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한 어부 내치지 않는 저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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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불편한 어부 내치지 않는 저 바다처럼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04.25 14:16
  • 호수 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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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수확, 온전한 어부 유철형ㆍ이석례 부부

한 사람의 손에는 인생지도가 담겨있다.

고현면 갈화마을의 유철형(80) 어부와 그의 부인 이석례(75) 부부의 양 손바닥 또한 그러하다.

유철형 어부는 ‘팔순의 휠체어 어부’로 통한다.

휠체어를 타고 ‘바래’하러 나가고, 휠체어를 타고 ‘부두’에 나가 배에 오르기 직전에서야 휠체어에서 몸을 떼어내기 때문이다.

34년생 개띠, 올해 팔순인 그는 자신보다 다섯 살 아래인 아내의 부축임을 원치 않는다. 대신 아내의 활짝 핀 박꽃웃음이 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남편 철형 씨는 “사람이 귀여븐께. 보고 있으면 좋제”하시고 부인 석례 씨는 “웃으니 집안이 편하다”며 거드는 게 영락없는 부창부수(夫唱婦隨)다. 이어 “통장은 내 통장이어도 내는 한 번도 못 봤다. 이 사람한테 주네”하며 웃는 남편. 담석증이 재발돼 4번이나 수술한 아내였기에 함께 웃을 수 있는 지금이 좋아 이런 농담도 하신다고.

학교보다 바다가 좋았던 때문인지 바다 앞에서만은 온전한 사내로 돌아가는 유철형 어부는 “어렸을 때 동네이웃집 소가 들이받아 그길로 다리가 아프더니 절기 시작했지만 병원 갈 시기를 놓친 건지 결국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더라”며 “평생 학교도 모르고 물고기만 보고 살아왔지만 다시 태어나도 난 어부할거다. 바다가 좋다. 바다는 몸 불편하다고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이어서 그는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인지, 바다도 예전 같지 않다”며 “몸이 이러니 평생 감암 앞바다를 벗어난 적이 없다. 도다리, 노래미, 물메기 등 옛날에는 참 많았는데 요즘은 좀 줄었다”며 안타까워 하셨다.
부부의 든든한 좌청룡 우백호는 1톤짜리 배 1척과 전동휠체어다. 서른아홉의 막내부터 마흔 일곱의 큰 아들까지 3남 1녀를 키워준 든든한 지원군이기 때문이리라.

바람이 불어 일주일에 한번 배 타고 나가기 어렵다고 먼 바다를 보는 유철형 어부에게 아내는 말한다. “내일은 날 좋을꺼라네요”

이들 부부가 바라는 지역신문의 내일은 무엇일까? 아내 이석례 씨는 “우리 같은 사람도 편하게 사는 시대가 오도록 힘을 좀 써주소” 답하자 남편이 웃으며 “욕심 부리면 죽는데”하신다.

일어서려는 내게 전동휠체어에 앉으시며 한 마디 주신다.

“남해에 전동휠체어 수리 하는 데가 없어. 서로 고칠 줄 모르니까 멀뚱멀뚱 얼굴만 보다가 답답하니까 결국 진주나 창원에 맡기는 모양이야.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신문이니 언론이니 어려운 얘긴 잘 모르는데 이런 불편한 점 수리해주는 곳이 되어주면 안 좋을까 싶네”

역시, 지금도 고기잡이로 대풍 맞는 꿈을 꾼다는 어부 부부다운 말씀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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