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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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부
  • 이현숙
  • 승인 2015.02.10 18:03
  • 호수 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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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숙 창선독자
 이제 우리 사회도 어느 정도 나눔 문화가 뿌리를 내린 듯하다. 국민소득만 높다고 선진국은 아니다. 더불어 사는 존재인 사람들 숲에서 지속적으로 나눔 문화가 확산된다면, 우리 사회가 한층 건강해지고 성숙해지리라 믿는다.

 기부의 종류는 다양하다. 물질을 기부할 수도 있고 육체적 활동이나 지식을 기부할 수도 있다. 암환자에게 필요한 가발 만들기 사업을 위해 머리카락을 제공하는 다소 이색적인 기부도 있다. 헌옷가지를 포함한 미사용 물건을 내놓는 것 또한 다양한 기부 형태 가운데 하나이다.

 다시 말해 누구나 기부와 나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거액을 쾌척하는 것만이 기부의 전부가 아니다. 최근에는 재능기부라는 단어를 흔히 접한다. 개인의 소질이나 특기를 타인과 무상으로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재능이건 물질이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자 하는 심리 속에는, 세상에 보탬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은 소박한 염원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나눔이란 세상을 좀 더 밝고 따뜻하게 만들고자 하는 이타심의 발로이다.

 모든 기부는 다 귀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부는 단연 생명 기부이다. 살신성인의 고귀한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엄두조차 못 낼 일이다. 그렇기에 인간이란 이름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숭고한 행위라 단언한다.

 혈액이 필요한 수술환자에게 혈액을 제공하고,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함으로써 그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할 수 있다. 각막을 기증하면 빛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릴 가능성이 생긴다.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자신의 간이나 신장을 나누기 위해 생체이식수술도 마다않는 박애주의자들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유가족의 동의 아래 장기를 기증함으로써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한 이들도 있다. 누군가의 꺼져가는 생명의 심지를 되살린 이러한 미담들이 동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를 숙연케 한다. 이 땅에 잠시 다녀간 날개 없는 천사들의 자비행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 낸 최고의 감동 드라마 그 이상이다.

 장기 이식은 생전에 본인이 직접 서약을 한 경우 혹은 서약은 하지 않았어도 장기 기증 의사가 있었음을 확인한 경우에 유가족의 동의 아래 이루어진다. 여하한 경우라도 장기 이식의 기본이념인 인도적 정신을 위배하거나 훼손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장 제3조 1항에 명시되었듯, 기증자의 거룩한 헌신과 희생은 오래토록 기억되어야 한다. 장기 이식의 범위는 사람의 심장·신장·간장·췌장·폐·골수·안구 외에도 내장이나 조직 등을 포함한다.

 금년 4월 대구 모 고등학교 홍재백 학생은 친구와 놀던 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홍군은 자신의 신장과 간을 환자 세 명에게 남기고 떠났다. 지적장애를 앓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사에 성실하고 의지도 강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지난달 11월에는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사라윳이라는 태국 출신 외국인 근로자가 뇌사판정을 받자, 그 유족들이 선선히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외국인 뇌사자가 장기기증을 한 최초의 사례를 통해, 네 명의 환자가 간과 신장을 이식받고 새 삶을 찾았다. 가족을 잃은 비통함을, 국경을 초월한 대승적 사랑으로 승화시킨 유족들의 결단에 감사와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이맘때쯤으로 기억한다. 허공에서 휘날리는 눈발을 바라보다가 문득, 죽어도 사는 법에 대해 깊은 사색에 빠진 적이 있다. 나는 떠나도 누군가 내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또 내 장기를 통해 숨을 쉴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가 이 땅에서 소멸하지 않는 길이려니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날 오후, 나는 장기기증센터에 전화를 걸어 등록을 했다. 가슴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알 수 없는 기쁨 때문이었을까 유난히 따뜻하다고 느꼈던 그해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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