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과 보람, 특종을 좇아 뛰고, 찍고,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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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과 보람, 특종을 좇아 뛰고, 찍고, 쓰고
  • 김태웅 기자
  • 승인 2013.04.25 14:57
  • 호수 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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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Dead Line) 그리고 불타는 화요일 밤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남해군민 안전벨트 착용률이 떨어진다는 기사를 쓰고 이번 주 안전벨트 단속에 걸려 경찰관에게 군말 없이 살포시 운전면허증을 내민 인간적인 취재기자입니다.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반말 같은 딱딱한 기사체로만 기사를 써 오다 경어체를 사용하니 왠지 마음이 편합니다. 먼저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항상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5년이 넘게 지역에서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주간지니까 한 달에 4회, 1년이면 신문은 50번 정도 발행됩니다.

1회 발행에 평균 10개의 기사를 썼다면 1년이면 500개를 쓴 것이 되지요. 5년 동안 2500여 개의 기사를 쓴 셈입니다.

물론 지역신문의 성격이 지역발전을 최우선하고 ‘공익’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2500여 개의 기사는 모두 다른 사람, 단체의 이야기였습니다.

신문에서 가끔 ‘누구누구의 하루’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적이 있었을 겁니다.

세상에 고충 없고 쉬운 직업이 어디 있겠습니까(있긴 있겠지요^^)마는 창간특집호라는 기회를 빌려 지금까지 신문지면상으로는 해본 적 없는 지극히 사사로운, 저를 비롯한 취재기자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해보고자 합니다.

기자들은 월요일 하루 동안 취재를 하고 저녁 6시쯤 사무실로 복귀합니다. ‘김기자는 무엇을 취재했나. 이기자는 또 무엇을 취재했나’, 편집 회의를 하지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정보도 교환합니다.

그리고는 저녁을 먹고 마감을 시작합니다. 마감. 영어로 ‘Dead Line’입니다. 좀 섬뜩하죠. 말 그대로 죽음의 선이다보니 마감이면 신문사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바쁩니다. 월요일은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죠. 화요일 하루가 더 있으니까요. 그렇게 월요일은 보통 자정 이전까지 작업을 합니다만 다음날 화요일은 정신이 없습니다.

저녁에 최종 편집회의를 하는 화요일에 취재가 몰리고 써야 할 기사가 많아지면 기사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어김없이 밤을 새야 합니다. 수요일 오전 11시 30분까지 인쇄소로 지면 파일을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데드라인의 진가가 발휘되는 불타는 화요일입니다.

수요일 아침. 기사를 다 작성을 해도 할 일이 아직 많습니다. 인쇄 전에 오ㆍ탈자 교정과 교열 작업을 해야 합니다. 편집기자가 편집한 지면에서 기사가 넘치면 줄여야 하고 모자라면 채워 넣어야 합니다.

데드라인을 맞추기 위해 그렇게 일련의 작업들을 다 마쳐도 낭패인 경우가 있습니다. 지면 하단의 광고도 교정을 봐야 하는데 광고를 의뢰한 분들의 사정으로 교정 작업이 늦어지거나 광고주가 가끔 마감에 임박해서 광고를 취소해버리면 참 난감합니다.

그렇게 신문을 발행하고 나면 수요일 오후 1시경, 녹초가 된 직원들은 일찌감치 귀가해 쉽니다. 목요일, 다시 마감을 향해 달려갑니다. 회의하고, 출입처를 찾아가고, 다음 주는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해야 하고 또, 취재를 하고 기사를 씁니다.

주간지라서 그런지 일주일이 하루 같이 느껴집니다. 한 달은 4일 같구요. 돌아서면 월급날입니다. 받는 사람한테도 빠른 월급날인데 주는 사람은 오죽하겠냐는 생각도 듭니다.

4월입니다. 슬슬 주말행사가 많아질 시기죠. 토, 일요일 각종 행사에 뛰어다니다 보면 주말도 후다닥 가버립니다. 정신 차리면 주말, 또 정신 차리고 보면 마감하고 있습니다.

다들 힘드시겠지만 저희도 나름 고충이 많습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기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많은 주말 행사, 잦은 야근 등이 아니라 바로 ‘사람’입니다.

거짓말로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를 막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자와 언론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있지요. 1차적으로는 기자가 판단을 하지만 편집회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기사 안 좋게 쓸거면 자료 안 주겠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구요, 동료기자 얘깁니다만 취재과정에서 기자 옷을 벗기겠다고 윽박지르는 사람도, 육두문자를 쏘아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사를 고민 없이 쉽게 쓰는 줄 아는지 기자에게 ‘아무렇게나 쓰지 마라’, ‘똑바로 써라’라고 함부로, 가볍게 내뱉는 사람 등등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라는 말이 목까지 차오를 때가 많습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기억하십니까. 그런 강호순도 옹호해주는 펜까페가 생기는 요즘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 절대적인 옳고 그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선택의 문제입니다. 선택의 문제에 ‘네가 틀렸고 내가 맞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신문도 마찬가집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가 없습니다.

선택의 문제를 다룰 때 기자에게, 신문사에 ‘너희는 틀렸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사로 뒷돈을 받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취재원을 협박한다면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싸겠지만 저희는 그러지 않습니다.

초임 당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겪는 고충을 기사화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도 이후 어떤 행사에 취재를 갔는데 제 기사를 인용하며 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더군요. 아무도 저를 칭찬해 주지 않았지만 속으로 느꼈던 보람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부족한 제 글이 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열명의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나아가 군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고민하겠습니다. ‘대부분’의 남해지역 취재기자들이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구요.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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