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교육의 본질 회복, 대안교육이 공교육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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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교육의 본질 회복, 대안교육이 공교육 돼야"
  • 김태웅 기자
  • 승인 2014.10.21 11:02
  • 호수 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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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호에 이어>

▲ 거친 흙바닥을 맨발로 걷고 있는 간디고등학교 학생의 뒷모습. 맨발로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간디고등학교에서는 일반학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공부해라`라는 말이 들리지 않는다.

 교육부에서 인가를 받은 관계로 기본적인 국어, 영어, 수학 등 기본적인 수업과 시험은 치르되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 토론식으로 진행하며 시험도 절대평가로써 학생들을 줄을 세우지 않는다. 그래도 매년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은 공부를 `선택`해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다.

 교칙도 학생들 스스로가 만든다.

 학교 이름이 간디인 만큼 `폭력, 음주, 흡연`은 금하고 있으며 나머지 교칙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느껴 학교 측에 제안을 해 만든 것들이다.

 학교 동아리도 학생들이 만들기 때문에 30여개가 넘는다. 3인 이상만 모이면 동아리 창설이 가능하고 6개월간 운영이 되면 정식 동아리로 학교에서 인정을 해주고 있다. 또, 간디고 학생들은 자기 자신과 의견을 표현하는데 능숙하다. 토론식 수업방식 외에 간디고 학생들은 `주를 여는 시간`과 `식구 총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사표현력을 기르고 있다.

 주를 여는 시간은 매주 월요일 아침, 학생과 교사가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관심사, 고민 등을 함께 나누고 공감하는 스토리텔링의 시간이다.

 식구 총회는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로, 매주 한 번 모여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건을 해결해 가고 서로의 의견을 모아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방임이 아니라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며, `입시`가 아닌 전인성과 공동체성을 추구하는 교육 철학으로 간디고등학교는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간디고는 평균 4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으며 대부분 수도권 지역의 학생들이 진학을 해오고 있다. 기존의 교육에 지쳐 대안교육에 눈을 돌리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남호섭 교장의 설명이다.

 남호섭 교장은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교육이라는 톱니바퀴에 끼여 살고 있다. 행여나 떨어져 나올까봐 불안한 것이다. 그 톱니바퀴에서 벗어나면 다양하고 많은 길이 보인다"며 대부분이 기존의 공교육을 통해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으로 진학하고 소위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난다는 불안감에 쉽게 대안교육, 학교를 선택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졸업 후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우려에 대해 남호섭 교장은 "본교 교육과정 대부분이 대인관계형성, 협동심을 기르는 훈련이다. 학생들은 자신과 `다른 것`을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안다"며 "간디고 졸업생들은 소위 말하는 `높은 자리`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어느 조직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학교의 모태 공립 대안학교 `태봉고`
 
▲ 태봉고 학생들의 토론식 수업 장면.
▲ 태봉고 학생들의 공동체 회의 모습.
 마산합포구 진동면에 위치한 공립 `태봉고등학교`도 간디고등학교와 같은 대안학교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태봉고등학교는 지난 2010년 설립 인가를 받아 폐교된 태봉초등학교에서 전국 최초의 공립 대안 고등학교로 탄생했다.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 육성`이라는 교육지표 아래 기본교육과정과 다양한 특색과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14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으며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이 학생들 역시 대안교육의 특성상 매우 자유롭고 그 자유로움 속에서 책임감과 스스로 자신의 적성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지시`나 `권위` 없이 동등한 입장에서 함께 부대끼며 생활하고 있다. 올 초 태봉고등학교로 전근해 온 한 교사는 일반학교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자율성`과 `기다림`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봉고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와 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동한다"며 "교사들은 성적이나 학습의 결과물을 재촉하지 않고 학생들이 어떤 것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깊은 인상을 받았던 한 일화를 소개했다. 태봉고도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안건을 처리하는 공동체회의를 매주 진행하고 있는데 한 번은 음주를 한 학생에 대한 전교생의 회의가 진행됐단다.

 마치 법정과 같이 음주 학생에 대한 변호, 처벌 등 학생들의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음주를 한 학생이 남해군내 사찰에 3000배를 하겠다고 결정해 마무리 됐다고.

 그는 "교원의 권위를 내세워 지도하거나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잘못을 스스로 깨우친다"며 "태봉고의 교육방침은 현재 경남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의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태봉고의 초창기 구성원인 한 교사는 "대안교육의 핵심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현재의 공교육 속에서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길`을 찾기보다 무조건 공부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앞으로는 대안교육이 공교육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호에 계속>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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