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변화에 직면했다 ‘기업농ㆍ대농’에서 다시 ‘중소농협업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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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변화에 직면했다 ‘기업농ㆍ대농’에서 다시 ‘중소농협업농’으로!
  • 이충열 기자
  • 승인 2014.11.25 20:24
  • 호수 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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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의 역습 ; 지속가능한 농어업 구조로 전환

기획취재(1) 

WTO 협정 이후 한-미 FTA를 비롯해 최근 한-중 FTA까지 대안없이 대외 개방이 진행되면서 농어업과 중소기업 등 산업 전반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수출주도 산업화를 위해 그동안 억눌려 있던 국내 농어업 등 1차산업은 대체로 영세 소농중심의 조직형태를 유지하다가 조직력이 강한 외국 농수축산물 기업체의 막강한 공세에도 변변한 대책없이 아직도 질곡을 헤매고 있다.

1990년대부터 농산물시장 개방압력에 대해 정부도 ‘농업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신농정’ 또는 ‘농어업선진화방안’ 등 정책을 통해 기존 중소가족농 위주의 국내농업을 전업농ㆍ기업농 중심의 농업구조로 바꾸려 시도해 왔다. 그러나 경쟁력 논리에 기초해 추진됐던 정부의 농어업 정책들은 농업 규모화 저조, 중소농 중심의 농업기초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식량수급불안ㆍ식량위기라는 국제적인 상황이 겹쳐 이중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전업농ㆍ기업농 강화 위주의 농어업정책은 ‘농어업의 규모화와 경영 강화’라는 내용과는 달리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오히려 농어업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농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식량부문에서도 ‘쌀 관세화’ 결정으로 농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고 기습적인 한-중 FTA 체결로 국내 채소류 시장마저도 초토화되는 등 암담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농어업경쟁력 강화 기조는 실패” “지속가능한 대안농어업으로 가야 한다”


농촌은 파괴되고 농업생산성만 높이려는 ‘농업경쟁력 강화’ 정책과는 달리 농촌생활ㆍ농업생산 균형회복ㆍ도시와 농촌의 상생, 생태농어업 제고 등 연대와 협업을 기조로 하는 ‘지속가능한 대안농어업’의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는 그동안 정부에 의해 추진됐던 전업농ㆍ기업농화 방식은 성공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한국 전통사회에서 이루어졌던 두레ㆍ품앗이의 정신을 본받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 ‘경영의 협업화’로 질적인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송원규 상임연구원은 “이제 ‘값싼 수입농산물의 시대’가 지나고 ‘식량위기’의 시대가 찾아왔다”며 “정부의 규모화된 전업농ㆍ기업농 육성정책은 평균 경지면적 1.45ha 이하의 농가비율이 오히려 증가하는 등 실패다”고 평가했다. 또 송원규 연구원은 “현재 추세는 지속가능한 대안농업의 실현을 위해 세계적으로도 소농들의 역할과 협업화에 주목하는 경향이다”고 말했다.

기존 경쟁력 강화 방식에서 지역먹거리체계 구축, 자원순환형 지역농업 구축 등 대안농업, 대안먹거리 운동 등을 통해 자주적 생산자조직운동, 협업운동 등이 생활속에서부터 요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기업농 육성 중심의 정부정책과는 별도로 민간단위에서도 자체적으로 1960년대부터 생산협동조합 운동이 시작됐으며 1990년대에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지역농업조직화론’ 등 협업을 통한 농업생산 조직화가 지역농민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거론됐다. 

이와 함께 1960년 대에는 정부차원에서도 농업의 조직화 문제와 관련해 ‘기업화냐 협업화냐’ 라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1962년 농림장관 자문기관이던 ‘농업구조개선심의위원회’가 당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민층이었던 점 때문에 농업조직의 방향을 놓고 기업농, 협업농 문제가 제기됐지만 기업의 농지소유가 허용되지 않았던 상황으로 진전없이 논의가 중단됐다.

같은 말 다른 뜻 ‘협업농업’ : ‘규모화 통한 경쟁력 강화’ vs ‘중소농의 결합통한 생산연대’ 
<사진 3, 4 ; 홍성의 젊은협업농장은 고령화된 농촌에 젊은이들이 귀농해 만든 생산협업단체로 젊고 살맛나는 농촌만들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농지소유’ ‘농산물 수급관리’ ‘생산조직’ 등 한국 농업의 핵심주제 중 농산물 수급관리나 농지의 양도ㆍ매매 문제에 비해 ‘생산조직’ 문제는 활발하게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90년대 농업경쟁력 강화라는 정부시책에 따라 가족농 중심의 중소농체제의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다. 

논의 초기에 기존의 ‘가족농’(家族農; Family Farm)은 주로 가족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농업으로서 ‘협업농’(協業農; Collective Farming)과 대비돼 극복돼야 할 개념으로 인식됐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가족단위 농업을 ‘영세농’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업수익 극대화ㆍ농업자본의 집적 등 ‘규모화’를 추구하는 전업농ㆍ기업농의 맥락에서 ‘협업농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품목별 작목회’나 ‘영농조합법인’‘농업회사법인’ 등의 형태로 시장판매를 주목적으로 생산ㆍ유통ㆍ판매ㆍ소비과정을 규모화ㆍ조직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농촌생활 균형회복과 도ㆍ농상생, 생태농업 등을 추구하는 ‘대안농어업’운동은 경쟁력 강화 위주의 농업조직화를 ‘기업농화’로 비판하면서 중소농체제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협업농’으로 재규정했다. 가족농을 해체하지 않고 농가단위로 생산과 판매를 조직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협업농’은 소수가 농사를 짓고 대다수가 농사를 포기하는 구조가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의욕을 갖고 영농하도록 보장하는 방법이다. 

지속가능한 가족농체제와 관련해 유엔(UN)은 ‘세계 가족농의 해’를 정하고 가족농과 소규모 농업의 인지도를 높이고 특히 농촌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농어업이 식량안보와 영양개선, 생활여건 향상, 빈곤ㆍ기아문제 완화, 환경과 생물다양성 보호, 지역경제 유지 등에 기여하도록 가족농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홍성 젊은협업농장 “농촌을 돈 버는 곳이 아니라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대안농업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작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60년 초 민간에서 시작된 생산협동조합 운동에서부터 한실림공동체 등 지역공동체운동, 젊은협업농장, 각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 중에서 충북 홍성의 ‘젊은협업농장’은 노령화로 생산활동이 정체되고 있는 농촌에 젊은 귀농자들이 전입해 결성한 대표적인 생산협업단체로 휴경지를 임대받아 유기농 쌈채소를 기르면서 안정적인 귀농ㆍ보람있는 농업생산ㆍ젊은 농업인ㆍ즐거운 농촌생활의 표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홍성의 젊은협업농장 정민철 이사는 “농업을 경제적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보면 정말 돈 안된다. 그러나 농촌을 즐겁고 유익한 생활공간으로 바라보면 이만큼 살 만한 곳이 없다”며 “농촌을 돈 버는 곳이 아니라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북 예천 지보면의 농기계협업과 참우작목반의 협업, 경북 상주의 봉강공동체 등을 지속가능한 농업이 실현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충열 기자
nhsd@hanmail.net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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