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원 교장의 `건강한 지역공동체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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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원 교장의 `건강한 지역공동체 만들기`
  • 한중봉 기자
  • 승인 2015.04.01 10:26
  • 호수 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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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호락(好樂好樂)한 남해사랑방 1

 
 `남해시대, 남해를 말하다 - 호락호락(好樂好樂)한 남해사랑방`이 지난 6일 첫걸음을 뗐다. 이야기손님은 정수원 보물섬남해독서학교장을 비롯 이화심 남해군자원봉사센터 센터장, 문화해설사 서재심 씨, 류영환 전 남해바래길 사무국장, 윤동권 남해군공무직노조 대표, 윤정규 남해시대독자위원회 부위원장, 박정두 전 신기마을 이장, 김상우 앵강다숲 운영위원 등이 참석했다. 아울러 이정원 본지 발행인, 김광석 전문기자, 김태웅 편집국장, 이충렬 취재부장, 한중봉 시민기자 등도 함께 자리했다.
 이야기마당은 참석자 소개와 정수원 교장의 여는 말, 상호간 토론으로 진행됐다. 6시에 시작한 이야기마당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후 식사를 겸한 뒷풀이 자리에서는 사랑방보다 더 뜨거운 토론이 펼쳐지기도 했다.
 정수원 교장의 여는 말과 이야기손님의 제안 등을 담는다. <편집자 주>

 선진사회는 두 가지로 만들어 진다. 하나는 풍요(豊饒)함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健康)함이다.
 이 중에서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은 건강함이다. 건강한 사회란 보편적 진리에 입각한 상식과 원칙이 지배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지켜지는 사회를 말한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레이트가 거대한 풍요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방글라데쉬나 네팔의 국민소득(GDP)은 우리나라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데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상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건강함이 기반이 되지 않는 풍요는 오래 가지 못한다. 말기 로마, 나치 독일, 일본제국, 소련, 아르헨티나가 그랬다. 우리 사회는 광복 후 70년간 풍요함과 건강함을 동시에 추구해 왔다. 그리고 많은 측면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민주화를 이루었고 부정부패를 나름대로 줄이면서 괄목할 만한 풍요도 얻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우리 사회가 풍요함에 비해 아직도 너무나 건강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 사회의 건강성은 공공부문의 윤리성, 사명의식, 기강, 능률성으로 측정한다. 어느 사회나 민간 부문에는 부패, 타락, 나태, 비효율 등이 어느 정도 내재되어 있다.
 이러한 비건강성(非健康性)을 교정하고 그로부터 야기되는 피해를 예방하고 치유하는 일이 공공부문의 몫이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칸디나반도 3국 등 소위 선진사회라고 불리는 국가들은 민간부문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이 건강한 편이다.

 우리 사회는 군(軍), 관(官), 검(檢), 경(警)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사고가 터지고 있다. 정치인은 패싸움하느라 정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썩어 있다. 이렇게 공공부문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되어 있는 질병이 여기저기서 삐져나오는 현상이다. 그것은 사명의식의 결여, 윤리의 실종, 기강해이, 이기주의가 복합적으로 배태한 도덕적 붕괴라는 질병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건강성을 잃은 풍요는 절대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어느 나라의 정치수준은 그 사회 시민수준이다. 종종 주석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민생은 뒷전이면서 패싸움만 일삼고 썩어빠진 우리나라 정치인들을 싸잡아 질책하느라 거품을 내품는 사람을 볼 때면 그 분은 과연 어느 어느 정치인에게 한 표를 던졌는지 의아해진다.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공공부문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 이제 시민이 나서야 한다. 먼저 시민이 나서서 자기가 속한 지역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문제투성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이후 근대 시민사회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채 들어선 국민국가, 모든 것이 국민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미숙한 시민은 국가에 복무하는 국민으로 반세기 넘게 동원됐다.

 공존과 공익의 가치는 사욕 충족의 무한경쟁 속에서 설 자리를 얻지 못했다. 참을 수 없는 우리 안의 쇼비니즘(chauvinism : 광신적 배타적 애국주의) 또한 문제다.
 사회의 틀이 흔들리고 있다. 정당하게 자리 잡아야 할 권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학교, 가정, 직장에서 "너가 뭔데"이다. 교사, 부모, 직장상사가 권위를 잃은 지 오래다. 직책과 윤리와 관습에서 나온 권위가 사라진 자리를 포퓰리즘과 자기합리화가 대신했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은 상관없다"는 왜곡된 가치관은 염치와 죄의식의 상실을 불러왔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공동체적 연대의식을 찾을 수 있을까.
 
시민 연대의식

 연대의식 고취가 필요하다. 지역공동체에서 더불어 잘 사는 연대의식 교육 강화. 개인의 이익 추구와 함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참된 역할과 몫을 다할 때 민주사회의 발전은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다.
 개인주의 정립도 절실하다. 이제는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전체의 이익과 조화를 이루는 개인주의 정립이 시급하다. 기초질서 확립도 이뤄져야 한다. 교통질서(주차질서), 거리질서, 행락질서, 상도덕도 바로 서야 한다. 가물치, 참기름, 고춧가루, 콩나물 등 가짜식품이 판을 치고 바가지와 불친절도 시정돼야 한다. 모두들 알다시피 남해도 예외가 아니다.
 제조업과 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쓰레기 처리 등 환경보전 및 자연사랑도 건강한 사회 만들기의 필수 요소다.
 더불어 회의문화 개선도 시급하다. 사전 준비 철저, 집중도 제고, 경청하는 자세, 타인의 의견이 틀렸다기보다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인식하며 존중하는 태도, 언어 절제 등을 통해 새로운 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사회봉사도 확대돼야 한다. 인간욕구의 최상층, 내가 먼저 베푸는 것이 복을 짓는 길. 하찮은 일이라도 내가 먼저 실천하면 남에게 좋은 느낌도 주고 나 또한 보람을 느낀다.
 

