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 ‘느낌 아니까’ 쇠섬 그리고 토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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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 ‘느낌 아니까’ 쇠섬 그리고 토촌마을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08.29 16:06
  • 호수 3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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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시대 우리마을36 ‘남해읍 토촌마을’

토촌마을은 = 남해읍공용터미널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호수 같은 강진만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읍 토촌마을 내의 자랑, 쇠섬이 그러하다.

읍 토촌마을은 작은 까꼭이라고 불리는 소입현 마을에서 큰 까꼭으로 넘어가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토끼 兎와 마을 村을 써서 토촌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현재 총80세대, 160여명의 주민들이 어린 시절 동화처럼 살고 있다.

아래는 마을 일꾼으로 활동 중인 임원진 소개다.

이장 김주동 지도자 조현천 청년회장 조봉수 부녀회장 김복금 노인회장 박현일 어촌계장 조행조 개발위원장 조희천 감사 조해주ㆍ조선명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어린 시절 하도 불러서 기억 저 편에 늘 자리하고 있는 윤극영 작사ㆍ작곡의 동요 ‘반달’이다.

남해읍 토촌마을에 가면 굳이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절로 눈앞에 그려질 것이다.

토끼 兎와 마을 村을 이름으로 쓰는 이곳에 가면 토끼가 달을 바라본다는 뜻을 가진 월구산을 배경으로 쇠섬에 당도하면 바다를 지키고 있는 낡은 쪽배하나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강진만 바다 위 별빛이 아니더라도 또 하나의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바로 마을의 대부분을 관통하고 있는 젖줄인 하천인 입현천. 그 입현천을 따라 쭉 걷노라면 하천 위 반짝이는 햇살이 마치 이곳만의 은하수같다.

은하수를 건너고 은하수 위 구름까지 만나보고 나면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는 곳. 바로 토촌마을 속 쇠섬이다.

‘멀리서 반짝 반짝 비치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마치 쇠섬에 앉아 강진만을 바라보면 의외의 등대를 만날지도 모르겠다.

단호박처럼 달고, 바지락처럼 싱싱한 곳

쇠섬에 푹 반해 있을 때 이 마을의 젊은 일꾼, 김주동(55·얼굴사진) 이장을 만났다.

김 이장은 이곳 토촌에서 할아버지 때부터 지금까지 대를 이어 고향을 지키고 있는 농사꾼이다. 듬직하고 소탈해 보이는 인상이다. 예전에는 105호까지 살 정도로 읍에서 큰 마을에 속했으나 지금은 노령화로 인해 조금 줄었다며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와 살고픈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였다.

마을 끝자락에 강진만 바다를 끼고 있으나 현재 주민들 대부분의 생업은 농업이라고 한다.

김 이장은 “미니단호박과 마늘, 시금치를 주로 하고 농사짓는 사람 중 70여명은 어촌계원이기도 하다”며 “봄에는 바지락, 겨울에는 자연산 바위굴이 유명하다”고 했다.

특히 이곳에서 나는 바지락과 굴은 특히 맛있기로 소문이 나있어서 남해군내에서 소비되기도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김 이장은 “남해인들에게 인정받은 맛”이라며 “경매 나가면 만원이 더 비싸도 우리 것을 사갈 정도인데 수확량이 적어 밖으로 나갈 기회조차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입현천 아래는 담소가 피어나고 빨래하는 아낙과 콩 타작하는 사내

‘쏘섬’ 혹은 ‘쎄섬’이라고도 불리는 쇠섬은 지도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조그마한 섬이다. 하지만 봄이면 벚꽃동산이 되어, 꽃소풍 오기 좋은 곳이고 가을이면 강진만 전어떼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보니 남해의 속살을 아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무릉도원이다.

그것뿐이랴. 선소마을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자전거 마니아들과 걷기 마니아들에겐 매일 가도 질리지 않는 좋은 산책길이다. 하지만 이곳 토촌인의 무더위 피서지는 쇠섬 외에도 한 곳이 더 있다. 바로 마을 한 가운데로 흐르는 하천, 입현천이 그것이다.

입현천 다리 아래를 슬쩍 살펴보면 빨래를 하는 아낙을 보기도 하고, 그들만의 호탕한 담소를 나누는 장정들도 볼 수 있다. 또한 철 따라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푸른 벼이삭을 배경으로 탁주에 새참을 먹는 사람들, 또 운이 좋은 날에는 콩 타작하는 박종두 주민을 만날 수도 있다. 그는 올해 일흔 둘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경쾌한 타작소리를 선사했다.

그는 토촌마을에 대해 “입현리 4개 마을 농민들이 이 곳 토촌내에 있는 공동집하장에서 출하하고 경매하니 참 편리할 수가 없다”며 “큰 부자는 없으나 가가호호 웃음꽃이 피는 마을”이라고 자랑했다. 김주동 이장 또한 “다른 걱정은 없다. 하지만 단하나, 마을 산책길이 좋다보니 이웃이나 손님들이 자주 찾는데 그때마다 인근 쓰레기순환처리장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괴롭다는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하루 속히 동화같은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악취문제가 해결되어 좋은 갯벌바다의 내음에 흠뻑 빠져드는 토촌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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