기란 없다. 경사가 급한 지름길이 아닌 완만한 길로 멀리 돌아오더라도 꾸준히 한발씩 내딛는다. 이왕 지리산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최소한 정상에는 올라야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한시간가량 올랐을까, 어느새 노고단대피소가 눈앞에 보인다. 목표지점이 눈에 보이니 마음이 급해진다. 이때까지는 체력안배였던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다

역시 땀흘린 뒤에 먹는 밥은 꿀맛, 대피소에 두런두런 둘러앉아 미리 준비한 김밥을 나눠먹는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김밥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사라져 가는 김밥이 아쉽기도…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또다시 정상을 향해 등산을 계속한다. 아뿔싸, 이곳이 끝이 아닌 모양이다.

이때까지 보다는 조금 더 급한 경사, 하지만 절대 못오를 정도는 아니다. 돌이 많아 모두들 발끝에 힘을 주며 힘차게 앞으로 전진한다. 금방 점심을 너무 많이 먹은 것일까, 뱃속이 묵직하다. 금방까지 애틋했던 김밥이 조금 미워진다.

한 10여분쯤 오르막을 오르니 평탄한 길이 보이고, 길 끝에 노고단 정상도 보인다. 너나 할 것 없이 한걸음에 정상을 향해 달린다. 이곳이 정상인데 숨 좀 가쁘고, 힘 좀 들면 어떠랴.

정상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몸 속 깊은 곳에서 함성이 터져나온다. “정상이다! 야호!!” 여태껏 보지 못했던 장관. 주변의 모든 것들이 발밑에 있는 이 기분, 어찌 말로 다 설명하리오.

내년을 기약하며

정상의 여운을 한껏 느끼고 즐거운 추억을 새긴 지리산을 뒤로한 채 다시 남해로 출발한다. 일정이 조금은 빡빡하지만 아쉽지는 않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하동 최참판댁에 들린다. 바깥나들이를 자주 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주기 위한 것이다. 함께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이들, 어느새 장애를 넘어 하나가 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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