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적량, 하모샤브샤브 하나면 여름 보양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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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적량, 하모샤브샤브 하나면 여름 보양식 끝
  • 김광석 기자
  • 승인 2013.08.01 15:18
  • 호수 3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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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남해의 맛집과 펜션을 찾아 - (2)창선면 적량마을의 ‘적량횟집’

보물섬 남해의 가장 좋은 밑반찬은 아름다운 풍광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바다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 그리고 바람소리까지 이러한 보물섬의 자연이야말로 ‘맛집’의 숨은 애피타이저다. 그래서 마련했다. 아름다운 수채화 속에서 만나는 자연의 맛을 살린 맛집을 소개하는 지면, 시선을 고정하면 남해의 참맛을 만날 수 있다. <편집자 주>

혹시 아시는가. 창선 적량 앞바다의 하모 잡이 세월을. 적량 어민들의 하모 지키기의 노력을.

적량마을 앞 바다에 가보면 알록달록 깃발을 달고 있는 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배들의 주인은 하나같이 ‘하모 잡이의 전문가’로 불린다.

이 배들은 하모(갯장어)를 잡기 위한 배다. 하모는 낚싯줄에 여러 개의 낚시를 달아 얼레에 감아 물살을 따라서 감았다 풀었다 하는 낚시어구인 주낙을 이용해 잡기 때문에 잡힌 하모는 입에 낚싯줄을 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이 제철인 하모는 갯장어나 참장어라는 이름보다 ‘물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하모’로 더 많이 불려진다. 아나고로 불리는 붕장어보다 주둥이가 뾰족한 하모는 잘 물어대는 습성이 있으며 마치 뱀을 닮은 데다 잔가시가 많아 우리 조상들은 잘 잡지 않았으나 일본인들은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갯장어를 일본 본국으로 빼돌려서 먹을 만큼 굉장히 즐겨먹는다고 한다.

남해에서 가장 먼저 하모샤브샤브를 공급해 온 적량횟집, 적량체험마을회관 바로 옆에 위치한 이곳 적량횟집은 여느 횟집과는 달리 특별하다.

2000년에 문을 연 이곳은 하모전문점으로 남해군내에서는 유일하게 ‘하모샤브샤브’와 ‘하모영양죽’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또 하나 특별한 것은 하모가 주로 잡히는 시기동안만 문을 연다는 것. 즉 5월부터 시작해 9월 추석 즈음까지 약 다섯 달 동안만 문을 여는 것이다.

메뉴도 딱 두 가지. 하모회와 하모샤브샤브가 전부다.

남해 창선면 적량바닷가 앞에 가면 하모샤브샤브와 하모회, 이 두 가지 메뉴만 전문으로 하는 ‘적량횟집’이 있다. 5월부터 9월까지 하모만 파는 이곳은 하모만 전문으로 잡는 적량의 어민들이 하모의 맛과 영양을 국내에 알리고, 하모 잡는 어민들의 직거래를 활성화하자’는 뜻에서 시작해 13년째 그 약속을 지켜오고 있다.
일본인에게 독점 당했던 적량바다 하모…
하모전문점 열어 국내에 하모 맛 알리고, 어민도 살리자

김삼권ㆍ이명희 부부가 13년째 ‘단골과의 약속’으로 지켜오고 있는 이곳은 ‘손님의 요청’에 의해 해마다 개시되고 있다. 이곳에서 맛본 하모샤브샤브의 담백하고도 정직한 맛을 잊지 못한 서울ㆍ부산 등지의 손님들과 남해읍 고정 마니아까지 5월이면 전화기는 불이 나고 횟집 앞은 샤브샤브를 해달라는 성화가 빗발치는 것.

김삼권 씨는 “예로부터 장포와 적량앞바다에서 하모가 주로 잡혔고 미조근해에서는 특히 많이 잡혔다. 그런데 잡힌 하모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니까 정작 우리 남해어민들은 하모의 진가도 맛보지 못한 셈이었다”며 “13년 전 당시, 남해에서 하모 잡는 데가 적량배가 전부였다. 뜻 맞는 마을어민들이 공동으로 결의를 했다. ‘우리가 생산해서 우리가 같이 팔아보자, 그러면 신선한 하모회 파니 손님에게 좋고 어민들은 직거래가격이니 수익도 좀 나아지지 않겠나’싶어서 함께 만든 게 이 횟집”이라고 한다.

