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에서 행복으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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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서 행복으로, 경쟁에서 협력으로
  • 남해타임즈
  • 승인 2014.07.28 12:58
  • 호수 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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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전 교장의 학교이야기

상주중 교장
 교육의 본래 목적은 `다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시험 성적으로 등수를 매기고, 그것으로 상급학교 진학을 하고, 더 나아가 좋은 직장을 구하고……. 이런 모든 일들은 행복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할 뿐 그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의 교육은 언제부터인가 수단이 목적의 자리를 차지해버렸고, 목적은 수단의 위치로 떨어져버렸다. 우리 교육의 비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것이다. 한국의 교육은 `학력 경쟁`도 아닌 `성적과 학벌 경쟁`에 매몰되고 있다. 교육의 본래 목적이 상급학교 진학에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철옹성처럼 단단한 `입시교육의 우상`을 그대로 둔 채 `창의 인성교육`을 강조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설립자 양희규는 `성공중심의 교육관`에서 `행복중심 교육관`으로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주장해왔다. 이제부터는 아이들에게 "성공하라, 위대한 사람이 되라! 훌륭한 사람이 되라!"라는 말 대신 "지금 행복하자!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말하자는 것이다. 교육의 지향점은 행복이지 성공이 아니다. 성공은 극소수의 사람만 쟁취할 수 있는 것인 데 반해 행복은 누구나 의지를 갖고 노력하기만 한다면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누구든 노력하면 `행복`할 수 있다"라는 말 대신 "누구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에 더 익숙하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성공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절대다수는 성공을 이루는 데 실패한다는 사실을 애써 부정하고 있다. 우선은 자기 자신을 속이고,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는 셈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교육을 일삼고 있다. 끊임없이 경쟁을 부추기고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도록 가르치고 부추기는 교육을 어찌 제대로 된 교육이라 말 할 수 있을까? 인간은 본성상 가만히 두어도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끊임없이 경쟁을 조장한다면 어찌 행복교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치원에 입학하기 무섭게 조기교육 바람을 맞기 시작하고, 초등학교에서부터 사교육 열풍에 휩쓸리고, 너도나도 일류중학교, 일류고등학교, 일류대학교를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도록 채찍질하는 무한경쟁 시스템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여기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소위 `일류`가 되고, 중도에 떨어지는 사람은 `이류`나 `삼류`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두려움과 열등의식을 조장하며 학교와 사회를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만들어놓았다. 고려대 강수돌 교수는 결국 이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팔꿈치`로 서로를 툭툭 치면서 밀어내는 `팔꿈치 사회`를 만들어놓은 게 바로 오늘의 한국사회라고 말한다.

 `꿈과 감성을 일깨우는 행복교육`의 첫걸음은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리게 만드는 무한경쟁시스템이라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용기 있게 내려오는 일이다. 이 시스템은 오히려 저마다 타고난 끼를 죽이는 시스템이고, 각자가 간직한 꿈과 열정을 식게 만드는 `실패한 교육`이라고 본다. 옆 사람을 팔꿈치로 밀어내는 살벌한 교육이 아니라 다 함께 손잡고 우정을 꽃피우게 하는 따뜻한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며 우리 모두를 행복에 이르게 하는 교육이다.

 인간은 굳이 가르치지 않아도 경쟁 심리를 타고난다. 그런데 그것을 더욱 부추기고 조장하는 것이 과연 학교교육에서 할 일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 근대 국가주의 교육이 만들어낸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힘껏 노력할 때가 되었다.

 21세기를 협력과 상생의 시대라고들 하지 않는가? 국가 경쟁력 또한 협력의 결과이지 잘난 사람 혼자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나와 다른 존재를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새로운 교육`이며 `대안교육`이다. 21세기의 학교에서는 바로 이런 가치와 철학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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