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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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판타지
  • 남해타임즈
  • 승인 2014.08.11 11:16
  • 호수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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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국군 장정과 훈련병과 장병을 위하여 -


창선면 독자
대한민국에는
세 부류의 남자가 있다
제 발로 짬밥통을 걷어찬 남자와
의도와는 달리 짬밥을
못 먹은 남자와
그대처럼 군대 짬밥을
먹은 남자이다
각설하고 그대가 병역을
신성시하든
사람의 아들임을 자책하든
갈 길은 멀다
그대는 거칠고 험한 인생의
훈련장에서
이제 겨우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그러니 세상에 떠도는 모든 편견과
세상에 대한 모든 원망을 내려놓고
그대의 건강한 심신에
무조건 감사하라

오늘의 그대가 존재하기까지
지나온 모든 순간을 되짚어 보라
마누라와 새끼 춥고 배곯지 않게
총칼 없는 혹독한 생활 전선에서 
온갖 수모 견뎌 낸 아비를
기억하라
살림 건사 자식 건사에 투신하여
군번도 없이
그대 나이만큼의 세월을
베테랑 전투병처럼
살아온 어미를 기억하라
이제껏 그대를 말없이 수호해 준
밤하늘 뭇별만큼의 숱한 인연과
우주의 오묘한 섭리에 감사하라

지금 이 순간 그대 곁을 지키는
땀에 젖은 전우의 얼굴을 보라
함께 먹고 자고 달리고 뒹굴며
함께 체온을 나눌 전우가 있음에
그대 결코 혼자가 아님을 기억하라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병역의무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그대 또래의 청춘들을 기억하라
이 시간 이후로 그대 엄마만 빼고
군대를 우습게 아는
세상의 여자들과는
단 한 마디의 말도 섞지 말 것을
명한다

엉겁결에 군대에 끌려왔대도
상관없다
그대가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하여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온 국민은 그대에게 깊이 감사하며
그대의 영원한 지지자임을
기억하라
태어나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육체적 정신적 극한 상황을
극복하고
스스로 정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라
639일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군인다운 패기와 열정으로
중무장하고
그대의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하라

어느덧 그대도 군문을 졸업하고
삶의 각축장에서 부대끼노라면
맥없이 지치고
힘 빠질 날 있을 게다
그때 행여 흩어진 군대의
추억 속에서
작열하는 칠팔월 삼복의 태양 아래
전투복에 허옇게 피어난 소금꽃과
군화 속 물컹한 물집을 기억하라
병영 안에서 활짝 핀
끈끈한 전우애와
구릿빛 가슴팍에서 빛나던 명예도
기억하라
그대 진정 오욕에 물들지 않은
용맹스런 대한민국 군인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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