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츠는 friendship이며 좋은 생각, 나아가 또 다른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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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츠는 friendship이며 좋은 생각, 나아가 또 다른 기회입니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12.05 11:17
  • 호수 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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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2489명의 작은 마을, 멜라니의 레츠회원은 600명, 인기 아이템은 `힐링`

글 싣는 순서
호주의 레츠(1)-우정과 기회가 순환하는 호주 멜라니 레츠

(레츠)시스템에서는 불신이 아닌 신뢰와 우정이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런 정신은 시스템 내부에서 일어나는 거래활동에 깊숙이 녹아있다.
  -가이 다운시, <붕괴 이후>에서



▲ 멜라니 레츠의 성격과 효과를 차분히 알려준 앤 줍(사진 왼쪽)씨와 카멜 기븐스 씨.
  "수많은 레츠가 주관적인 열정의 물결을 타고 치밀한 계획 없이 설립됐다"

 무슨 일이든 몸을 움직여 남을 도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필요한 것을 살 수 있고, 필요한 서비스도 공짜로 받을 수 있고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돈 없이도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지역화폐운동, `레츠`(LETS.Local Exchage Trading System). 이를 실천하는 회원들의 공통된 생각은 치밀한 계획보다 `행동`이 먼저라는 것일 거다.

▲ 현재의 레츠시스템은 예전의 수기록에서 벗어나 CES시스템이라는 통합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해 전세계 대다수의 지역레츠가 이를 통해 거래목록과 양을 정리하고 있다.
 레츠는 현대판 품앗이, 또는 물물교환 운동이다. `타임 달러`(Time Dollar)라고도 불리는 이 운동은 캐나다의 마이클 린턴이 1983년 창안한 지역 대안화폐 운동이다. 당초 실업자들이 자신의 노동력과 기술을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대안화폐를 받은 뒤,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제도로 출발했다. 이후 거래 품목은 육아나 가사노동부터 정원가꾸기와 마사지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됐다.

 호주의 멜라니 시는 89년 호주에서 처음으로 지역화폐를 도입, 대륙 3백여 곳으로 확산시킨 본산이다. 연합취재진이 방문한 시기는 지난 10월 18일, 앤 줍(Ann Jupp·70) 씨와 카멜 기븐스(Carmel Givens·61) 씨를 만나 레츠가 불러온 변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을 만난 곳은 멜라니 시내의 중심지에 위치한 유기농야채가게와 옷가게, 도자기 가게와 심리상담소 등 다양한 레츠 참여 가게들이 즐비한 시내였고 그 중 인건비 일부를 레츠로 주고 있는 한 커피숍(a Cafe, The Upfront Club)이었다.

 2012년 발표에 따르면 멜라니 시의 총 인구는 2489명에 달한다. 이중 레츠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사람은 600명이며 이중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수는 200여명으로, 이웃 브리즈번 레츠의 사례보다 더욱 활발했다.

 말레니에서 1990년부터 레츠활동을 해 온 앤 씨를 통해 들은 멜라니 레츠는 브리즈번과 달리 회장 등의 임원이나 직책이 없이 전체 회원모두가 그대로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전반적으로 민주적인 색채가 강한 지역레츠였다.
 
경제적인 압박 대신 심리적 안정감
 앤 씨는 "목재로 유명했다가 잦은 벌목으로 평지가 느는 바람에 목축-우유-치즈로 변화된 멜라니는 1970년대에 한차례 침체기를 겪었다"며 "당시 죽어가는 동네였던 이곳으로 브리즈번에서 온 대학생들이 `천국`이라고 여겨 대거 대안적인 삶과 힐링을 찾아서 오기 시작하면서 레츠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11년간 보트 대여사업을 레츠시스템 안에서 운영해온 카멜 씨 또한 이 대학생들의 활기로 자연스레 예술인 정착촌이 형성되고 나아가 신선한 야채가게가 생겨나고 은행도 생기는 등 마을의 경제순환이 본격화됐다고 한다.

▲ 거래품목의 절반은 현금으로, 절반은 멜라니 레츠의 가상계좌 단위인 번야(bunyas)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레츠의 품목은 이발과 유기농야채 구입, 정원가꾸기 등 다양하다.
 문화적 교류와 협업 등을 주축으로 현재는 호주에서 가장 활발한 레츠로 알려져 있으며 거래하는 물품과 서비스의 종류만도 300여 가지가 넘을 정도다.

 카멜 씨가 꼽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거래 아이템은 "한국으로 치면 `힐링`위주의 아이템"이라며 "마사지와 정원 가꾸기 등이 거래가 활발하며 유기농 야채 거래와 월요일 저녁에 함께 식사하기 등도 인기"라고 했다.

 이어서 카멜 씨는 레츠가 주는 경제적 만족감에 대해 "만일 4명의 아이를 둔 미혼모가 있다면, 일반 돈을 내야만 보트를 탈 수 있다고 하면 이 가족이 보트를 타기란 하늘의 별따기지만 이 레츠시스템으로는 절반은 일반 돈으로, 절반은 멜라니 레츠의 단위인 가상화폐인 `번야(bunyas)`로 내면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만일 누군가가 다리를 다쳤다면 전화 한 통으로 병원에 태워줄 레츠 회원이 이웃에 있고, 완치된 후 다른 사람의 장보기나 정원가꾸기를 해준다면 내가 빚진 `번야`를 만회할 수 있으니 관계에 대한 기쁨과 심적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기존의 화폐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과 가난한 사람도 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만나 뛰어들게 된 앤 씨 역시 "레츠는 프렌드쉽(friendship·우정)이자 `좋은생각` 자체"라며 "경제적으로 빚을 지기보다 감사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의 교류 위에서 더불어 살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이어 CES시스템의 도입으로 통합관리기 쉬워졌다며 일단, 레츠를 해보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멜 씨 또한 "레츠를 통해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의미 있는 삶인지를 새삼 깨달았다"며 그녀는 레츠의 한 줄 정의를 `또 다른 기회와 감사`로 표현했다.

※ 이 기사는 사회투자지원재단의 자문도움을 받았으며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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