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종묘회사마다 신품종 공급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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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묘회사마다 신품종 공급 각축전
  • 김광석 기자
  • 승인 2014.02.06 11:41
  • 호수 3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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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기자의 '부자 남해의 꿈을 긷는 두레박' (10)남해시금치 종자문제 그 진로는?

연작피해 막을 내병성 강한 품종으로 전략적 선택이 중요,
해성씨드플러스 `사계절` 대체할 신품종 가칭 `보물` 시범포 공개


 지난 2006년부터 마늘농사를 대체할 겨울작물로서 시금치농사가 급부상했다. 2007년부터 시금치재배면적이 매년 100헥타르 이상 증가하다가 급기야 2012년에는 마늘재배면적을 능가했다.

 남해농업이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요인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시금치농사가 마늘농사보다 일손이 덜 가는 반면 좀 더 짧은 기간에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이점 때문일 것이며, 최근 몇 년 시금치 가격이 치솟아 소득 면에서도 결코 마늘에 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2012년 남해시금치농업 소득은 300억 원이 넘었다. 이렇게 단기간에 시금치를 남해의 새로운 대체작물로 자리 잡게 만든 주역은 남해군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에 힘입은 보물섬클러스터농협공동조합법인의 전국유통망 개척이었다. 보물섬클러스터는 다른 주산지에서는 해내지 못하는 세척과 단묶음을 통해 이마트와 홈플러스, 농협유통, 롯데마트 등 전국 체인망을 가진 대형유통점 입점을 성사시켜 냄으로써 보물섬 남해시금치의 브랜드 파워를 단기간에 키워냈다. 또한 이를 보이지 않게 뒷받침한 주역은 사계절이라는 종자를 남해에 우선적으로 공급함으로써 품종단일화를 가능하게 했던 애향기업인 종묘회사 해성씨드플러스였다.

 사계절은 소비자들에게 시금치답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잎의 결각이나 당도에서만큼은 따라올 종자가 없었다. 엽육의 두께나 크기가 단 묶음을 하기에 좋아 남해에는 딱 맞는 품종이었다.  
`남해초`의 급부상
 
 그러나 이러한 사계절 종자의 장점이 남해초의 브랜드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최고의 효력을 발휘한 것은 지난해까지였다. 올해 공급받은 사계절 종자가 일부지역에서 싹을 틔운 뒤에 정상적인 성장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 일을 당한 농민들이 사계절 종자가 믿을 만한 것인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일어나면서 지역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내병성의 저하로 인한 농사의 실패, 변이종 출현율의 상승 등 연작으로 인한 퇴화현상이 이 종자에 시작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게 됐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올해 시금치 가격이 크게 하락함으로써 농민들은 불만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엄격히 보면 시세는 그해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농민들이 그것까지 종자회사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진짜 문제는 토양환경과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른 종자 그 자체가 가지는 단점과 한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전에 없던 종자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되자 이 틈을 비집고 다른 종묘회사들이 남해시장을 뚫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제농이 지원한 `JN-1(가칭 신동초)`라는 종자를 가지고 남해읍 곡내마을의 김옥근 씨가 재배해온 시범포를 공개한 사례는 이미 본지가 보도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종묘회사들이 군내에서 다양한 시범포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최근 어느 농협 경매인이 설천면 동비마을 강호칠 씨가 재배한 또 다른 종묘회사의 시금치를 사서 서울 가락시장 경매에 낸 결과 올해 남해시금치 중 최고시세인 600g 1단에 4,800원이 넘는 값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락시장 도전할 내병성 강한 신품종은

 흔히 알려진 바로는 결각이 뚜렷하고 안토시안의 발현으로 줄기에 약간 붉은 색이 도는 사계절의 경우 부산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높은 가격을 받는 반면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정반대로 취급받는다고 한다. 이는 곧 가락시장에 낼 것이냐, 부산시장에 낼 것이냐에 따라 품종의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강호칠 씨가 그 구체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거친 도전에 시장을 빼앗길 수 없는, 그동안 사계절 종자를 독점 공급해온 애향기업인 해성씨드플러스도 동남해농협시금치작목반장인 이동면 초양마을 최태민(사진1) 씨를 통해 재배해온 새로운 품종의 시범포를 지난달 22일 공개했다. <사진2>

 이날 최 씨의 신품종시범포 공개설명회는 기존 사계절을 공급해온 해성씨드플러스가 개발한 신품종이라는 점에서 많은 농민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날 현장에는 농업기술센터 담당부서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올해 농사를 망쳐 사계절 시금치 종자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된 농민들도 참여해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바람에 해성씨드플러스의 신품종인 `가칭 타카라(우리말로 보물)`에 대한 정보가 오히려 더 많이 공개되기도 했다.

 우선 해성씨드플러스측은 사계절의 노균병레이스(내병성)마크좌표가 4~5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노균병레이스는 1~14로 구분하는데 수가 클수록 내병성도 크다. 신품종인 가칭 타카라의 경우 노균병레이스가 10~11이라고 한다. 이는 남해의 토양환경이 사계절의 노균병레이스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작물이든 연작기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병원균의 토양적응력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그에 따라 내병성이 큰 종자를 끊임없이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물`이라는 신품종은?
 
 최 씨 시범포의 경우 작년 10월 15일 거의 동일한 조건에서 파종한 윗배미의 사계절 포장과 아랫배미의 타카라 포장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타카라의 포장을 울창한 숲에 비유할 수 있다면 사계절 포장은 논바닥에 엎드려 붙은 누런 잎처럼 보였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타카라의 뿌리는 튼튼하고 잔뿌리도 많다. <사진3> 그만큼 발아력과 생장력이 강하다는 말이다. 사계절의 장점인 결각과 당도를 유지하면서도 엽육의 두께는 두껍고 잎이 크기 때문에 생산되는 양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고온에서의 성장은 빠르고, 생장기에 따라 점점 줄기가 붉어지는 현상인 안토시안의 발현율은 상대적으로 늦다고 한다.  

 "이미 4년 전부터 타카라 종자로 시범포를 재배해봤다"는 최 씨는 "남해시금치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품종의 단일화를 꾀해야 한다면 타카라가 대체 품종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했다. 물론 (주)제농의 가칭 신동초와도 비교해봤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시금치농사에서만큼은 자타가 인정하는 농사꾼임을 안다면 흘려들을 이야기는 결코 아닐 것이다.
 
품종경신 그 속도는?
 
 종묘회사가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 데는 오랜 기간의 연구와 투자를 필요로 한다. 해성씨드플러스측은 타카라의 경우 내년에는 남해에 필요한 종자의 15%정도, 2016년에는 35%정도, 그 이후에는 전량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기간 동안에는 사계절 종자와 병행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보물섬남해시금치는 새로운 품종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종자의 개량과 함께 그동안 홍수출하를 예방할 시차파종, 가락시장의 공략방법, 또 다른 대체작물의 개발 등 남해시금치농업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농민, 농협클러스터공동조합법인, 행정, 그리고 애향종묘기업이 다시 한 번 4위1체의 위력을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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