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하지, 엄마가 왜 그리 좋았는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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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지, 엄마가 왜 그리 좋았는가 모르겠어”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05.09 10:20
  • 호수 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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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근조근 걷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엄마생각’ 그리고 ‘삘기’

세자매의 아침산책은 오늘도 맑음

▲ 매일 아침 함께 걷는 곽말심(79)·곽막심(85)·곽정아(82) 세자매. (사진 왼쪽부터)
하나, 둘, 셋. 언제나 셋이 짝이다. 손주들이 선물해 준 모자 하나씩을 쓰고 사뿐히 걷는다.

남산공원을 매일 함께 걷는 곽막심(85)ㆍ곽정아(82)ㆍ곽말심(79)은 세 자매다.

이들은 딸만 일곱인 딸 부잣집의 딸들로 그 중 다섯째, 여섯째, 막내인 일곱째 딸이다.

곽막심 할머니는 “일곱 딸 중 위로 졸졸이 차례대로 세 언니들은 하늘로 먼저 갔고, 올해 여든 여덟인 넷째 두례 언니는 이웃, 여수시에 살고 있다”고 했다.

먼저 가버린 남편들은 가슴에 묻고, 남은 세 자매는 읍 남산동 근처에 모여, 오랜 친구처럼, 이웃사촌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

곽정아 할머니는 “아침연속극 다 보고 난 뒤 9시 30분께 되면 언니랑 동생이 우리 집 앞에 와서 전화를 하지. 그럼 그길로 남해여중을 지나서 남해유치원을 지나 남산공원을 빙 돌지. 공원 중턱의 의자에 앉아 꼭 쉬었다 가거든. 그럼 그때부터 또 두런두런 이야기 하는 거야”하신다. 막내 곽말심 할머니는 “막심언니는 우리 중에 나이는 제일 많지만 제일 건강해. 나는 골다공증 때문에 크게 수술한 탓에 시원찮고 정아언니도 젊었을 때 농사를 오래 짓다보니 다리가 아파 파스를 많이 부치고 있어”하셨다.

이어 “막심언니는 젊었을 때 남편을 잃었는데 그 후로 쭉 동네에 봉사를 해. 지금도 늘 새벽 4시만 되면 일어나서 동네청소를 다하니까. 언니가 유명해. 예전에도 망운산 주변을 10년 넘게 청소해서 신문에 난 적도 있고, 언니 딸이 사는 수원에서 15년간 살 때는 수원시장한테 표창장까지 받았어”하신다.

세 자매의 공통점은 ‘한다면 하는 빈틈이 없는 점’이라며 곽막심 할머니는 “딸만 일곱이었어도 부모님한테 ‘가시나’ 소리 한번 안 듣고, 야단 한번, 구박 한번 안 받고 컸다”며 “그렇게 부모 정 듬뿍 받고 컸으니 지금도 우애 있게 지내는 것 아니겠냐”고 한다.

지금도 떠난 부모님이 보고 싶느냐는 바보 같은 질문에 세 할머니는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보고 싶지. 말이라고. 그런데 간 사람을 어찌 보겠는가”

이어 곽정아 할머니는 “나이가 이만치 먹었어도 엄마는 항상 보고 싶다”며 “어렸을 때부터 엄마라 하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삘기’아나?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으면 단물이 나는데 그 어렸을 때도 그걸 꺾어서 억센 건 내가 먹고 보드라운 건 모아서 엄마 입안에 퐁 넣어줬었어”하고 말했다.

아직도 엄마 사진을 거울에 꽂아두고 본다는 세 자매들. 이 할머니들의 미소를 보니 그때 그 시절의 보드라운 ‘삘기’의 맛이 그립고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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