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 이렇게 젊은사람이 많았나. 다들 어딨었나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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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 이렇게 젊은사람이 많았나. 다들 어딨었나 신기해요”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0.11.11 16:53
  • 호수 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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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고픈 가을, 온기 한 모금 - 젊은이의 성지, 커피숍 류(RYU)

손님의 다수는 20대부터 30대, 남해도 이런곳 있다고 놀라기도

스타벅스, 카페베네, 커피빈은 남해에 없다. 유명한 프렌차이즈커피숍 대신 종업원으로 착각케 할 정도로 젊은 두 자매가 아기자기한 메뉴로 꾸려가는 ‘달콤가득 커피향기’가득한 ‘류’가 있다. 붙잡고픈 가을, 고등학생부터 20ㆍ30대가 손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해 젊은이의 성지, ‘류’를 찾아 커피향을 담아 왔다. <편집자주>

 #친구들과 수다떨 곳 절실, 오픈 전날 깜짝선언 = 추석 연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밤 10시쯤 커피 한잔이 간절해 읍으로 나갔었다. 그때 만났던 환환 불빛의 ‘류’는 그야말로 젊은이의 성지(聖地)였다. 나처럼 갈 곳 찾아 헤멘 젊은이들로 빼곡했던 커피숍에서 카페라떼 한잔으로 온기를 채웠던 추억이 있다.

커피숍 주인인 류상미(언니)ㆍ류 미(동생), 이 두 자매는 “남해 이사와 산 지 3년쯤 지났을 때 문득 친구들이 내려와도 마음편히 수다떨 곳 하나 없다”싶어 커피숍을 열기로 결심했단다.

‘너무 하고 싶어서’ 페인트칠부터 가게 소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친구들과 함께 6개월에 걸쳐 천천히 준비해 부모님이 반대못하도록 오픈 전날 ‘깜짝 선언’했다고. 그렇게 가게를 열고보니 아니나다를까 젊은 손님들이 대거 찾아왔다고. “남해는 고령화된 동네라 생각했는데 젊은분들이 많이 와서 너무 신기했죠. 이 커피숍 없었을 땐 다들 어디에 계셨나 궁금하기까지했어요. 타지에서 온 손님들도 남해도 이런 곳이 있네요 하고 놀래요”

#달콤해야 인기메뉴, 마끼아또와 파르페 최고 = 부산에서 커피숍을 10년 넘게 해온 지인에게 커피만드는 법을 전수받고, 인터넷강의나 블로그 자료도 분석해 꾸준히 커피공부를 한다는 자매에게 맛을 지키는 비법을 물었다.

“레시피를 정확하게 공유해요. 간혹 커피를 남긴 손님이 있다면 뭐가 잘못됐는지 꼭 마셔보죠. 오픈 두달동안 원두를 수차례 바꿔본 결과 강한자극을 싫어하고 달콤한 맛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냈죠” 오후1시께부터 나와 가게를 챙기는 류미 씨는 “프라푸치노나 파르페가 잘 팔리고, 커피중에선 카라멜 마끼아또를 많이 찾는다”며 남해인의 선호취향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단연 아메리카노란다. 원두맛을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데다 특히 에스프레소 추출시 생기는 두꺼운 커피 크림인 ‘크레마’가 풍부해 맛이 좋단다.

#에스프레소 즐기던 중학생 보고싶어 = 내년 5월이면 커피를 내놓은지 2년이 되는 ‘류’.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자정까지 손님이 있다보니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중학교 교복입은 남자애가 4시쯤 들어와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요. 늘 패턴이 있죠. 우선 손을 씻고 온 후 설탕을 반만 넣어 그대로 원샷하는거죠. 모범생 이미지의 그 학생이 신기해 좀 더 있다가라 그랬더니, ‘학원갈 시간이에요’ 이러고 가는 거 있죠” 그뿐이 아니다. 맞선이나 소개팅장소로도 많이 활용되는데 만남이후 정확하게 딱 일주일 뒤에 ‘자기야’하면서 들어온다며, 커플적중률 100%를 자랑한다고.

‘류’는 20대의 꿈, 여자들의 로망 = 본인들의 ‘성’을 따서 이름 지은 ‘류’. 두 자매에게 ‘류’는 가게 그 이상일 것이다.

‘류는 내 20대의 꿈’이라는 상미 씨와 커피숍자체가 ‘여자들의 로망’이 아니겠냐며 웃던 류 미 씨. 그들의 말처럼 커피숍엔 여자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있었다.

편안한 의자와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내는 주방, 곳곳의 예쁜 소품들까지.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한 잔의 온기와 그 여유가 아닐까. 손님이 붐비는 저녁 7시부터 밤10시 사이, 커피를 빨리 내주어야 하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두 자매는 커피잔 사이로 오가는 따스한 수다로 오늘도 미소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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