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恩師)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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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사(恩師)님께!
  • 남해타임즈
  • 승인 2015.05.12 10:41
  • 호수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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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특별기고-수필가, 전 해양초교 교장 김종도



"은사님께 늦게나마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한 분도 은사님이 알아계시지 않습니다. 저는 아주 나쁜 제자입니다. 생전에는 한 마디 말도 안 하다가 이제야 철이 든 것인지, 아니면 스승의 날이라는 말에 나도 덩달아 하고픈 마음이 생겼는가본데 이것은  참 잘못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이 날이 되면 뭔가 찜찜하고, 나에게 무슨 큰 잘못이 있는 듯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면서 반성하게 된다.

 언젠가 `스승과 제자`란 글을 쓰면서 `스승은 많은데 제자는 없다`라고 했다. 그리고 스승은 제자라고 하는데 제자는 스승이라고 하지 않는 현실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선생(`님`자는 붙일 수 없다)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깊은 자아성찰을 해본다.(물론 모든 스승과 제자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답은 같다. 과연 내가 선생님다운 선생으로서의 역할을 다 했는지 자문자답해보면 `그러지 못했다` 그러나 `열심히 나름대로 했다`라고 자위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세월은 흘러갔다.

 은사라고 하면 자기를 기준으로 하며, 자기에게 남달리 추억에 남는 배움과 은혜를 준 스승을 생각하면서 부른 이름이다. 가르쳤다고 다 스승이고 은사는 아니다. 다만 교사이고 선생님일 뿐이다. 여기서 교사나 선생은 피교육대상자에게 기예나 학습을 교수하는 하나의 직업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 사람에게 붙여진 직업명이다.

 초등학교에서는 6년간 교육과정에 짜진 교과목을 가르치며 담임이란 이름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그런데 유독 6학년 담임을 해야 `은사님`이란 특혜를 동창회 잔치 때 1회성으로 받는다.(물론 여기서도 모든 경우가 다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중등학교에서도 담임제도가 있지만 단지 생활지도나 교육행정의 일부분을 처리하는 중간역할자에 불과하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도 지도교수란 담당자가 있다. 참 재밌는 것은 `장학금`을 주고 받는 결정적 역할(요인)은 학생인데 스승이 마치 자기가 주는 듯 생색을 내는 데 있다. 즉 `내가 너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라면서 국가나 사회단체장학금을 자기는 돈 한 푼 안내면서 `주었다`라고 한다. 그리고 먼 훗날 `내가 너의 은사다`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김종도 수필가
전 해양초교 교장
남해사투리사전 편저

 해마다 닥쳐오는 `스승의 날`을 생각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진학을 엄두도 내지 못할 때, 국가고시를 보게 한 결과 좋은 성적으로 중학교 수석입학을 해 3년간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게 하신 고 정재덕 스승님, 중학교 3학년 때 고등학교 진학을 적극 권유하고 이끌어 주신 고 이홍구 선생님, 고등학교 때의 고 하신우 선생님, 대학원 때의 이임상 교수님을 머리에 떠올리며 은사님이라 불러보고 평소에 잘못한 저의 짧은 생각 때문에 지금도 마음 한 구석에 죄지은 흔적이 남아 있음을 솔직히 고백하면서 교직생활을 했던 43년여 동안 나와 함께 했던 모든 사람(학생과 선생님)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보통 선생님은 자기가 가르쳤던 사람이 높은 직위에 올랐을 경우나 선거에 의해 의원이나 기관의 장이 되었을 때 그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그 사람이 내 제자다`라고 하면서 옛날의 추억이나 후일담으로 생색을 내는 아이러니컬한 모습이나 제자가 어떤 자리에서 1회성으로 `우리 은사님이십니다`라고 한다면 그것 역시 아무런 의미도 없다. 차라리 그런 대접은 안 받는 것이 훨씬 낫다. 제자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의 대상으로서 선생님이 진짜 은사이다. 은사! 그 멋진 이름을 입 속으로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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