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을 약속할 수 없지만 우산을 주는 남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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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을 약속할 수 없지만 우산을 주는 남해인
  • 남해타임즈
  • 승인 2014.06.24 11:05
  • 호수 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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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칼럼니스트
여행가
 무슨 일이든 시작과 끝이 있다.

 아픔의 시기도 어려움의 시기도 끝이 깔끔해야 또 다른 시작을 할 수가 있다.

 선거판이란 한 명의 성공에 여러 명의 실패자가 생기는 일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계속 실패자로만 남는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는 사회로 남을 것이다.

 앨버트 엘리스라는 심리학자의 말을 인용하면 "당신의 인생을 가장 최고로 만드는 방법은 자신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라고 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시인 중 정호승 시인도 ` 봄길` 이란 시에서 아래와 같이 썼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중략>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하략>

 조선 현종 때 정학유가 쓴 농가월령가에는 농사일의 끊임없는 시작이다.

 그는 한 가지 일이 끝나는 곳에 다시 다음 농사일을 시작해야하는 윤회, 입춘부터 시작하는 일년 24절후마다 새로운 할 일이 등장하고 다시 일년이 돌아오는 순환의 과정을 그렸다. 이제 그 농가월령가 오월령의 중반인 하지가 가까웠다.

 룗고려사(高麗史)룘에 따르면 하지 기간 15일을 5일씩 끊어 3후(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차후(次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侯)에는 반하(半夏)에는 덩이뿌리에 알이 생긴다고 했다.

 단오를 전후하여 시작된 모심기가 하지 무렵이면 모두 끝나게 된다.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될 예정이다.

 비(雨)에 대한 관심은 이미 단군신화에 나타나 있다. 환웅이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등 세 신은 모두 비에 관한 신이니, 비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관심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농작물은 물을 필요로 하며, 물은 곧 비를 의미한다. 특히 농업의 주종을 이루는 벼농사의 원산지가 고온다습한 동남아시아 지역이고, 우리나라는 주로 장마철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하지 이전에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아 마을마다 기우제를 지냈다.

 특히나 남해의 다랭이 논들에는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더욱 기우제를 정성껏 지냈을 것이다.

 세월이 좋아져서 물 걱정은 줄어지자 기우제의 풍습도 사라져 가고 있지만 장마에는 미리 대비하여 비 피해가 없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보물섬 남해 사람들은 손님을 위해 맑은 날을 약속할 수 없지만 그 손님을 위해 우산을 내어 줄 수 있는 서비스의 달인이 되어야만 할 사람들이다.

 한여름 성수기 내내 남해를 찾는 손님들에게 남해의 아름다운 이름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일이다.

 특히 태풍 피해가 큰 도서지방이니 늘 유비무환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할 일이다. 농사일은 자칫 게으름을 부려 파종 시기를 놓치거나 거름을 제대로 넣지 못했거나 약을 제 때에 치지 못했을 때 실농을 하게 되면 그건 전적으로 농부 자신의 책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농부들은 하늘을 탓하지도 않고 땅을 원망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내년엔 다시 그렇게 하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그러다가 마늘이 비싸다고 내년에도 모두 마늘을 심어 실패하고, 시금치가 비싸다고 내년에도 시금치를 심어 손해를 본다 해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농부도 그런 자세를 취하는데 하물며 큰 뜻을 품은 정치가들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한마디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때 그들 인생의 최고의 날이 아마도 오게 것이다.

 내 탓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그들은 성장이 아니라 거룩한 성숙을 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시작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정치가들에게 우리의 꿈을 얹어 보자 그들이 힘껏 일할 수 있도록 긍정의 눈으로 지켜보자. 그래야 참으로 존경받는, 역동적으로 일하는 지도자를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가게 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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