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무상급식, 군민이 발로 뛰면서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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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무상급식, 군민이 발로 뛰면서 일궈냈다
  • 이충열 기자
  • 승인 2015.04.23 10:56
  • 호수 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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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무상급식 조례제정 깃발 올려 …2008년 무상급식 전환

 최근 경남도가 광역지자체 단위 최초로 그동안 꾸준히 실시해 오던 이른바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해 도내 각 시·군의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남해군의 경우도 군내 학부모와 주민들이 무상급식 중단의 가림막으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을 실시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남해군이 경남도의 행정방침에 따라 `서민자녀 교육지원조례안`을 입법예고 하고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의사를 수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속에서 지난 8일 서민자녀교육지원 조례안 반대·무상급식 재실시 등을 주장하는 `군민행동의 날` 행사 등 학부모와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이에 본지는 군내 주민들의 풀뿌리 운동의 일환으로 전개된 학교급식 조례제정과 무상급식 전환의 경과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보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02년 당시 6·15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당선돼 학교급식조례 제정운동을 시작함에 따라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됐고 각 지자체에서 주민간 또는 행정과 주민간에 본격적인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남해군민, 학교급식비 지원조례  제정의 깃발을 올리다

 이듬해 2003년 9월 전남도에서 전국 최초로 주민발의에 의해 `학교급식조례`가 제정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남해군에서는 11월 3일 황종병 남해농업경영인연합회장과 김 성 남해농민회준비위원장이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남해군학교급식비 지원조례제정추진위원회`(이하 학교급식조례추진위)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발족
▲ 2003년 11월 3일 학교급식비지원조례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위쪽 사진은 당시 급식조례추진위 황종병 위원장이고 아래쪽은 급식조례추진위 김 성 공동대표.
시키고 서명운동 등 범군민적인 조례제정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날 발족식에서 황종병 추진위원장은 "우리의 희망인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학교급식비지원 조례를 제정해 신선하고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먹게 해야 한다"며 "남해군민들게 함께 해 줄 것을 호소드린다"고 강조했고 학교급식조례추진위는 각 읍면 이장단을 찾아 조례제정 취지와 내용을 소개하며 동참을 구했다.

 학교급식조례추진위는 발족 성명에서 △학교급식의 식재료는 안전한 우리농산물이어야 한다 △범군민 조례제정운동을 참여민주주의의 꽃으로 여기고 조례제정 청구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이날 학교급식조례추진위에 참여한 단체는 한농연남해군연합회, 전농남해군농민회 준비위, 남해군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한여농남해군연합회, 남해지역운동연대회의, 전교조남해지회, 공무원노조남해군지부, 한국수산업경영인남해군연합회, 농협중앙회남해군지부, 고현농협, 남해농협, 동남해농협, 서면농협, 설천농협, 창선농협, 남해수협, 남해축협, 남해동화읽는어른모임 등 농·어민단체와 교육단체 등이었다.  
 
학교급식비 지원조례안, 진통 그리고 2004년 9월18일 공포

▲ 2009년 3월 16일 완전무상급식 실현과 친환경농산물의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을 위한 예산편성을 요구하는 군민서명운동이 진행됐다. 당시 읍사무소 앞 버스정류장 앞에 설치된 서명대.
 2003년 11월 3일의 급식조례추진위 발족과 조례안에 대해 당시 군의회는 해당 조례를 제102회 임시회에서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지만 조례안의 문구 중 `우리 농산물`이라는 용어가 상위법과 WTO 규정에 위배된다며 2004년 6월 15일 제108회 임시회에서 학교급식비 지원조례안을 `심의 보류`했다. 

 이 시기에 농협중앙회가 우수농산물을 학교급식 공급사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급식조례에 대한 기류가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에 남해군의회는 보류했던 조례안을 재상정해 2004년 8월 27일 제110회 남해군의회 임시회에서 `남해군학교급식비지원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이하 학교급식수정조례안)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학교급식수정조례안(급식비 부분지원)에는 군내 초중고등학교가 학교급식재료로 우리 농수축산물을 구입해 공급할 경우 군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경남도의 재의요구를 각오하고 `우리농수산물`이라는 용어를 조례에 포함시켰다. 이 조례(급식비 부분지원)는 2004년 9월 18일 공포됐다. 그러나 이듬해 남해군과 군의회는 2005년 예산과 추경에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WTO와 지난한 싸움…  거창군 주민발의 무상급식조례 청구

 2005년 9월 20일 WTO규정과 대법원의 GATT 위반을 이유로 학교급식 지원조례를 위헌으로 판결한 데 대해 전농남해군농민회와 당시 민주노동당남해위원회는 주민자치·풀뿌리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민주적인 판결이라고 규탄했으며, 조례제정 1년이 지나도록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군행정을 비판했다.

 이 해 12월 7일 거창군은 주민발의로 `무상급식조례`를 군의회에 청구했다. 거창군은 1년 6개월 여간의 진통과 숙고를 거쳐 2007년부터 거창군내 면지역 초중고등학교에 무상급식 공급을 시작했다. 이 중간에 2007년 7월 남해군에서는 경남 최초로 친환경 무농약쌀이 당시 경남친환경쌀클러스트(총무이사 김환균)에 의해 각 학교로 공급됐으며 화전한우 육류도 남해축협을 통해 학교급식재료로 들어갔다.
 
남해군에서도 `무상급식안` 가결… 농어업과 연계성 높아

 학교급식 식품재료가 친환경농산물 등 지역의 농축산업과 연계성이 높다고 판단한 각 지자체는 급식재료비 전면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에 남해군도 2008년 5월 제147회 남해군의회 임시회에서 그동안 일부 지원했던 급식재료비를 전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가결시켰다. 이른바 `무상급식` 조례안이 가결된 것이다. 이후 군내 6개 면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업 쌀 8000가마를 새남해농협이 전량 수매, 군내 학교급식용으로 연중 보급할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무상급식과 지역 농어업의 연계성을 재확인하게 됐다.

 이듬해 2009년 3월 16일 군내 친환경농산물생산단체와 사회단체가 유치원과 초·중·고 학교에 전액 무상학교급식 공급을 건의, 대대적으로 군민들의 서명을 받았다. 이 때 참여한 단체는 (사)남해군인증농산물생산자회, 유기농협회남해군지회, (사)한국농업경영인남해군연합회, (사)한국여성농업경영인연합회, 남해시대신문, 남해신문, 남해인터넷뉴스, 남해여성정책포럼, 남해낙우회 등이다.  

 이에 남해군은 4월 20일 당초예산과 1차 추경 합계 약 7억원의 학교급식 지원비를 편성했다. 이를 통해 급식비에 대한 학부모 부담분 경감 효과와 함께 지역 우수 농수축산물의 학교 공급의 시스템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윤백선 군의원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추경은 지역 친환경농산물이 학교급식에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지자체 단위의 무상급식은 김두관 전 경남지와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이 무상급식 확대 지원에 힘입어 경남도 광역지자체 단위로 확산됐다. 
 
홍준표 도지사의 당선 추락하는 `무상급식`

 무상급식의 역사는 2012년 12월 19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사퇴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도지사가 당선됨으로써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2012년 12월 20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취임식에서 `무상급식이나 노인틀니사업` 등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재선한 홍준표 지사는 11월 도내 초중고 90개 학교급식에 대한 특정감사와 무상급식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도지사는 무상급식 식품비 보조금 257억원을 편성하지 않았고 2014년 12월 5일 경남도의회는 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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