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에 파묻힌 유년시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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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에 파묻힌 유년시절의 추억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0.08.23 14:15
  • 호수 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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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화로 발길 막힌 참새미 일대


유년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15년만에 찾아간 집으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의 냇가. 슬프게도 추억은 콘크리트 속에 파묻혀 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파헤쳐서 다리 위쪽으로는 ‘참새미’, 아래쪽으로는 ‘중볼’이라고 부르던 그때의 추억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그땐 오동마을에서 돼지를 키우던 시절이라 ‘오동배이’(아산저수지) 물을 돼지똥물이라고 부르면서도 그 물이 통하는 참새미의 물웅덩이에서 매일같이 물놀이를 했다.

물에서 놀다 허기지면 바윗등에서 햇살을 받으며 생라면을 부셔먹기도 하고, 냇가 한편에 피운 모닥불에 분유통으로 라면을 끓여 나뭇가지를 젓가락삼아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식도락을 즐기기도 했다.
냇가에 널려있던 크고 작은 바위와 돌로 성을 쌓기도 하고 다슬기를 줍기도 했다. 또 3천원짜리 통발에 과자를 넣어 잡았던 피라미, 붕어, 은어, 송사리, 메기, 참게, 장어, 새우, 미꾸라지… 가끔 전기배터리를 둘러멘 아저씨들이 나타나면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배를 내며 떠오르던 광경. 작은 물고기는 우리 몫이었다.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높아진 콘크리트 담장과 콘크리트 하천바닥에 들러붙은 물이끼가 음침한 기운을 내뿜으며 나의 방문을 거부했다.

참새미 오른쪽으로는 수십년 전 수영장으로 사용되던 곳이 메마른 채 폐허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입구는 개집들로 둘러싸여 접근을 불허했다. 이곳은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수영장으로 사용되지 않았지만 ‘유림동 맹게이’라고 불리던 ‘동네행님’들이 논 물을 대기 위한 수로에서 물을 끌어와 가끔씩은 수영을 즐기기도 했던 곳이다.
참새미는 남해읍에서 가장 가까운 하천 중의 하나다. 콘크리트 하천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의 감성도 콘크리트를 닮아가진 않을까 걱정스럽다.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수영장도 리모델링을 통해 읍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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