일종의 영어협동조합의 개념으로 시작한 하모전문점이 단골들의 입소문으로 인해 이젠 13년간의 역사를 이어온 소중한 맛집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식감이 쫄깃하고 뱀장어ㆍ붕장어ㆍ먹장어 등 다른 장어류와 비교해서도 단백질 함량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하모는 경상권에서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또한 비타민 A와 E가 많고 EPA, DHA 함량이 높아 혈관에 생기는 혈전을 예방하는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높은 인기만큼이나 최근 3배가량 치솟은 하모 가격과 줄어든 양.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만의 하모 공급비법 또한 남다르다. 그건 바로 우정의 힘. 김삼권 씨의 죽마고우인 서세태 씨가 매일 아침 첫 출하되는 하모는 무조건 이곳으로 13년째 공급해주고 있다고 하니 두 남자의 우정과 신의가 깊게 느껴진다.

가시로 이뤄진 하모 …이렇게 부드러울수가

정말 신기했다. 분명 하모는 잔가시로 이루어진 놈이라 들었는데 이곳의 하모회는 보들보들 맛나고 한방육수에 살짝 적셔먹는 샤브샤브는 부드러운 식감에 달달하기까지 하다.

비법은 요리사 이명희 씨의 칼질에 있었다. “하모 1마리당 칼질이 100번이상 간다. 뼈가 입안에 받치는 순간 그건 요리사 자격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다듬는데 정성이 많이 들어가기에 예약제로 손님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직접 하모를 잡기도 하는 남편 김삼권 씨는 “물론 ‘하모 다루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으로 이곳의 하모는 스트레스가 없다. 적량배에서 바로 갖고 오니까 운송의 스트레스가 없고, 수족관 물도 시간 맞춰 자주 갈아주지, 사실 그날 하모는 그날 다 팔리니까 맛의 신선한 식감은 유지된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비결은 하모샤브샤브를 먹기 전 나오는 스키다시다. 인근바다에서 그날 잡아 올린 문어와 멍게, 뿔고동 등을 얇게 썰어서 내고, 삶은 고구마와 옥수수가 한쪽을 차지한다. 거기에 부부가 농약을 치지 않고 애태우면서 키워낸 텃밭 채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의 유명횟집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기름에 튀긴 요리나 진한 양념으로 버무려진 요리는 단 한 가지도 없다. 죄다 심심한 것들뿐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연식 그대로 스키다시를 내놔야 하모의 진맛을 만끽할 수 있단다. 하모의 깊고 담백한 맛을 자극적인 양념이 잠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요리사의 배려가 돋보인다. 

하모샤브샤브는 머리와 뼈 내장을 모두 제거해 포 뜬 하모를 길이 5~6㎝, 너비 2~3㎝ 크기로 자른 다음 이를 한방 육수에 살짝 담갔다가 초장이나 간장에 찍어 먹는 음식이다. 한방 육수는 손질하고 남은 하모 머리와 뼈, 껍질 등을 푹 삶아 우려낸 육수에 통째 그대로 넣은 인삼과 대추와 감초, 팽이버섯과 피망을 넣어 한소끔 끓인 것이다. 여기에 부추를 하모와 함께 살짝 적셔먹는다. 하모에 부추와 팽이버섯을 말아서 상추나 깻잎에 싸서 먹어도 되고 함께 나온 생양파에 얹어 싸먹어도 톡 쏘는 그 맛이 깔끔한 하모와 개운하게 잘 어울린다.

통째 넣은 인삼과 하모에서 나온 맑은 기름 덕분에 육수는 더욱 깊고 진해진다.

다 먹고 ‘영양죽’을 주문하면 이 육수에 야채를 넣고 영양죽을 끓여 내오는데 그 맛은 정말 건강해지는 기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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