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군조 백로,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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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군조 백로, 안녕한가
  • 류민현
  • 승인 2014.08.19 09:25
  • 호수 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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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고 교사
 우리 남해는 백로를 1998년에 지역을 상징하는 새인 군조(群鳥)로 정했다. 지정사유는, "우아하고 고귀하며 순박하고 오랜 세월동안 농민과 벗하여 친근감을 주며, 슬기로운 정성으로 이웃을 도우고 가정과 군민의 화목과 무병장수를 의미하며, 청결 강직하고 주체성이 강하며 끈질긴 근면성이 군민의 기질과 흡사해 화합 단결된 남해인의 참모습을 상징하기 위해 지정했다"라고 남해군청 홈페이지에 친절하게 나와 있다.

 이 새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상징자연물로 정한 곳이 우리 남해 말고 또 있다. 울산이다. 울산의 시조(市鳥)가 백로이다. 그러나 백로를 대하는 두 지방자치단체의 태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울산은 지난 2009년부터 `백로 생태학교`를 운영하여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앞으로도 생태관광 자원으로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울산뿐만 아니라 여주, 무안, 옹진, 영광 등지에서는 백로 도는 그 서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어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보호하고 있다. 노랑부리 백로는 세계에 2000여 마리 밖에 없는 귀한 새이다.

 안타깝게도 남해의 백로는 이름만 군조이지 보호나 활용은커녕 무관심과 방치로 생존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남해에서 백로 서식지는 남해읍 봉황산과 남면 평산이다. 평산 서식지는 거의 파괴가 된 것으로 보인다. 평산과 구미 바닷가의 갯벌이 매립이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매립된 이후에도 매립지 위에 고인 물을 생명줄로 삼아 간신히 버티어 오다가 골프장이 건설되면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금은 백로는 없고 왜가리만 마을 입구에 둥지를 틀고 위태롭게 살고 있다. 

 봉강산 백로도 지금까지 간신히 버티어 왔지만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다. 주된 먹이 공급처인 강진만의 선소 갯벌, 고현면의 성산 갯벌, 서면 서상 갯벌 등이 간척공사로 매립함에 따라 이미 20여 년 전에 큰 위기를 겪었다. 그때부터 서식지 훼손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렸던 백로는 천여마리가 넘던 개체수가 해마다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3~4백 마리 정도로 겨우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다가 최근 매년 백로가 둥지를 틀던 학림사(學林寺) 근처 소나무가 재선충이 들어 베어내고 주위에 있던 다른 나물들도 산사태가 나서 쓰러지자, 작년부터 백로는 학림사 북동쪽 100여미터 위쪽으로 옮겨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금 봉황산 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3년에 시작하여 2015년에 마무리 계획인 `봉황산나래숲공원`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사람들의 쉼터를 위하여 좋은 사업이긴 하나 백로에겐 약도 될 수 있고 독도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대로라면 독이 될까 우려스럽다. 학림사 뒤 백로가 둥지를 트는 나무들 바로 10여m 위로 폭 3m정도 길을 내고 있고, 게다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산 전체 능성이를 따라 길(하늘도로)을 내고 있으니, 학림사에서 위쪽으로 옮긴 백로의 삶터마저도 바람 앞에 선 등불이 된 것이다.

 지난 8월 7~8일에는 전기톱으로 엄청난 굉음으로 온 산을 울리면서 간벌 작업을 하기도 했다. 간벌은 겨울에 해도 된다. 지금은 올해 태어난 백로의 생육기이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되는 시기이다. 조금 지나면 백로는 강남으로 먼 길을 가야 한다.

 지금이라도 남해군조 백로 보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제일 확실한 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하여 보호관리 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선 급한 것은 지금하고 있는 `봉황산나래숲공원 조성사업`에서 백로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이 조성사업의 목적 속에 `백로 서식지 보호`가 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서식지 바로 근처 50m 이내만이라도 큰 길을 내어서는 안 된다. 출입제한을 하면 더욱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행 오솔길을 살리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 공사 시기도 다른 곳은 먼저 하더라도 서식지 근처 공사는 백로가 떠나있는 올 10월에서 내년 2월 사이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조림사업을 통해서 백로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봉황산나래숲공원의 `나래`는 백로를 염두에 두고 붙인 말일 것이다. 봉황산의 `봉황(鳳凰)도 백로를 뜻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백로가 사라진 봉황산나래숲공원은 생각할 수가 없다.

 생태계의 관점에서 보면 한 동물이 멸종하면 40여종의 식물도 따라서 멸종한다고 한다. 전 유엔환경계획사무총장 슈나이너는 "앞으로의 시대는 금융자본 시대가 끝나고 자연자본이 세계경제를 이끈다"고 했다. 백로의 그 활용가치는 무한하다. 백로는 그 자체로 소중한 생명자원이지만, 한걸음 더 나가가 청정지역의 체험 관광 자원으로, 문화예술의 조형과 상징과 축제로 얼마든지 가꾸어 나갈 수가 있다. 문제는 우리의 상상력이 얼마나 열려 있는가이다.     

 남해의 천년 주인 백로를 더 이상 푸대접해서는 안 된다. 사람과 새가 함께 사는 상생의 길을 마련해야 한다. 백로는 남해 군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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