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인의 옥사와 청송 심씨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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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인의 옥사와 청송 심씨의 몰락
  • 남해타임즈
  • 승인 2013.11.28 12:28
  • 호수 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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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관장의 유배로 읽는 한국사 70

 "천하의 모든 악업은 아비가 짊어지고 갈 것이니 주상은 만세에 성군의 이름을 남기도록 하라"

▲ 남해유배문학관
관장
 1418년 8월 10일, 태종 이방원은 상왕으로 물러나면서 아들 세종이 성군의 길을 가기를 당부했다. 태종은 외척이야말로 왕권 확립의 걸림돌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미 원경왕후 민 씨의 동생들인 민무구, 민무질, 민무희, 민무휼을 유배지에서 자결시키는 극단적인 외척 제거 작업을 감행하기도 했다. 피의 숙청의 대명사였던 태종은 나이 50세에 상왕으로 물러나면서 병권만은 내놓지 않았다.

 상왕으로 물러앉은 태종은 임금이 장년이 되기 전까지 군사는 자신이 청단하겠다는 전교를 내렸다. 하지만 보름째 되는 8월 25일, 군사에 관한 일을 상왕에게 보고하지 않고 세종에게만 보고한 병조참판 강상인과 병조좌랑 채지지가 의금부에 하옥되면서 피바람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병조판서 박 습, 참의 이 각, 정랑 김자온, 이안유, 양여공, 좌랑 송을개, 이숙복도 의금부에 하옥됐다.

 군사에 관한 정무를 태종에게 보고하지 않은 강상인은 원종공신이라는 이유로 참형을 면하고 자원안치 된 후 옹진진군에 병졸로 충군되었다. 강상인은 30년 동안 태종을 보좌해온 오랜 가신이었기에 중죄는 면한 것이었다.

박습은 사천에 유배됐으며, 아들 박의손 역시 남해로 유배됐다. 채지지는 고부에 7년간 유배되는 등 관련된 이들은 모두 유배형에 처해졌다.

 이런 와중에 영의정 심 온은 세종의 등극과 태종의 양위를 알리기 위한 사은사로 명나라로 출발했다. 세종의 장인이자 태종의 사돈이었던 영의정 심 온을 전송하는 인파가 땅을 뒤덮어 한양거리가 텅 빌 정도였다. 이 소식을 접한 상왕 태종은 외척세력의 발호를 직감했다. 왕권강화를 위해 자신의 처남들마저 모두 죽였던 과거를 떠올리며, 심 온을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명분을 찾았다.

 강상인, 박 습 등이 유배지에서 끌려와 다시 추국을 받았다. 거짓 증언을 할 수 없다던 그들도 압슬형을 견딜 수는 없었다. 무릎을 꿇게 한 후 무거운 돌을 얹어 고문하는 압슬형은 조선시대 최고의 고문방법이었다. 그들은 병권을 상왕이 아닌 임금에게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의 주모자가 영의정 심 온 이라고 거짓자백을 해야만 했다.

 좌의정 박은과 우의정 유정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심 온 등을 모함했다. 결국 강상인은 사지를 수레에 묶인 채 매에 못 이겨 거짓자백을 했노라고 울부짖으며 죽었다. 심 정, 박 습, 이 관은 참수 당했다. 태종의 병권에 도전한 우두머리로 지목된 심 온은 명나라에서 돌아오다 의주에서 체포되었다. 그는 상왕과 대면하여 무죄를 주장하고 싶었지만 좌의정 박 은에 의해 모든 방법이 차단돼 있었다. 자신을 무고한 강상인 등이 모두 처형됐기 때문이었다.

 심 온은 결국 수원으로 압송된 후 사약을 받아 죽었다. 심 온의 아내, 소헌왕후의 어머니는 의금부의 관노가 되었다. 소헌왕후 역시 폐비 논란에 빠졌지만 무사했다. 태종은 외척을 제거했으니 세종과 금슬이 좋고 왕자를 셋이나 생산한 후덕한 왕후를 손댈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공이 지대했던 심덕부의 후손 청송 심 씨 일가의 운명은 강상인의 옥사로 바뀌고 말았던 것이다. 심덕부의 장남 심인봉은 해진, 3남 심계년은 옹진, 4남 심징은 동래로 유배되었으며, 5남 심 온과 막내 심 정은 사형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많은 심 씨 일가가 유배길을 떠나야 했다.

 "오늘 이후로 우리 집안에서는 반남 박 씨 가문과 절대로 혼인하지 말라"

 박은에 의해 억울하게 사약을 마시는 자리에서 심 온은 마지막 유언을 남겼다. 이 이후로 청송 심 씨와 반남 박 씨는 원수지간이 됐다고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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