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시대 개막! 물 만난 해랑이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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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시대 개막! 물 만난 해랑이농장
  • 김광석 기자
  • 승인 2014.01.09 10:50
  • 호수 3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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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기자의 `부자 남해의 꿈을 긷는 두레박` - (9) 군내 유일 토마토 생산농장 '해랑이농장'

(9)군내 유일 토마토 생산농장  `해랑이농장`
우리군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기 위해서는 지역 내 농수임축산물의 부가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가슴은 뜨거워야 한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땀방울, 그들의 숨소리와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함으로써 그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남해시대신문이 그 현장으로 달려간다. <편집자 주>



▲ 해랑이농장의 브랜드디자인.
박찬성 씨, 15년째 토마토 농사에만 전념, 이젠 `박사` 온열비용 낮추려 자가펠렛 생산시스템 갖추기에 도전

▲ 15년째 유리온실농장에서 친환경농법으로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는 박찬성 해랑이농장 대표.
 설천면 동비마을 큰길가에 자리 잡고 있는 해랑이농장은 군내에서 유일하게 친환경 토마토를 재배하는 유리온실 농장이다.

 김영삼 정권은 거세게 물아 쳐오는 세계자유무역협정체제를 거부할 수 없게 되자 농업구조개선을 한다면서 농업에 98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 때 그 정책자금의 일부는 들판에 유리온실로 들어섰다. 해랑이농장 역시 96년 그 때 세워진 여러 곳의 유리온실 중의 한 곳이다. 그해로부터 18년째가 되는 오늘, 과연 몇 동의 유리온실이 살아남아 가동되고 있을까? 군내에는 겨우 한두 동의 유리온실만 살아남았을 뿐 대부분의 유리온실은 빈 채로 방치되고 있다. 해랑이농장은 살아남은 유리온실농장 중 하나다. 그것도 튼실하게.
 
살아남은 유리온실농장
 
 당시 의욕에 넘쳐 유리온실을 지었던 농장주들 대다수는 얼마 못 가 농업을 포기하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서 고뇌했다. 그들은 시공업자들의 날림시공을 보완하느라 막대한 추가비용을 들여야 했고, 1년 만에 닥친 IMF 외환위기로 치솟은 유가는 생산비를 감당할 수 없게 했다. 이러한 악조건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농장주 한 사람의 우직함밖에 없었다.

 해랑이농장을 가꿔온 박찬성(58년생) 씨가 바로 그 우직함으로 버텨온 산 증인이다. 어떤 악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우직하게 버텨온 박찬성 씨의 영농일지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유류비를 아끼려 그는 나무보일러를 설치해 온열비용을 감당했고, 날림시공을 한 시공업자를 상대로는 입에 칼을 물고 싸웠다.

 그런 한편 소득이 생기면 날림시공 된 유리온실의 허점을 한 가지씩 보완해 나갔다. 급수와 환기, 그리고 온열시스템, 온실 내 힘든 작업공정들을 자동화하는데 투자해 나갔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유리온실농장을 살리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는, 그는 진짜농민이었기 때문이다.   
 
진짜농민 박찬성  
 
 온실 안으로 들어서니 토마토 그루 줄기마다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가 마치 사람을 반기는 듯 웃고 있었다. 공중에서 내린 줄에 집게로 줄기를 매달아 올린 토마토 줄기는 사람 키보다 커 박찬성 씨가 어디쯤에서 일하고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줄기의 아래쪽에서부터 빨갛게 볼이 익어가기 시작한 토마토는 줄기의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알이 작아져 끝에는 녹색구슬 같은 열매를 달고 있었다. 줄기마다 이제 갓 입을 벌린 노란 꽃이 수없이 피어있고 그 꽃에는 제법 큰 벌이 열심히 꽃가루를 빨아대고 있었다.   

 한창 적엽작업(한 그루에 12잎 정도만 남기기 위해 필요 없는 순을 제거해주는 작업)을 하고 있던 박찬성 씨가 인기척에 놀라 쑥 모습을 나타냈다. 라디오 볼륨이 커 불러도 대답이 없던 그가 해죽 웃으며 반긴다. 해랑이농장의 유리온실 면적은 900평, 실재배면적은 710평, 평당 6주를 심어 총 4200주의 토마토가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많은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친환경농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온실의 중간쯤에 벌통이 여러 개 놓여 있었고 벌들은 바쁘게 제집을 드나들고 있었다.
 
