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깨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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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뜨리자
  • 남해타임즈
  • 승인 2015.06.23 14:21
  • 호수 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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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관 호
본지 칼럼니스트
시인
 마음속에 굳어 있어서 변하지 않는 생각을 고정관념이라 한다. 가령, 감기에 걸렸을 때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시면 낫는다거나, 정치인 아무개는 빨갱이라는 생각 등이다. 일일이 다 예들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각기 상당수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꽤 많이도 가지고 있어서 타인과의 관계가 벽으로 막혀있는 경우도 없지 않다.

 고정관념은 대개 하나만 풀어버리는 경험을 하게 되면 사고방식이 유연해지면서 다른 사안도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자연히 자신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깨닫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귀신에 관한 관념이다. 옛날에는 왜 그리도 귀신이 많았던지, 도깨비를 봤다는 사람은 날마다 있다시피 했고, 귀신을 만나거나 귀신에게 홀려서 사람이 죽었다는 소문도 간간이 들리곤 했다.   

 도깨비나 귀신은 전기가 들어오면서 차츰 사라지게 되었다. 어둠속에서 어떤 발광체나 반사체가 빛을 발하는 것을 보고는 귀신으로 착각한 사람이 겁에 질려 발작을 일으키거나 심지어 심장마비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왜 없었겠는가. 가령 밤길에 흰 종이나 비닐 한 조각이 바람에 휙 스치는 순간, 혹여 귀신이라도 나타나지 않을까 무서움에 조바심치던 눈길에는 귀신으로 보이게 마련이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괴성 같은 것이 더해지면 영락없이 귀신에 홀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무섭기로 소문난 곳은 대개 마을을 벗어난 곳이고 그곳엔 무덤도 있고, 개여울이나 낭떠러지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옛날에 인명사고가 났던 곳이거나 시신이 밀려오기도 했던 곳이었다는 역사성까지 더하다 보면 그곳은 귀신 나는 곳이라는 오명까지 덧붙여진다. 그러나 옛날의 그곳엔 지금 전망 좋은 곳, 혹은 땅값이 싼 곳이라는 조건 때문에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었고, 밤마다 뽀얀 전등을 밝히고서 오가는 길손들의 위안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오늘날 도깨비는 동화책에나 존재하고 실제로는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소주와 고춧가루가 열이 나게 하는 식품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아직도 그것이 감기에 효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고정관념이다. 아마도 주사와 양약 또는 한약, 적어도 해열식품으로써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 일반화된 오늘날에도 소주와 고춧가루로 생명을 위태롭게 할 위인은 없을 것이다. 예든 바로 모든 고정관념은 생각만 바꾸면 깨어지는 것이다. 

 이웃 사람 아무개는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절대로 내놓지 않는 사람이다. 그럴까? 그 사람에게 이해관계가 얽히거나 감동을 준 사람이 있게 되면 거액의 재산을 있는 대로 털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자식이 위험하다는 보이스 피싱에 걸려 거금을 사기당한 아무개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자식에 대한 책임감과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라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볼 때 조선왕조는 5백 년 동안 당파싸움으로 해가 떠서 당파싸움으로 해가 저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하여 이후 오늘날까지 일제 강점기, 6.25전쟁, 군사정권과 민주화투쟁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더더욱 국민상호간의 불신을 키워왔다. 걸핏하면 빨갱이 타령이고, 입만 열면 경상도, 전라도다.

 족보부터서 무슨 공파, 무슨 공파로 되어 있으니까 친족도 파가 다르면 적대시하고, 이웃도 돈이 많거나 학식이 높으면 시기의 대상이고, 생김새가 잘 생긴 것까지 질투의 대상이다. 심지어 자기는 전혀 아는 것이 없고, 자기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일인데도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는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국가나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람도 우상으로 착각하고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쇠바가지보다 두꺼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산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백지 한 장에도 적을 것이 없는 얇은 지식으로 남을 재단하려들지 말고, 봄이면 돋아나고 여름이면 꽃피우고 가을이면 열매를 나눠준 다음에 조용히 동면에 드는 초목의 삶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마을이든, 가문이든, 지역사회든, 국가든 간에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나를 던지는 유연성, 아군과 적군이 따로 없는 융통성을 갖기 위해서는 함부로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남의 말을 가슴으로 들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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