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모두 남해에서 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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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 모두 남해에서 판각”
  • 고영식 시민기자
  • 승인 2011.10.05 03:51
  • 호수 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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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지난 24일 남해정보산업고교 동백관에서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프로그램 하나로 열린 판각성지재조명 전국학술대회. 

박상국 (재)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주장
대장경 판각성지재조명 전국학술대회서

“해인사 고려대장경은 100% 남해에서 판각됐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1시부터 남해정보산업고등학교 동백관에서 「고려대장경 판각성지의 재조명」을 위해 열린 전국학술대회에서 한국문화유산연구원 박상국 원장이 ‘해인사 고려대장경판’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혀 학계에 이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해판각의 근거 6가지
 
박상국 원장은 남해판각의 근거로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당시 고려국의 수도였던 강화도는 시대적 상황으로 볼 때 대장도감은 설치했지만 대장경을 판각할 만큼 여건이 갖춰져 있지 못했다.

둘째, 대장도감을 두었다고 알려진 선원사는 최고 권력자인 최우의 원찰로서 이 절이 만들어진 시기가 1245년이며 이때는 이미 대장경판각이 90% 이상 완료된 시점이어서 대장경 판각하고는 전혀 무관하다.

셋째, 남해는 지리산등지에서 판각재를 운반하기 쉬운 장소이며 기마민족인 몽골군이 물을 두려워하였으므로 침략이 어려운 섬이라는 이점이 있다.

넷째, 가장 중요한 단서는 판각이 가장 왕성하게 이루어진 1243년부터 1247년까지 5년간 경판을 새긴 각수를 조사해 본 결과 동일한 각수가 많게는 69명이 대장도감판도 새기고 분사대장도감판도 새겼음을 알 수가 있었다. 이것은 같은 장소가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해인사 대장경판전에 있는 「종경록」은 1246년에서 1248년에 추가로 판각된 것인데 모두가 분사대장도감판이다. 「종경록」 권 27에 ‘분사남해대장도감’이란 간기가 새겨져 있는데, 그동안 추정해왔던 대장경판 판각장소가 남해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더구나 「종경록」을 판각한 ‘최 동’이란 각수가 1244년 분사대장도감판의 판각뿐만 아니라 대장도감판의 판각에도 참여한 각수임이 확인됐다. 이러한 기록으로 대장경판이 모두 남해에서 판각됐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가 있었다.

다섯째, 고려사 열전 최이편에 ‘도감을 따로 세워 사재로 새긴 판이 거의 반이나 돼’라고 돼 있고, 고려사 열전 정안편에는 ‘남해에 퇴거해 부처님을 좋아하며 명산승찰을 편린하고 사재를 희사해 국가와 약속하고 대장경의 반 정도를 간행했다’고 돼 있다.

강화정부는 대장경을 판각할 여력이 없었고 최 이, 즉 최 우가 대장경 판각을 주도했음을 알 수 있으며 전반부에 반정도를 판각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 안은 최 우의 처남인데 국자제주란 벼슬을 그만두고 1241년 이후에 남해로 내려가 대장경판각의 경비를 부담하고 후반부를 맡아 본격적으로 이 사업을 주관하여 판각을 완료한 것이다.

여섯째, 분사대장도감에 ‘수기서’라는 간기가 새겨져 있는데 이 교정기록은 수기대사가 강화도 대장도감이 아닌 분사남해대장도감에서 진두지휘를 하며 대장경 내용을 교감하고 판각작업을 주관했다는 증거가 된다.
박 원장은 또한 분사도감이 여러곳에 분산돼 있을 것이라는 설도 근거가 없을뿐더러 가능성이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고 했다.


준비는 4년 판각은 12년

판각기간에 대해서도 종래 학자들의 주장을 뒤집었다. 재조대장경의 판각기간이 알려진 것은 1236년부터 1251까지 16년으로 돼있다.

그러나 박 원장은 대장경 판각은 바로 되는 것이 아니고 준비기간이 반드시 필요한데 준비를 시작한 해가 1233년이며 1236년까지 4년이 걸렸고, 실제로 판각한 해는 1237년부터 1248년까지 12년이라고 했다. 준비기간과 판각기간을 합쳐 16년이 소요되었다는 얘기다. 이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국 원장은 학술대회의 좌장을 맡은 경상대 강동욱 교수의 소개와 같이 대장경을 가장 많이 보고 직접조사를 한 대장경 전문학자이며, 대장경에 관한 많은 연구성과를 낸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남해군에 과제 안겨

이날 학술대회는 보물섬남해포럼 공동대표인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의 ‘고려대장경 남해판각지 세계화의 과제와 실천방안’이란 주제의 기조연설이 있었다. 이어서 주제발표가 있었는 데 박상국 한국문화유산 연구원장에 이어 박상진 경북대명예교수의 ‘고려대장경판 나무로 본 판각지 추정’,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장의 ‘고려대장경 판각장소 정밀조사 성과와 전망’, 이병윤 남해대학 교수의 ‘고려대장경 판각지의 상품화 전략’으로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주제발표에 따른 토론이 이어졌는데 지정 토론자로 나선 강진갑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실장, 김석배 금오공과대학 교수, 한기문 경북대 교수 등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 교수가 박 원장의 논문에 의문을 제기하며 해인사에서도 판각된 사례가 있음을 내비추자 박 원장은 사례를 들어 반박하며 남해에서의 판각을 단언했다.

이번 학술대회로 해인사 고려대장경을 모두 남해에서 판각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남해군민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남해군에는 대장경 판각성지의 세계화에 대한 큰 과제를 제시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지난 24일 남해정보산업고교 동백관에서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프로그램 하나로 열린 판각성지재조명 전국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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