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은 나의 점심… 무상급식은 `대동세상`의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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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은 나의 점심… 무상급식은 `대동세상`의 꿈인가?
  • 최정민 서면 독자(성명초 학부모)
  • 승인 2015.02.03 16:41
  • 호수 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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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난 교실을 황급히 빠져나와 아무도 없는 수돗가로 뛰어가 물을 연신 마셔댄다. 누군가 오기 전에 난 점심을 해결해야만 했다. 수돗물이 점심임을 알리고 싶지 않은 나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물론 친구들은 밥만 가져오면 반찬을 나누어 주는 배려로 나의 허기를 채워주려 하였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찌 매일 친구들에게 신세를 질 수 있는가.

 그래서 결국 난 나만의 방식! 수돗물로 점심을 해결하게 된 것이다. 그래도 난 결코 외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왜냐면 친구들이 나를 놀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절 한참 먹어야할 그 나이에 먹지 못했던 기억은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 한 번씩 그 아픔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

 그런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이번 경남도의 무상급식 축소 방침은 결코 묵과할 수가 없다. 어떻게 아이들의 밥을 정치적 쇼의 들러리로 내세울 수 있을까?

 현재 경상남도 무상급식은 초등학교 약 29만 명으로 총2340억 원이 필요한데 그중 도에서 지원하는 돈은 318억. 꼴랑 전체 예산의 13.6%에 밖에 안 된다.(2014년도 기준)

 100%를 다 지원한데도 법적 근거도 없는, 상하기관도 아닌 경상남도가 경남교육청을 감사할 권한은 없다.
 물론 가난한 아이들에게 몰아서 지원하겠다는 홍준표 지사님의 뜻은 좋다. 그렇다면 그렇게 지원하면 된다.

 2014년 경상남도 1차 추경예산 6조211억 원 대비 0.53%밖에 안 되는 무상급식 도지원금인 318억 원을 빼서가 아니라, 교육청을 감사할 작심으로 세운 예산으로 하면 되는데 홍 지사님은 구국의 심정인양 `무상파티`라 명명하시며 월권행위를 하겠다고 우기고 계신 것이다.

 경상남도 1차 추경예산의 0.53%밖에 안 되는 318억으로 재정고갈을 이야기 하지마시고 아이들의 건강에 투자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리고 아이들의 점심이 그냥 물질적 혜택이 아님을 알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밥상머리 예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지 않은가?

 안 그래도 따지기 잘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각자 돈 내고 자기 마음대로 먹겠다는데 선생님의 교육이 씨도 안 먹힌다는 건 불을 보듯 뻔 하지 않은가?

 또한 그런 교육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복지로서 무상급식은 아이들의 사기와 관련이 있다. 감수성 예민한 요즘 아이들에게 점심값도 못내는 현실을 직면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고사리 같은 우리 아이들에게 돈 없음의 서러움을 학교급식에서부터 느끼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되기 때문이다.
 옷과 휴대폰에서도 왕따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점심식사에서만은 아이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지 말아야 하지만 경상남도는 부자와 가난을 억지로 편 갈라 놓고는 고맙게도 가난한 아이들만을 돌보아 준다고 한다.
아이들의 자존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배부른 돼지만 되면 아이들은 행복할 것이라 미리 단언하는 무상급식 축소방침은 단연코 취소되어야 한다. 무상이라는 말도 사실은 잘못되었다. 결코 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원전 206년에 중국에서 싹튼 유가사상의 `대동세상`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함께 돌봐야 함을 주장하듯 아이들은 우리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 같은 늙은 세대는 그 아이들이 미래에 낼 세금으로 노년을 보내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나중에 몇 배로 돌려받을 투자이지 단연코 공짜로 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점심을 즐겁게 모두 함께 먹고 행복하게 자라나 직장을 가질 때만이 행복한 마음으로 우리 늙은 세대들을 돌보아주지 않을까?

 사회의 위화감을 어릴 때부터 체험한 아이들이 커서 과연 우리를 어떠한 마음으로 볼까?
 두렵고 두렵다.
 만약 우리가 이번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축소를 모른 척 한다면 우린 늙어서 "고려장"을 당하더라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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