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갈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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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갈 길이 아니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5.11.05 14:59
  • 호수 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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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고등학교 교사 권성계
남해고등학교 교사 권성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갈 길이 아니다 

지난 10월 12일 정부는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였다. 역사관련 분야에서는 이날을 역사쿠데타가 발생한 날이라고 표현한다.

국정화가 무엇인가. 국가의 입장에 따라, 위정자의 생각과 논리에 따라 서술한 교과서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단순히 교과서발행제도를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바꾸는 문제도 아니고 수구언론이 말하는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갈등도 아니다. 여당이 말하는 역사전쟁은 더더욱 아니다. 역사를 지배권력 입맛에 맞게 고쳐 쓰겠다는 국가주의적 발상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국정제가 실시된 것은 국가의 공공성이 완전히 무너진 박정희 유신정권에서 비롯되었다. 국정제 교과서는 국민의 권리와 민주적인 시민을 양성하는 데 필요한 권리를 일깨우는 교육이 아니라 국가 요구에 복종하고 순응하는 신민을 양성하는 이념적 도구로 전락시키는 제도이다. 학생들은 사고력의 획일화, 정형화를 가져와 흑과 백을 가르는 문제풀이 전문가로 자라날 확률을 높여 주며. 교사와 학교는 교육의 선택권 없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여 국가에 의해 강요된 인물을 만들어 내는 기계적인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간파하여 현재 OECD국가 중 국정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없으며, 검인정제도 또한 국가의 간섭과 통일성 문제로 인하여 대부분 자유발행제를 실시하고 있다. 박정희 정부의 국정화는 역사학자와 역사학계의 꾸준한 반대와 1987년 대항쟁 이후 급물살을 탄 민주화요구와 연동하여 마침내 2007년 개정교육과정에 이르러 폐지되었다. 역사교육에 전체주의가 사라지고 다양성에 의한 비판정신과 상상력이 되살아 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쾌거였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에 의해서 강제되었다가 국민에 의해 폐지된 국정제를 현 정부가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국민을 향해 협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도 "국정 교과서 제도는 행정 관료에 의해 교과내용과 교육내용이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어 교육의 자주성을 보장하는 헌법 규정과 모순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낸 바 있다.

전국의 중·고등학교 교사 2555명의 반대 서명에 이어, 대학교수 및 관련 학회, 독립운동단체와 시민단체, 학부모들과 시·도 교육감 등도 가세하여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의 목소리가 드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28일 남해읍 사거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촛불`이 타올랐다.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행동하지 않는 어른들에게 부끄러움을 던져주었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제, 검인정제, 자유발행제는 정치권이 선택할 사항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달린 문제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행동이 필요한 순간이다.
국정제는 국사 교육의 국가 독점화를 가져왔다. 국정화가 노리는 것은 부정적인 역사인식을 바꾼다는 명분으로 결국 한국 근현대사의 주체를 독립운동 및 민주화운동 세력에서 친일파와 독재정권 세력으로 바꿔치기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그러지 않아도 국사 교과서 집필지침에서 근현대사와 독립운동사 축소 의도가 불거지고, 민주화운동의 강조는 금기시되면서 좌편향으로 몰리고 있다. 검정제하에서도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의 강조가 좌편향·자학사관으로 몰리는데 국정제로 될 경우, 헌법정신에 따라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평화통일의 역사가 제대로 서술될 수 있을까.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맞서 전국의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2255명이 반대 성명을 냈고 더 많은 수의 교사가 반대한다. 최근에는 대학교수 및 관련 학회들, 독립운동단체와 시민단체, 학부모들과 시·도 교육감 등도 가세하고 있다.
이참에 국사 교육을 세계사와 더 긴밀히 연계시키고 교과서 제도도 더 자율화·민주화·다양화해 역사 교육에 상상력의 나래를 달아 주기를 기대한다. 교육부는 다른 나라의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를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라.

정부는 무소신 세력에 귀 기울이지 말고 학계의 공론과 국민의 상식에 어울리는 교과서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그것이 정치가들이 입만 열면 하늘처럼 떠받들겠다는 국민의 뜻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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