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 뱃길여는 영인호 선장 이석진씨
상태바
노도 뱃길여는 영인호 선장 이석진씨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0.10.14 16:40
  • 호수 2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벽련마을 포구에 ‘배 연락처’라고 적혀있다. 노도의 발인셈인데 언제부터 배와 인연이 있었나 = 15살 때 처음 배를 탔다. 내 아버지도 어부였기에 자연스레 배를 만난 것 같다. 노도에 방문객이 오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허가받은 나룻배가 아닌 어선이기 때문에 따로 노임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5월, 학술적인 목적으로 ‘문학의 섬’ 노도를 방문하는 교수님들과 학생 등 35명을 태웠다가 장사치로 오해를 사는 바람에 애꿎은 벌금을 문적도 있다. 하지만 마을어르신들의 발 구실이 보람된 일이라 생각한다.

 15살부터 시작된 바다인생, 노도를 지킨다

‘구운몽’의 작가인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였던 상주면 양아리 노도, 이곳은 2012년 완공을 목표로 ‘노도 문학의 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 물길에 막혀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그곳, 노도의 발이 되어주는 이석진(65) 선장.

마을에서 그의 직함은 어촌계장이지만 14가구 총 18명의 양아리 주민의 손이 되어주는 현실적인 ‘가장’이며 국립공원관리단으로서 산을 비롯한 노도의 자연을 관리·감독하고 있는 노도지킴이다. 어부 이석진 씨의 삶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도와 바다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벽련마을 포구에 ‘배 연락처’라고 적혀있다. 노도의 발인셈인데 언제부터 배와 인연이 있었나 = 15살 때 처음 배를 탔다. 내 아버지도 어부였기에 자연스레 배를 만난 것 같다. 노도에 방문객이 오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게다가 허가받은 나룻배가 아닌 어선이기 때문에 따로 노임을 받지 않는다. 지난해 5월, 학술적인 목적으로 ‘문학의 섬’ 노도를 방문하는 교수님들과 학생 등 35명을 태웠다가 장사치로 오해를 사는 바람에 애꿎은 벌금을 문적도 있다. 하지만 마을어르신들의 발 구실이 보람된 일이라 생각한다.

■배를 탄다는 것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인만큼 위험했던 적도 많았을텐데 = 사실 난 바다가 좋다. 영인호란 배 이름도 아내이름과 내 이름을 한자씩 따서 지은 것이다. 바다를 싫어했다면 애시당초 버렸을 것이다. 못배웠지만 일머리가 있어 원양어선의 간판장까지 됐었다. 내 나이 마흔둘에 포르투갈에서 간판장으로 일주일 가량 지냈을 때 3미터 깊이의 어창에 떨어져 척추가 44센티미터 벌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22일간 의식불명으로 사경을 헤매고, 그 후 3년간은 휠체어생활을 했다. 하지만 어떤가. 지금도 난 바다위에 살고 있다.

읍으로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아직도 뭉실뭉실했다.


■ 노도는 어떤 곳인가. 섬에서의 삶에 대해 일장일단을 말하자면 = 노도는 내 고향이다. 부산에서 투병생활을 마치자마자 노도에 홀로 계신 아버님을 모시러 내려왔다. 아내의 동의가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아버지가 다음 봄에 심을 씨앗을 남을 주려 하자 며느리인 내 아내가 ‘아버지 주지 마십시오, 저희가 살겠습니다’ 했단다. 그렇게 다시 온 고향땅, 자연이 좋고 내가 활발해지는 곳이라 좋다. 아팠을 때 당장 갈 병원이 없다는 것 말고는 다 괜찮다.

■노도의 주민으로서 기대하는 노도의 모습은 = 노도는 현재 국립공원구역으로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공단보호단원이기에 노도의 산을 점검 다니며 짐승포획이나 약초채취 등을 감독하고 노도의 일상을 담은 일지를 쓰고 있다. 무엇보다 ‘문학의 섬’ 조성이 원활히 진행돼 우리 노도가 세계의 문학인들을 위한 하나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

배를 타지 않으려해도 섬에 살면서 자연히 먹고 살기 위해 배를 타야만 했다는 이석진 씨,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어부. 육지에서 일하는 시간과 노력 그만큼을 바다에 정성을 쓰면 바다에서의 삶도 결코 가난하지 않다며, 바다의 풍요로움을 믿는 4남매의 아버지.

그에게 있어 바다란 무엇이냐는 어리석은 질문을 슬쩍 꺼낸 내게, ‘바다는 생명이자 은인’이라는 한 구절 삶이 입가에 번진 미소와 함께 돌아왔다.

읍으로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아직도 뭉실뭉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