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막걸리 일본 수출길 뚫어낸 ‘초록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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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막걸리 일본 수출길 뚫어낸 ‘초록보물섬’
  • 김광석기자
  • 승인 2011.02.10 12:33
  • 호수 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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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기업과 그 CEO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1>
“딸 유진이를 일본 수출전문가로 키울래요

지난해 겹친 시련 이기고 올해는 좋은 일만…
“딸 유진이를 일본 수출전문가로 키울래요!”

“지난해는 너무 너무 힘들었습니다. 남편(강상태 전 군의원)은 선거에 떨어지고, 완치판정을 받았던 아들 시진이의 건강상태는 다시 안 좋아지고, 시진이 진료 때문에 새벽에 출발해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 눈길에서 차가 미끄러져 몇 바퀴를 뒹구는 바람에 한꺼번에 다 죽을 뻔 했고…, 근데 차는 S자로 구겨져 폐차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일 만큼 위험한 사고였는데 사람은 하나도 안 다쳤어요. 시진이에게는 몸에 맞는 골수기증자가 나타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구요. 우리가 만든 마늘막걸리를 일본에 보내는 선적을 하고 나니 올해는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습니다”

설날특집호 편집을 끝내고 인쇄에 들어갈 시간인 지난달 26일 12시쯤 초록보물섬 류은화 대표가 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그는 초록보물섬이 생산한 마늘막걸리를 일본에 수출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 첫 선적을 며칠 후인 30일에 할 것이라고 했다.

하루만 더 일찍 전화를 했다면 설날특집호에 내보낼 좋은 소식하나 건졌을 텐데 너무 아깝다면서 다음호에 실어야겠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지난 7일 오후 초록보물섬을 찾아갔을 때 가장인 강상태 씨는 골수이식수술 후 재활치료 중인 아들 시진이 보러 서울로 가고 없었고 류 씨만이 공장 일꾼들과 함께 바쁜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류 씨 가족에게 지난해는 정말 힘들었던 해였다. 남편 강상태 씨가 군의원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진 일은 의미 있는 도전이었으므로 결과가 비록 안 좋았다 하더라도 달게 감내해야 할 일이었지만 아버지 선거를 열심히 도왔던 아들 시진이가 충격을 받았는지 완치판정을 받았던 백혈병이 다시 찾아온 것은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강 씨는 선거일에는 나서지 말라고 했어야 했는데… 라고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찾은 병원에 다행히 시진이 몸에 맞는 골수기증자가 2명이나 있었다. 수술 날짜를 잡아놓고 예진을 받으러 새벽 일찍 차를 몰아 서울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눈을 만났다. 덕유산 자락을 지날 때였다. 조심조심 운전을 했지만 일순간 차가 미끄러지더니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는 몇 바퀴를 굴렀다. 다 죽는구나 생각했는데 희한하게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만약 뒤따라오는 차라도 있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차는 S자로 구겨져 폐차를 피할 수 없는 지경인데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것은 정말 하늘이 도왔다고 말할 수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일이었다.

시진이는 지난달 20일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재활치료에 들어갔다. 이미 경험해본 일이라 시진이가 빠른 속도로 완치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확고하다. 그리고 이어 마늘막걸리를 일본으로 실려 보냈다. 올해는 정말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마늘막걸리를 일본시장에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지난해 10월 경남도와 경남무역이 일본 동경에서 주최한 2박3일간의 농산물 일본수출상담회가 계기가 됐다. 그때 남해군에서는 농업기술센터와 마늘연구소, 군내 5개 흑마늘업체와 초록보물섬이 참여했다. 당시 남해군은 상담 실적 900만불, 그중 210만불의 계약추진액을 기록했다.

구체적인 수출실적으로 이어진 건 초록보물섬이다. 초록보물섬이 가장 먼저 성과를 올린 데는 숨은 일꾼이 있다. 바로 딸 유진이다. 유진이는 현재 인제대학교 일본어과 1학년이다. 어릴 때부터 일본만화를 좋아하던 유진이는 자연스럽게 일본어 실력이 늘었다.

동경수출상담회에서 유진이는 일본어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결과 14개 유통업체 대표들이 구체적으로 구매의사를 밝혔다. 이후 14개 업체대표들을 대표해 한 유통업체 대표가 직접 남해를 수차례 찾아와 며칠간 머물면서 초록보물섬의 원료, 생산라인, 제품생산과정, 식품위생안전관리면 전체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돌아가더니 제품을 구매하겠노라는 계약서를 보내왔다. 그 첫 물량은 마늘막걸리 500ml짜리병 12개입 800박스, 20g짜리봉지 마늘스낵 1톤이었다. 금액으로 치면 2억원에 가깝다. 그 첫 물량을 지난달 30일 선적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이 업체는 초록보물섬이 생산하는 흑마늘막걸리 등 전 제품에 대한 자국 내 소비자호응도를 체크해보기 위한 견본품으로 가져갔다.

초록보물섬이 안정적인 일본시장구축에 성공한다면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다. 수산물이 아니라 우리 손으로 만든 농산물가공식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일본은 자국에 필요한 마늘의 80%를 중국에서 20%는 한국에서 수입해간다. 그 점유율을 점차 한국의 남해에서 공략해나갈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군내 마늘가공식품 제조업체가 한 덩어리가 되어 보다 적극적으로 일본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경남도와 남해군이 손을 잡고 행정적인 뒷받침을 해나가야 한다.

유진이는 올해 휴학을 하고 내년에 일본의 유명한 요리전문대학에 진학할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 6월 일본으로 건너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강 씨 부부는 딸 유진이를 아예 남해농수산가공식품 일본 시장개척 전문가로 키울 작정이다. 부모가 굳이 요구하지 않더라도 이미 유진이가 그런 꿈을 세우고 있다.

오빠 시진이에게 일이 닥쳤을 때 나서서 골수를 주었던 유진이다. 초록보물섬의 인터넷쇼핑몰(http://gtishop.co.kr) 운영도 유진이가 맡고 있다. 대견스럽기만 하다.

“올해는 정말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류은화 대표. 지난 93년 남해유자를 원료로 전통주산업을 기업적으로 일으켜 세운 강상태ㆍ류은화 씨 부부. 전통의 남해유자주는 물론 유자향수, 마늘막걸리에 이어 마늘ㆍ단감스낵 등 가공식품이 국내시장을 넘어 일본시장에까지 먹히는 오늘을 개척하기까지 고난도 많았다.

이제 초록보물섬과 강ㆍ류 씨 가족에게 그간의 고난을 보상받을 수 있는 앞날이 활짝 열리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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