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일체형 가공유통사업장’ 만드는 게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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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일체형 가공유통사업장’ 만드는 게 ‘답’
  • 김광석 기자
  • 승인 2013.07.18 11:44
  • 호수 3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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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기자의‘부자남해의 꿈을긷는 두레박’ (1)보물섬우리밀영농조합법인 하희택 대표

우리군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기 위해서는 지역 내 농수임축산물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땀방울, 그들의 숨소리와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남해시대신문이 그 현장으로 달려간다. <편집자 주>

‘30%는 앉아서 파는 체험형 공장’ 대로변 새둥지 모색 중       
다품종분업 간접효과, 우리밀농업이 마늘 시금치도 살린다 

우리밀 농사가 과연 부자남해의 꿈을 긷는 하나의 두레박이 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아 나섰다. 남해에서 ‘우리밀’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사람은 하희택 씨다. 그는 ‘남해 우리밀농업의 아버지’라 불러도 별 손색이 없을 만큼 우리밀농업을 이끌어 왔으며 앞으로도 이끌어 갈 인물이다.

남해농민들이 생산한 우리밀로만 제품을 만들어 팔겠다는 일념밖에 가진 게 없는 하희택 씨가 만약 남해의 우리밀농업의 비전을 말할 수 없다면 남해의 우리밀농업은 꿈을 길어 올릴 두레박줄이 다 닳아가는 것일 게다. 그래서 그가 꿈꾸는 꿈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고, 그의 꿈을 군민 모두가 응원해줘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 올해부터 남해농협(조합장 하진용)이 우리밀의 수매와 저온창고 저장을 도맡아 주는 역할분담이 이뤄지면서 하희택 씨는 무거운 짐을 한결 벗었다. 올해산 밀 수매는 지난달 26일 전량 이뤄졌다.
그의 꿈이 중요한 이유
  
우리나라 밀 농업은 1984년 정부가 수매를 중단함에 따라 1991년 전국 총 재배면적이 178헥타르까지 줄어드는 비운을 맞게 된다. 전국 밀 농업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우리 남해의 밀 농업 역시 이때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그 빈 곳간은 미국의 거대기업농이 차지해버렸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최근에는 미국 오리건주의 한 농장에서 생산한 밀이 유전자가 조작된 것임이 드러났고 그것이 무차별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 국민들은 세끼 중 한 끼(주식의 33.3%)를 밀가루 음식을 먹는다, 이중 어느 것이 유전자조작농산물(GMO식품)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30년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우리를 다치게 하는 오늘의 이 현실은 식량의 자급 차원뿐만 아니라 안전한 먹을거리로서 우리밀농업을 되살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 되었는가를 우리에게 새삼 알려주고 있다.

▲ 보물섬우리밀영농조합의 다양한 용도에 맞춘 소포장 선물세트는 특히 향우사회의 단체행사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재경남해군향우회는 우리밀국수 선물세트를 구매해 보물섬우리밀영농조합법인에 큰 도움을 줬다.
우리밀의 새로운 가치 
     
꺼졌던 남해의 우리밀(앉은뱅이밀이라 부르는 토종밀)농업 역시 1989년 합천에서 싹튼 우리밀살리기운동의 바람을 타고 가까스로 불을 다시 지폈다. 그 불씨를 소중하게 받아 불로 지펴낸 사람이 바로 하희택 씨다. 밀가루를 원료로 쓰는 생업이 우리밀과 만남을 운명처럼 그를 이끌었을 것이다.     

하희택 씨가 고향으로 돌아와 ‘형제제면’이라는 국수생산 공장을 시작했을 때가 1987년 11월.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8년 본격적으로 남해로 옮겨진 우리밀살리기운동의 불씨가 그의 가슴을 얼마나 뜨겁게 달구었을지, 이후 그가 남해의 우리밀농업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방울을 흘렸을 지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남해에 우리밀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자 그는 형제제면과 자신이 남해에서 어떻게 존립해야 할지 깊이 고민했다. 그의 깨달음은 “남해에서 생산되는 우리밀로만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그와 우리밀농업의 관계는 두개의 줄을 하나로 꼬아서 이은 매듭과 같은 것이었다.   

우리밀은 내 운명

남해의 우리밀농업은 2007년 재배면적이 40헥타르나 되는 정점을 찍은 뒤 다시 매년 줄어들기 시작해 작년에는 그 절반까지 줄었다. 하희택 씨가 확보해야 하는 우리밀 원료의 적당한 양은 40kg들이 1400가마(56톤)다. 하지만 올해 남해의 우리밀 생산량은 겨우 900가마(36톤)밖에 되지 않았다. 무려 20톤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국수생산설비를 놀려야 하는 시간엔 어쩔 수 없이 사천 사남농협이 의뢰해오는 물량을 가공해주는 방법으로나마 연간매출액을 보충해야 하는 형편이다. 

남해의 우리밀농업이 왜 이렇게 위축일로일까? 그 이유는 다른데 있질 않다. 군내 농업인구의 자연소멸과 겨울작물로서 시금치 농사가 밀농사보다 돈이 더 되기 때문이다.

또한 종자와 비료대 지원 등 농가에 대한 직접지불제 방식의 지원이 우리밀살리기운동 초기에 비해 지속적으로 줄어든 게 그 원인이다.

이를 보완 또는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뭘까? 하희택 씨는 정부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첫 번째는 현재 40kg 한가마당 3만6천원의 가격을 4만 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그러나 그러면 원자재 가격에 민감한 2차 가공점이나 국수점, 제과제빵점 등의 입장에선 수입산을 쓰기 십상이다. 이 간격을 우리밀 농가에 대한 생산비 보전차원의 직접지불제를 확대하는 것, 두 번째는 음식점에도 소비자의 선택권이 먹히도록 밀의 원산지표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희택 씨의 꿈

하희택 씨는 관광객들이 볼 수 없는 현재 오동마을의 국수공장을 관광객들이 많이 왕래하는 대로변으로 옮기고자 한다. 우리밀이 생산되는 과정, 밀가루와 국수를 생산하는 과정 전체를 관광객들이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관광일체형 국수공장으로 나아가는 꿈을 꾸는 것이다.

남해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이런 체험을 해보게 함으로써 식량주권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안전한 먹을거리로서의 우리밀농업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스스로 깨우치게 돕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연경관과 그것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만이 유일한 관광 상품인 현재의 남해관광산업을 특산물 체험으로 더욱 영역을 확대해나갈 수 있는 밑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꿈에는 다른 가공제조업체들에게도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오랜 기간 특산물유통협의회 회장을 맡아왔던 그는 지금 남해군관광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특산물 가공유통산업과 체험관광산업을 한 덩어리로 일체화시키는 것을 ‘새로운 지역경제 살기기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가 지금 지역사회 던지고 있는 외침이다.   

그가 꾸는 꿈은 이미 꿈의 단계를 넘어 실행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가천다랭이마을로 가는 도로변에 예정 부지를 확보하고 거기에 세울 공장의 설계도를 전문업체에 의뢰해 그리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1년 쯤 후에는 관광일체형이 된 보물섬우리밀영농조합법인의 국수공장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 것. 그의 꿈이 우리 앞에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자못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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