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흔히 7이란 숫자에 많은 기대를 한다
상태바
우리들은 흔히 7이란 숫자에 많은 기대를 한다
  • 박성룡
  • 승인 2013.04.25 15:19
  • 호수 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룡 독자가 전하는 ‘가마솥안의 칼국수’

남해시대의 7돌을 축하하며 행운의 에너지를 주고 싶다

▲ 박 성 룡
문화관광해설사
지금은 고인이 되신 나의 시어머니의 칼국수 이야기다.

아무리 가난했었어도 평소 아이들의 배고픔은 차마 보지 못하셨던 나의 시어머니는 항상 그렇게 푸지게 음식을 나눠주시길 좋아하셨다.

일례로 이동면 다정이 본가인 시어머니는 읍 시장 옆에 사셨다. 그러했기에 읍장에 다정마을 분들이 오시면 한분도 빠짐없이 끼니를 챙겨주시기로 유명하셨다.

시어머니는 7남매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검정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물을 끓이고 커다란 다라이(대야)에 밀가루를 부어 반죽을 시작한다.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끝낸 아이들의 하굣길에 맞춰야 한다는 일념으로 손은 더욱 바빠지신다.

한참 뛰어 놀고 싶어도, 십리, 이십릿 길을 걸어서 가야하는 아들의 친구들 또한 본인의 아들들이었기에 시어머니의 가마솥은 언제나 푸졌다.

서둘러 먼길을 걸어 가야 하는 아이들의 배를 채워 주기 위한 분주함이다. 코 흘리게 녀석도. 넉살좋은 녀석도. 수줍어 말 못하던 녀석도. 어머니는 내 자식의 친구도 우리 자식으로 여기시며 그들의 허기를 채워 주셨다.

그렇다고 넉넉한 살림이어서도 아니다. 7남매의 어머니가 아니었던가.

"남해시대신문이 옛날 그 시절 무조건이었던 어머니의 사랑같은 칼국수 한 그릇이 되어주셨으면 한다"

차가운 미나리밭의 미나리를 끊어 시장에 파셨고 동네 쌀뜨물을 받아다 돼지를 키우는 노동으로 7남매를 넘어 7남매의 친구들까지도 거두셨던 것이다.

항상 그득히 푸짐하게 한 솥 가득 끓여 그렇게 내 새끼, 니 새끼가 아닌 우리 새끼들의 배를 채워 주셨다.
그때 그 시절, 펄펄 끓어오르던 무쇠가마솥 속의 뜨끈한 칼국수를 먹은 그 많던 아들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할까?

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어머니의 칼국수는 그 아들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지금도 어디에선가 그 아들들이 훌륭한 몫을 다하는데 일조하고 있진 않을까?

7년간, 뇌출혈로 시어머니가 병석에 누워 계실 때 한달음에 찾아온 중년이 돼버린 아들 친구들의 첫마디는 “어머니! 얼른 일어나셔서 그 맛있던 칼국수 한 그릇만 더 끓여주시다”였다.

그들에게도 칼국수는 아련한 마음을 달래주는 소중한 추억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는 뜨끈한 가마솥.

7살을 먹는 남해시대신문에 그 옛날 옛적 가마솥의 모락모락 칼국수를 선물하고 싶다.

더불어 무엇에 쫓겨 바쁜지도 모른 체 살아가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남해시대신문이 그 시절 무조건이었던 어머니의 사랑같은 칼국수 한 그릇이 되어주셨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