친환경 토마토
 
▲ 꽃가루를 빨고 있는 벌. 수정을 위해서는 이렇게 벌들이 열심히 일을 해주어야 한다.
 해랑이농장은 수경재배법 원리로 토마토를 기른다. 파종은 8월 초순, 인큐베이터처럼 최적화한 모판을 사용한다. 첫 상품은 약 100일 만인 11월 초부터 조금씩 나오기 시작해 이듬해 3월부터 7월까지 본격적으로 출하한다. 연간 평균생산량은 50톤~70톤에 이른다.

 토마토는 15℃~27℃를 유지해야 하는데 해랑이농장은 24±2℃를 항상 유지할 수 있는 자동온도제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모두는 박 씨가 15년 이상 시행착오를 거치며 직접 기술력을 축적한 것이다. 토마토에 관한한 나보다 더 많이 아는 박사는 없을 것이라는 게 박 씨의 말이다. 박 씨는 초기 한두 해는 오이나 파프리카를 재배했다. 박 씨가 토마토로 전환한 것은 소득의 안정성 때문이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를 노린 것이다. 박 씨의 전략은 주효했다. 15년이 넘는 장기재배를 하자 판로 또한 안정적으로 확보됐다고 한다.

 해랑이농장의 토마토는 식감과 식미가 최고급인 남미 원산지인 메디슨 품종이다. 생산량의 절반은 서울 가락시장에, 절반은 군내시장(택배 포함)에 낸다고 한다. 군내 공급가격은 가락시장의 경락가를 적용한다. 2천원부터 시작해 가장 가격이 좋을 때인 3~4월에는 1kg에 5천원까지 값이 치솟는다. 사람들이 토마토를 가장 많이 먹는 5월부터는 해랑이농장이 생산하는 거의 전량을 군내에서 소화한다고 한다. 군내 과일 소매점이 바깥에서 들여올 때 드는 물류비보다 더 싸게 공급해주므로 선도와 가격 면에서 군내 소매점이 해랑이농장의 토마토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로컬푸드시대여! 어서 와라
 
▲ 11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연중 생산되는 해랑이농장의 친환경 토마토.
 해랑이농장은 최근 몇 년 토마토 가격이 하락해 어려운 시기에 직면했을 때 남해교육지원청과 협의해 군내 학생들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활로를 모색한 적이 있다. 일종의 로컬푸드체험프로그램이다. 박 씨는 이제 최근 새롭게 열리기 시작한 로컬푸드운동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로컬푸드운동이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소비해줌으로써 농민이 더욱 안정적으로 좋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소비자운동을 말한다. 이는 학교급식이 전일화하면서 우리아이에게 안전한 식품을 먹이고 싶은 학부모들의 마음으로부터 새롭게 시작된 운동이다.

 남해의 아이들에게 먹일 토마토는 내가 책임지고 생산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 것은 진짜 토종 농사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박 씨의 자연스런 바램이다. 군내 유일한 토마토 전문농장으로서 로컬푸드운동의 시범케이스가 될 수 있는 선명성 효과도 박 씨의 소망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          
 
생산비 절감, 펠렛에 답이 있다

 토종 농사꾼 박 씨는 최근 관심을 펠렛(우드칩)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유류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도 펠렛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생산비를 훨씬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는 고유가 위기를 나무보일러로 대처해 이겨낸 바 있다. 나아가 군내 깐마늘 공장에서 나오는 마늘껍질이나 멸치액젓을 담그고 난 찌꺼기 같은 부산물들은 좋은 유기질비료의 재료가 된다. 박 씨는 이것을 유기질비료로 만들어 토마토농사에 쓰는 지역순환농법을 실천하려고 한다. 이처럼 박 씨는 새로운 농법에 끊임없이 연구하고 또한 도전하고 있다. 지역순환농법과 로컬푸드시대를 앞장서서 접목하고 있는 해랑이농장이야말로 부자남해의 꿈을 깃는 희망의 두레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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