맹자의 사단설

 삶의 질은 즐거움과 복지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관적 지수인 즐거움은 지적, 심미적 만족도를 나타내며, 객관적 지수인 복지는 주택, 이웃, 건강, 경제 등을 의미한다. 결국  즐거움의 변수에 의해 삶의 질이 결정된다.
 아울러 건강하고 넉넉한 지역공동체의 충분조건은 내 가족, 내편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타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 생활의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완결성과 세련미, 공동체의 정신적 높이를 말해주는 염치, 부끄러움을 알아야 하며, 도덕이 제자리를 지키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체면을 차릴 줄 아는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惻隱), 의(羞惡), 예(辭讓), 지(是非)를 말한 맹자(孟子)의 사단설(四端說)이 내포하는 뜻은 깊다.

서재심 문화해설사

 우리 사회가 잘 되고 있지만 잘 못된 부분도 있는데 그 이유가 우리 어른들이 예와 사랑을 못 가르쳐서 아이들이 삭막하고 황폐화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수억 마리의 정자 중 한 마리가 수정해 이 세상에 온 기적의 산물이다. 기적으로 온 만큼 자신을 사랑하라 가르치고 인격적으로 대하면 모든 것이 건강해 질 것이다. 아이들에게 사랑과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박정두 전 신기마을 이장

 정수원 교장의 여는 말에 공감한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불의에 대해 침묵할 때 답답함을 느낀다. 일제시대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사는 것이 힘들다보니 공부시키는데 매몰돼 왔고 공부의 중심을 인(仁)이 아니라 잘 사는데 놓다보니 도덕이 깨지고 우리 사회가 건강성을 잃은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는 시민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과 지역사회, 단체가 틀을 만들어 그런 일을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성재 한국유배문화연구소장

 남해가 살기 좋은 쪽으로 갈려면 인문학 확산이 필요하다고 본다. 남해는 유배지기 때문에 좋은 인문학 소재가 많다. 문반의 서포선생, 무반의 이순신 장군을 잘 받들어 충(忠)과 효(孝)의 메카, 인문학의 메카로 만들어 나가자는 제안을 드린다.

윤정규 남해시대독자위원회 부위원장

 우리나라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회경제는 급격히 발달했는데 정신적인 부분이 못 따라가면서 사회 문제를 가져오는 것 같다.
 서양의 경우 몇 백년의 기간을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해왔지만 우리는 30년 동안 그걸 이뤘다. 그런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이다. 우리가 다 해결해야 미래 세대가 행복할 수 있다.


류영환 전 남해바래길 사무국장

 과거 관광관련 봉사활동과 현재 자영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이른바 군민의식 문제다. 남해가 장사가 안 된다고 하는데 관광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식개선 없이는 극복하기 힘들다고 본다. 무엇이 문제인지 스스로 돌아보고 구체적인 과제를 설정해 바꿔 나가야 남해가 산다.
 
윤동권 남해군공무직지회장

 현재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지회는 각 마을을 방문해 짜장면이나 떡국 봉사활동을 펼쳐오고 있는데 그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이 많다.
 군민의식 개혁도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해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상우 앵강다숲마을 운영위원

 물질적으로 풍요하면 남해가 행복할까 자문해본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고민해본다. 군내 각 마을을 보자. 세대간 갈등이 심각하다. 교육받고 변화해야 한다. 스스로의 고집을 내려놓아야 한다.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틀렸다고 배척하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어떤 곳이든 갈등이야 없을 수 있다. 그것을 드러내고 고민하고 풀어야 한다.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기관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화심 남해군자원봉사센터장

 어떤 분이 지난해 마을 문제로 찾아오셔서 만난 적이 있는데, 깊은 고민과 연구 끝에 해결점을 찾은 경험이 있다. 삼동 둔촌마을의 `벽화만발둔촌마을로(路)`사업이 그 사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공동체 문제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면 해결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울러 각자 사회적인 역할을 충실하면 누구나 살고 싶은 남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수원 보물섬독서학교장

 오늘 사랑방을 지켜보면서 회의 문화를 개선하는 캠페인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차분히 듣는 경청,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공경, 착실한 회의준비, 회의주제에 맞는 발언, 하고 싶은 말을 자제하는 문화 등이 이뤄지면 남해의 회의문화도 바뀔 수 있다. 모두들 자생단체에 가입해있고 친목회도 간다. 그곳에서 먼저 회의문화를 개선해보자.
 
이정원 남해시대 대표

 이야기손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공감대가 컸다. 앞으로 남해시대 사랑방이 문제를 공감하면서도 대안도 함께 논의되고 찾아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김광석 남해시대 전문기자

 프레시안에서 월요일 아침에 명사를 초대해 말씀을 듣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데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남해시대의 호락호락한 사랑방도 지역 명사를 초청해 관심있는 분들이 함께 인터뷰하고 이를 신문에 실어 독자들과 공감해 나가고자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자리는 우리끼리 하는 자리가 아니라 군민이 쳐다보고 있는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락호락한 사랑방의 생명력 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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