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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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품격
  • 이현숙 독자기고가
  • 승인 2015.02.21 20:18
  • 호수 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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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정치판의 트레이드마크는 거짓말과 잡아떼기다. 예를 들면 뇌물 수수나 청탁의 경우 쌍방이 의기투합하지 않으면 결코 성립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 사람은 있는데 받은 사람이 없거나, 청탁한 사람은 양심고백을 했음에도 상대측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포커 놀이를 하다 적발된 세 명의 병사가 군법회의에 회부되었다.
 이들의 종교는 각각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와 유대교였다. 먼저 가톨릭 병사가 말했다. "성모 마리아께 맹세코 포커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프로테스탄트 병사가 말했다.
 "마틴 루터에 맹세코 포커를 하지 않았습니다"

잠자코 있던 유대교  병사가 입을 열었다. "판사님, 포커놀이를 혼자서도 한답니까?"
 
정치가에게 필요한 덕목은 정직과 성실이다.
 잘못이나 비리를 저지르지 말아야 함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만에 하나 실수를 범했을 때는 즉각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고위공직자나 정치가들의 과거사가 공개될 때마다, 본인이나 자녀의 병역면제 판정에 관한 의혹과 함께 이름도 생경한 병명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찌하여 재산축적 미스터리나 학위논문 표절 의혹이나 납세의무의 불성실한 이행에 대한 규탄 같은 것으로 국회청문회의 본질이 변질되어야 하는가.

 태어난 고향이나 성장배경이나 정치입문 동기는 백인백색일 터인데, 놀랍도록 일치하는 그들 사이의 몇몇 부정적 공통분모들이 힘없는 국민을 더욱 맥 빠지게 만든다. 그런 연유로 우리 사회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인 그들이건만 부럽다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공신력을 잃은 정치가는 무늬만 정치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의 불완전함을 스스로 입증해 보려는 실험정신의 발로가 아니라면, 국가 지도자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모든 정치적 행위에 앞서 `정치는 곧 정(正)`이라 꿰뚫었던 공자께 먼저 길을 묻는 것은 어떨까 싶다.

 더도 덜도 말고 우리 지도자들이 그저 평범한 백성들이 하는 만큼만 했으면 좋겠다. 백성들은 단돈 만 원의 체납액에도 밤잠 못 이루고, 병역의무 수행이 곧 국토수호의 길이라 여기며, 재해가 발생하면 마땅히 환난구휼의 정신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달려든다.

 국가 경제가 위기라는 한 마디에 너나없이 장롱 속 금붙이를 탈탈 털어 나라에 헌납하던 백성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가들의 단골멘트는 아마도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말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생각은 그만두고 피눈물이나 나지 않게 했으면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중국 위나라 무후(武后)가 오늘날의 섬서성 북부, 즉 황하 서쪽인 서하(西河)를 배를 타고 건널 때였다. 주변의 험준한 지형지세의 위엄에 탄복하여, 산하의 견고함이야말로 위나라의 보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신하인 오기(吳起)가, "나라의 견고함은 어진 덕에 있지 험준한 산하에 있지 않습니다" 라고 직언했다. 사마천은 산하의 위용을 사람이 지닌 재주에 빗대어, 지도자는 재주와 덕을 겸비해야 하지만 하나를 꼽자면 덕이 우선이라 말하고 싶었다.

 재주가 넘쳐 덕이 빛바래지 않도록 `덕승재`(德勝才)를 강조한 것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열전`에 실린 고사인 `재승덕(才勝德)`에서 보듯, 무릇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바른 언행으로 자신을 호되게 다스리고, 덕으로써 백성을 감읍시켜야 마땅하다.

 며칠 뒤면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다. 고향집 따끈한 아랫목으로 가족과 친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면 우리 민족의 기질 상, 정치 이야기를 건너뛰고는 못 배긴다.

 이번 설 역시 많은 정치가들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모쪼록 백성들의 입에서 여과 없이 흘러나오는 말들을 불경스럽다 탓하기 전에, 마음으로 백성의 눈물을 이해하는 위정자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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