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가격 하락을 막을 방법은 지난해 마늘 시장에서 격리, 수매물량과 수매가격 조정, 농산물생산비지원조례 제정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저는 남해에서 마늘농사와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사꾼입니다. 또한 이곳에서 어머님을 모시고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 세 아이를 두고 있는 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입니다.
지난 해 우리 마늘재배 농민은 가격이 반 토막 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kg당 4000원 정도 하던 마늘값이 2000원으로 뚝 떨어져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고스란히 우리 농가의 가계부담으로 돌아와 자식공부는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 보다 더 심각한 마늘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하니, 무럭무럭 자라는 마늘을 마냥 기쁘게만 볼 수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마늘의 공급과잉을 예상하고 대책을 세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책이 실패로 돌아와 오히려 마늘 재고량만 늘려 수확기 마늘값을 떨어뜨리고 있는 실정이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 국내산마늘의 자급률은 85%정도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리 국민만 먹어도 모자라는 형편이지요. 그런데 창고에는 국내산 마늘이 쌓여있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산 생산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수입을 허락하는 정부의 잘못된 수급조절 정책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지금은 이 재고량 때문에 앞으로 2~3년간의 마늘 가격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리게 된 것입니다. 지금 마늘가격의 하락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2013년산 마늘을 시장에서 완전하게 영구 격리시키는 것입니다. 창고가 비어야 새롭게 수확되는 마늘을 넣을 수 있을 것이고, 산지 유통도 활발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또한 마늘을 비롯한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농산물에 대한 수매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지난해 절반으로 떨어진 마늘 가격의 하락에서부터 건고추, 배추, 무, 대파, 청양고추, 그리고 양파와 감자 또 다시 마늘가격의 하락으로 모든 농산물들이 연쇄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기초농산물에 대한 수매제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일단 마늘은 지난해부터 수매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 양이 턱없이 모자란 실정입니다. 전체 생산량을 기준으로 놓고 보더라도 채 5%도 안 되는 수량을 수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매가격 또한 생산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책정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큰 실정입니다. 수매량은 최소한 생산량의 10%선으로, 수매가격은 현지 농민들의 최소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작지만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지난주 마늘가격 대책회의에서 제기되었던 농산물최소생산비지원조례를 하루라도 빨리 만드는 것입니다. 언제 이루어질지 모를 정부의 대책만 기다릴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당장 올해 마늘 가격의 폭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남해군은 조례를 제정하여 최소한 일부라도 농가에 직접도움이 되어 영농의욕을 잃지 않게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 농민들의 요구는 너무나 소박합니다. 최소한 내가 생산한 자식 같은 농산물이 최소한의 생산비라도 받으며 안정적으로 팔 수 있게 되길 바랄뿐입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우리 국민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삶의 뿌리, 국민의 생존을 책임지는 생명산업, 이 농업이 계속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