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보다 경관은 월등, 시스템은 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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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보다 경관은 월등, 시스템은 빈약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06.13 11:24
  • 호수 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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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길 살면 관광 산다는 지역민의 결집이 절실하다

류영환 남해바래길 사무국장
상주 구운몽길에서 열렸던 제1회 보물섬 걷기대회. 남해바래길 송홍주 대표를 도와 낮밤 없이 함께 뛰었던 류영환(53) 남해바래길사무국장을 몇 차례의 셋방살이 끝에 구한 유림동 고개의  바래길사무국에서 만났다.

그는 행정에서 제작한 바래길이정표를 보여주면서 막대는 철물점에서 구입하고, 표지판은 광고사에 맡기고, 구멍을 뚫어 나사를 잇는 작업은 바래길 사무국에서 수작업으로 했음을 설명했다. 이어 제주 올레의 간세처럼 일관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개발과 매뉴얼 등이 바래길 전 구역에 가장 절실한 문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첫 시도된 걷기축제를 평가하면 = 사전예약과 현장예약 각각 절반씩 총 900여명이 참여한 걷기축제였으나 좀 더 적극적으로, 전국적으로 홍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다. 다른 지자체와 타 지역의 길 관계자들에게 홍보가 부족했다. 또한 행사 개최지인 상주 주민들과의 소통과 협력, 보완점 등 충분히 논의하고 행사를 진행했더라면 좋았겠다 싶다.

6월 8일 바래길사람들 창립기념일에 맞춰 대회를 한 걸로 안다 = 그렇다. 장소는 고민 끝에 관광1번지 상주를 한번 살려보자는 취지와 함께 총10개 코스가 있는 바래길 중 제14코스인 구운몽길이 국립공원 지역이어서 아직 탐방로로 지정이 안 되어 있다 보니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릴 기회가 적었던 것 같아 선택했다. 상주는 주차장시설도 갖춰져 있고 도보객들에게 필요한 민박도 많아서 적지라고 판단했다.

대회에 맞춰 민박집 연락망 구축, ‘걷기대회 환영, 도보객 할인’등 이런 이벤트가 함께 됐다면  좋았겠다 = 그런 점이 아쉽다. 다음엔 더 적극적으로 홍보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사실 바래길사무국의 경우 정회원과 운영회원의 회비가 거의 유일한 수입이다 보니 노동의 대가를 지급할 근거나 제도가 없다. 인건비로 쓸 수 있는 예산 또한 없어서 아이디어나 좋은 기획이 있어도 실질적으로 일을 도맡아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이번 대회하면서도 군 예산에서 부족 부분은 송홍주 대표가 사비로 몇 백 만원 들인 것으로 안다. 행정과 더불어 지역의 힐튼골프리조트 등 이런 업체의 관광자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 또한 든다.

남해가 제주보다 경관이 뛰어나다고 해도 제주 올레의 시스템을 따라가려면 사실상 멀었다 = 솔직히 말해 비교가 안 된다. 올레의 체계적인 시스템의 근간에는 지역민의 올레길에 대한 결집된 마음과 길 곳곳에 입혀져 있는 디자인의 힘이 가장 크다. 게다가 제주도의 순환버스와 대중교통의 편리함, 길의 시작과 끝, 중간의 갈림길 등의 이정표 등도 굉장히 체계적이다. 남해는 이 중 그 어떤 것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천혜의 경관을 두고도 그 진가를 발휘 못하고 있다. 건물이 아닌 소프트웨어의 체계가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래길의 매력을 꼽자면. 덧붙여 고품격관광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 새소리를 들으면서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천하절경이 바래길이다. 솔향ㆍ편백향 속에서 새는 우짖고 철썩철썩 치는 파도는 흥을 더하는 길이 바래길이다. 고품격휴양을 추구한다면서도 우리 스스로가 가진 자연의 고품격 가치를 잘 모르는 건 아닐까. 10만원짜리든 5천원짜리 밥상이든 ‘대접’을 받았을 경우 손님은 지불한 돈을 잊는다. 사람대접, 손님대접을 위해서는 친절이 기본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사람부터 고품격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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