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기자의 `부자 남해의 꿈을 긷는 두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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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기자의 `부자 남해의 꿈을 긷는 두레박`
  • 남해타임즈
  • 승인 2013.12.12 13:41
  • 호수 3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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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전통 간장 된장 전문생산업체 희(囍)식품

10년 만에 명품으로 인정받은 된장, 간장
꼼꼼히 기록한 일지, 최상의 맛을 내는 '레시피'로, 부부의 삶은 귀촌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과서


된장(간장)제조 특별사항
1. 반드시 우리 콩을 사용할 것
2. 콩은 5시간 이상 삶을 것
3. 메주를 매달 땐 젖은 짚을 사용할 것
4. 메주는 햇볕이 안 들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띄울 것
5. 단지는 숨을 쉬는 것으로 사용할 것
6. 소금은 간수를 뺀 것으로 사용할 것
7. 염도는 최대한 낮출 것(물 1말에 소금 5kg)
8. 간장 담글 때 물은 적게 잡을 것(메주 10kg에 물 8되)
9. 단지는 통풍이 잘 되는 양지바른 곳에 둘 것
10. 장은 음력 1월 중에 담글 것


▲ 부부는 단지마다 번호를 매겨 장 담근 날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남해군특산물유통협의회 회원업체인 희(囍)식품은 서면 장항마을에 있다. 마을 안길로 접어들면 마을 한 가운데를 내리지르는 내가 보인다. 그 냇가에 큰 정자나무가 보인다면 목적지인 희식품을 제대로 찾아가는 것이다.

 마을 끝 지점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좁은 안길을 계속 따라 올라가다보면, 집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가쁜 경사가 나타나고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을 때 차창을 열고 올려다보면 `된장(간장) 희식품`이라고 적힌 간판을 볼 수 있다. 여기가 바로 희식품이다.  

 마당에 올라서면 그때야 아~!하는 소리를 자신도 모르게 내뱉을 것이다. 수련대가 담처럼 앞을 감싸고 있어 마당바깥과 안이 마치 별개의 세상 같다. 그 마당 한 가득 장독들이 올망졸망 키를 재고 있다. 이 모습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하는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당 한쪽 감나무 밑에 큰 가마솥을 건 세 개의 아궁이가 있고 그 아궁이에선 장작이 타고 있었다. 메주를 쑤는 날이다. 가마솥은 끊임없이 김을 푸우푸우 내뿜고 있다.


 키가 보통사람보다 얼굴 하나는 더 있을 정도로 크고 호리호리한 주인장 영감님의 연세는 얼마나 될까? 올해 일흔넷. 안주인 할머니의 연세는 또 얼마나 될까? 예순아홉. 올해로 귀농 13년째 되는 배명복 ? 전경희 씨 부부가 희식품의 다다. 부산에서 회계 일을 하다 정년을 맞이한 배 씨는 환갑을 앞둔 지난 2000년 전원생활 하기 위해 이곳 장항마을에 터를 잡았다. 여기는 안주인 전 씨의 친정마을이기도 하다.   

 부부는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아궁이에 불을 때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전 9시 30분 현재, 아궁이의 불 기세는 여전하다. 배 씨가 솥뚜껑을 살짝 열어보였다. 동그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노란 콩들이 한 솥 가득했고 그 위에 고구마 한 개가 보인다. 고구마를 함께 삶으면 익힌 간장 된장에 특유의 맛이 밴다. 이건 노부부가 지난 10년간 장을 담가오면서 터득하게 된 비법이다.  

 100% 우리콩으로 남해섬 할매가 만든 된장
 
 메주 곳간에는 이미 메주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메주를 쑤는 날은 바람이 세게 불지 않아야 불을 조절하기가 쉽다. 하지만 기온은 적당히 낮아야 한다. 그런 날만 골라 메주를 쑤어온 게 벌써 달포다.

 이렇게 부부는 한해 약 30가마(40kg들이)의 콩을 삶는다. 모두 마을사람들이 지은 콩이다. 장항마을의 콩 생산량이 부족할 때는 옆 마을에서, 그것도 모자라면 인근 남면지역에서 생산된 콩을 사온다. 위에 예시한 10가지 된장(간장) 제조 특별사항 제1항을 지키는 것이다. 이 10가지 특별사항을 새겨놓은 판은 메주곳간 입구에 잘 보이도록 달려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꼭 지키기 위한 맹세라는 것을 비뚤비뚤한 글씨에서 읽어낼 수 있다.  

 부부가 된장을 담그기 시작한 건 소일거리이자 장은 직접 담가 먹는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직접 담근 거라고 이곳저곳 선물로 보내다보니 다음해에도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들어오고 한 오년을 그러다보니 그 양이 점차 늘어 장독마저 늘리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됐다. 그래서 이왕 할 거 용돈이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에 닿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영업허가를 내려고 보니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부가 영업신고 증서를 받아내는 데는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2010년 5월 14일 영업신고를 마치고 그해 10월에는 사업자로 등록까지 했다. 매년 두 차례 품질검사까지 받는다.

 이 모든 과정들은 부부가 다 해냈다. 배씨가 회계를 평생 직업으로 살아왔고 남해에 와서는 사단법인 한국고령자정보화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오면서 컴퓨터 실력을 길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10년 단골고객만 800세대
 
 부부가 확보하고 있는 도시의 단골고객은 800세대나 된다. 일반 된장보다 조금 비싸도 한번 고객이 된 사람들은 떠나는 법이 없다. 이는 100% 순 우리 콩으로 장삿속 없이 정직하게 만드는 명품이라는 신뢰가 쌓인 덕이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도 `100% 우리콩으로 만든 남해섬 할매 된장`이 됐다.

 정식으로 허가를 얻자 군내 학교급식 장류 공급처가 되었고, 창원 세코 특산물 명품코너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게 됐다. 명품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노동력을 잃지 않는 이상 부부는 생계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부부는 지난 10년간의 된장 간장 제조일지를 일일이 기록해놓고 있다. 이를 테면 간장 된장을 가장 맛있게 만드는 제조법을 적은 `레시피(Recipe)`다. 콩 투입량, 메주무게, 물, 소금, 고추씨 투입량, 장독마다 번호를 매겨 메주를 쑨 날로부터 숙성기간, 고객에게 택배를 보낸 배송증표까지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 부부가 이렇게 데이터를 기록하는 이유는 고객들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것이 첫째지만 힘이 달려 더 이상 장을 담글 수 없게 될 때 누군가 이 사업을 잇고자 한다면 희식품만의 고유한 장맛을 잃지 않도록 그 제조법까지 넘겨주겠다는 뜻이 그 진짜 이유다.       

 배명복·전경희 부부의 사례는 귀촌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아니 그들뿐만 아니라 현재 환갑을 넘어 노령의 길로 들어서는 남해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마을 단위로 장을 담가 파는 협동조합형 마을기업을 만들고자 할 때도 좋은 견학처가 될 것이다.

 배 전 부부가 오래도록 건강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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