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만드는 오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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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만드는 오늘의 의미
  • 남해타임즈
  • 승인 2014.01.02 15:37
  • 호수 3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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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를 읽고 -

▲ 장 현 재
| 상주초 교사 |
| 본지 칼럼니스트|
 말복을 지난 팔월의 태양이 대지를 불태울 기세다. 이런 더위에 땀을 훔치며 묵묵히 하수도 배관 공사를 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며칠 전부터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그래서 위층 화장실 바닥을 해부하기로 했다. 해머드릴의 진동과 파열음이 더위를 더하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비지땀을 흘리는 아저씨를 보니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덥고 힘들지요?" 냉수 한 병을 내밀자 "이게 원래 제 일인데요"라며 감사를 표한다.

 산다는 것! 어쩌면 지금이라는 여러 형태가 씨줄과 날줄로 오늘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지금 최선을 다하면 행복은 가까이서 미소를 짓지만, 수시로 고개를 내미는 게으름은 행복을 밀어내기 일쑤다. 이런 의미를 되새김 해준 책이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 준 한마디`였다. 책 제목과 지은이를 본 순간 칠 년 전 펴낸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한마디`에 마음을 얻었기에 망설임 없이 읽어 나갔다.

 지난 2월말이었다. 치매로 어머니를 여의고 십오 년 동안 홀로 지내시던 아버지께서 아흔을 눈앞에 두고 뇌출혈과 신장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장례 기간 내내 주말도 없이 종종걸음 친 상흔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하지만 그후 찾아온 허전함은 불안과 공허, 망상이 우울증을 동반하여 마음의 근간을 흔들기도 하였다. 이런 흔들림을 잠재우고 마음을 다독여 준 책이 바로 정호승의 산문집이었다.

 이 책이 던져준 치유의 깨달음은 두 가지이다.그 첫 번째 속삭임은 `미래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다`에 나오는 세 나무 이야기였다. 산속에서 자라고 있는 세 그루 나무는 각자 보석함과 세상을 돌아다니는 커다란 배,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게 자라 신께 영광을 드리는 나무가 되는 소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보석함이 되기를 원했던 나무는 마구간 여물통으로, 아름다운 보석상자가 되기를 원했던 나무는 어부가 타는 작은 배로, 신께 영광을 드리고 싶어 한 나무는 잘려 통나무 더미에 던져져 낙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림이란 시간이 흐른 후 여물통은 메시아를 담은 보물상자로, 작은 고깃배는 갈릴리 호수에서 사람에게 진리의 말씀을 전하는 낚싯배로, 통나무 더미에 던져진 나무는 골고다 언덕에서 못박히는 십자가로 구세주를 모시는 영광을 입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서두름의 욕망으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불안한 나날을 사는 사람에게 좋은 치료제가 된다.

 흔히 현재는 미래로 가는 과정이고 징검다리라고 한다. 생전에 어머니께서는 욕망이 많을수록 근심 또한 많아진다 하시며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 있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되새겨보면 이 말은 다가오지도 않은 걱정을 가불해서 안절부절못하는 일은 참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일깨워 준다.

 우리는 항상 걱정하며 산다. 카드결재 날이 언제지, 무슨 약속을 했더라, 결혼기념일이 얼마 안 남았네 등 뒤에 일어날 일들을 가불하여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도록 걱정하며 마음에 3도 화상을 입히고 있다. 이런 지금의 잘못을 바로잡는 처방은 바로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미래를 가불해서 살면 미래 또한 그만큼 줄어들며 미래는 선택의 마약이다`라는 구절이었다.

 두 번째 두드림은 `지금이 바로 그때다`였다. 여기에서 강조한 지금의 의미란 무엇일까? 정호승 시인은 노모께서 병들었을 때 소금 부족이란 진단을 받고 소금을 드시고 나았다고 한다. 그래서 노모를 살린 소금이 제일 귀한 줄 알았는데 그 보다 더 귀한 것은 소금도 황금도 아닌 지금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말에 공감을 더하는 것은 현재의 순간을 신나게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생이란 기차는 왕복승차권이 필요치 않으며 `지금이 바로 그때이며 삶은 미래가 아니다.`라는 법정 스님의 말처럼 매 순간의 쌓임이 세월을 깁고 생애를 이루며 진정한 행복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을 꿈꾼다. 이를 성취하기 위해 지금에 욕망을 덧씌워 순간의 행복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함경에서 `과거를 따라가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며 한번 지나간 것은 이미 버려진 것이므로 현재의 일을 자세히 잘 살피고 익혀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금과옥조의 글을 읽으면서도 지천명을 바라보는 시점에 할 일을 자주 미루며 아직 급하지 않네, 이건 내일 해야지 하며 얼버무리는 자신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지금의 최선! 참 중요한 말이다. 과거는 구체성을 지닌 유형의 존재지만 미래는 구체성이 없는 무형의 존재이다. 내 인생에서 수없이 많은 오늘도 마지막이 될 수 있으며 삶은 모든 순간이 첫 순간이고 마지막 순간이며 유일한 순간임을 알아야 한다.

 부모님을 모두 여읜 지금 내 이름을 어질 현(賢), 있을 재(在)로 지은 뜻을 다시 생각해 본다. 이는 지금에 최선을 다하라는 깨우침이다. 추사 김정희는 한일자를 십 년 쓰면 붓끝에서 강물이 흐른다고 하였고 칠십 평생 벼루 열 장을 밑창 내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한다. 이는 미래를 끌어당겨 걱정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란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처서를 지나자 풀벌레와 귀뚜라미의 합창이 밤공기를 쓰다듬는다. 이런 가을의 전령사들도 오늘 일에 충실하였기에 서늘함이란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어려울 때, 위로가 받고 싶을 때 제일 가까이서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행복 이야기가 이 책이 아닐까 한다. <끝> 

(2013 대통령기 제33회 경상남도 국민독서경진대회 일반부문 최우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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