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을 떼어 얻는 것, 그것은 온전한 하나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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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을 떼어 얻는 것, 그것은 온전한 하나의 생명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1.06.09 14:32
  • 호수 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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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기증으로 생명나눈 정덕수ㆍ오차순 부부

 

닮았다. 웃는 얼굴은 특히나 더. 하지만 그보다 더 닮아있는 것이 있었다. 비록 겉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부부가 ‘똑’ 닮아있는 것, 그것은 생명의 존엄함을 알고 온몸으로 실천하는 용기였다.
전국을 통틀어 부부가 함께 신장을 기증한 쌍은 15쌍, 정덕수(57)ㆍ오차순(56) 부부는 부산ㆍ경남지역 신장기증부부 1호이자 전국 15쌍 중의 한쌍이다.

 

나눔의 공식, 사랑+실천 = 행복ⁿ

1999년 어느날, 당시 부산에서 살고 있던 정덕수 씨는 신문을 통해 우연히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어떤 이끌림에서였을까, 본부를 알게된 순간 덕수 씨는 장기기증을 하기로 결심했고 아내인 차순 씨도 뜻을 같이했다.

그리고 사후장기기증 등록을 하기 위해 부부가 함께 찾아간 본부에서는 장기기증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수 있었다. 사후가 아니더라도 살아서 바로 신장을 기증할수 있는 것에는 신장과 간, 골수 세가지가 있다는 것과 부부과 같은 시기에 장기이식을 할수 없다는 것 등의 장기기증에 대한 상식, 신부전증 환자들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덕수 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한 사람이 신부전증 환자인 것을 알게 됐고, 그에게 신장을 나눠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교회 지인과 덕수 씨의 혈액형이 달라 신장이식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지인에게 신장을 나눠줄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덕수 씨는 이왕 신장기증 하기로 결심했으니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자고 생각했고, 그해 11월 1일 그의 두쪽 신장 중 한쪽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게 됐다.

두 개가 하나였던 신장의 반쪽이 사라진다는 것, 제 몸의 일부가 사라진다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을까.

덕수 씨는 “수술 전 내가 왜 기증한다고 했을까 후회하지는 않았냐구요? 전혀요. 나의 고통은 잠깐이지만 이식받을 사람은 내 신장 반쪽이 없으면 계속 고통스럽게 살아야 할 테니까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다.

그럼 수술 이후 몸에는 전혀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2개가 하던 일을 1개가 하게 됐는데 말이다. 이에 대해 걱정스레 물어보니 그는 한달정도의 적응기간이 지나니 아무일도 없었던 듯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아내 차순 씨가 이식후 건강한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신장기증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하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차순 씨는 2002년 자신보다 15살 어린 한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했는데, 생면부지인 남인데도 병원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맞았다고. 그리고 수술 후 9년만인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식자를 만나게 됐는데 자신보다 더욱 건강한 모습이라 신장을 기증한 보람과 행복을 함께 느꼈다고 전했다.


지난달 재단법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발간한 부부 신장기증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이 책에는 정덕수 오차순 부부의 이야기도 실려있다.
신장기증부부에서 기증가족으로

 

가족중에 누군가가 장기기증을 하겠다고 하면 걱정스러운 마음에 말리는 것이 대부분 아닐까. 그런데 정덕수ㆍ오차순 부부 가족만큼은 달랐다.

처음 덕수 씨가 장기기증을 하고자 했을 때 차순 씨가 아무말없이 그 뜻에 함께 동참했던 것처럼 그들의 아들과 딸도 부부의 장기기증을 흔쾌히 동의해준 것. 심지어 장기기증 후에도 건강한 덕수 씨의 모습을 본 뒤 자신들도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현재 직업군인의 신분이라 장기기증을 할수 없는 아들을 제외한 며느리와 딸, 사위까지 모두 사후ㆍ뇌사장기기증 등록이 되어있다.

“성경을 세 단어로 줄이면 ‘믿음ㆍ소망ㆍ사랑’입니다. 이중 사랑은 받는 사랑이 아니라 베푸는 사랑이죠. 우리 가족은 그저 성경의 가르침대로 사랑하며 사는 것뿐입니다”

신부전증 환자위한‘사랑실천’은 계속

부부의 신부전증 환자를 위한 사랑실천은 신장기증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신장기증자와 이식자의 모임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내 경남 새생명나눔회를 통해 신부전증 환자들을 위한 활동을 계속 해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덕수 씨는 활발한 활동으로 올해부터 경남 새생명나눔회의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됐다.

“신부전증 환자들은 일주일에 몇 번 몇시간씩을 투석받는데 보내야 합니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죠. 또한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하니 수분을 배출하지 못하고, 그러니 몸이 수분으로 퉁퉁 부어 있습니다. 투석을 하면 다시 부기가 빠지죠. 겉으로 표가 잘 나지는 않지만 그 어떤 사람들보다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10여년을 새생명나눔회에 몸담으면서 그는 신부전증에 대한 지식과 그 환자에 대한 이해, 그들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정통하게 됐다.

“사천에서 근무할 때 교회에서 남편이 신부전증 환자인 분은 만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이식을 아예 포기한 상태였죠. 맞는 신장도 없고 수술비를 감당할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그분과 상담을 하고 맞는 신장을 찾기 위해 장기기증본부에 등록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기증자 등록도 함께 했죠. 등록자는 장기기증에서 1순위가 되거든요. 그리고 새생명나눔회에서 수술비를 일부 지원해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습니다”

덕수 씨는 앞서 든 한 예처럼 방법을 몰라 이식수술을 못하는 환자들이 무척 많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환자나 환자 가족들은 장기기증본부나 새생명나눔회의 문을 두들겨줄 것을 당부한다.

나눔회에서 위와 같이 환자들의 신장이식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기증자와 이식자 등과 연계해 환자에게 맞는 신장을 찾아주는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해에도 신장장애인협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남해에 살고있는 신부전증 환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한 덕수 씨는 이어 “한명의 사자(死者)가 장기기증을 하면 6~9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며 장기기증 참여도 독려한다.

자신의 몸으로 1명을 삶을 새로 선물해줬으며, 또한 6~9명의 새로운 삶도 선물해줄 정덕수ㆍ오차순 부부. 그리고 새생명나눔회를 통해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생명을 불어넣어 준 부부. 반쪽씩 가졌으니 함께 있을 때 비로소 한쪽이 된다는 부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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