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순환공동체는 `단절`을 `조화`로 바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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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순환공동체는 `단절`을 `조화`로 바꾸는 것
  • 이충열 기자
  • 승인 2015.12.29 14:42
  • 호수 4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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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생태순환공동체의 가능성 모색 3

영성·신념을 공유하면서 사람과 자연을 아우르는 공동체가 이상적

연/ 재/ 순/ 서
(1)생태순환공동체, 도피인가 대안인가
(2)자연·사회의 순환·공존의 실천 - 강진군 한마음공동체, 산청군 민들레 공동체
(3)생태순환공동체의 길 전망 - 여타 공동체와 남해군의 선택

농촌·농업은 회생하기 어려운 몰락의 길로 나가아고 있고 정부는 이런 농업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나 비전제시도, 본질적인 관심도 없는 상태에서 이에 대한 대안책 중의 하나로 1980년 후반부터 `지역사회공동체 건설`에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운동이 시작됐다. 1990년대 중·후반기부터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이 초래하는 자연·인간성·영성 파괴에 반기를 들고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 또는 생태공동체 건설 흐름이 본격화됐다. 이런 흐름에는 농민운동 등 사회과학적·변혁적 관점과 함께 기독교 등 종교적 신앙운동의 관점에서 출발한 공동체도 포함돼 있다. 
     
이 두 관점 모두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는 인간과 인간, 인간사회와 자연을 단절시키고 서로 소외시키며 지배·억압하는 구조라는 반성을 통해 인간·자연·영성이 상호작용하고 공존·순환하는 생활방식을 모색하게 됐으며 그 일환으로 생태순환공동체 건설이 다양하게 시도됐다.  이에 농업과 어업을 함께 포함하고 있고 1차 산업의 비중이 80%이상을 차지하는 남해군의 미래 개선책을 구상하기 위한 일환으로 몇 곳의 생태순환공동체를 취재했다. 특히 전남 장성군의 `한마음공동체`와 경남 산청군의 `민들레공동체`, 경북 상주의 `푸른누리공동체`와 기타 지역 등을 방문, 취재하고 농어업 등 1차산업이 중심인 남해군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계기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푸른누리공동체의 최한실(사진 오른쪽) 씨와 정상달(사진 왼쪽) 씨가 아궁이를 만드는 도중 옛 가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생태순환공동체`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사회적 선순환 관계 외에도 인간-자연-영성이 함께 `선순환`하는 공동체적 생활시스템이고 인간과 자연, 영성이라는 각 요소가 서로 독립적이거나 위계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다.

 이를 구체적 형태로 실현하는 모델을 만들자는 것이 세계적으로 생태공동체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구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들레공동체처럼 일정한 신념체계를 가지고 기존 자연마을에 들어가 그 마을을 기반으로 지역에 거점이나 네트워크를 모색하는 게 생태공동체마을 건설의 최적의 사례 또는 방법론으로 인식되고 있다. 계획적으로 대체에너지, 생태건축 등의 대안적 기술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마을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을에 혼자 살 때 보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영성을 개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므로 영성과 생태를 아우를 수 있는 최선의 모델로 평가된다.

 일부 생태공동체 운동가들은 민들레공동체의 생태순환적인 장점을 여러 가지로 거론하고 있다. 민들레공동체는 △무교회 농촌지역선교, 농촌인력개발, 귀농생태마을 건설 등의 뚜렷한 비전과 목표가 있고 △정회원, 공동생활 가족, 마을 식구, 학교 교사 등 공동체 구성권 각자의 권한과 책임이 규약에 따라 명백히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민들레공동체는 △예배, 식사, 농사, 학습, 해외봉사 등 공동체의식과 활동으로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으며 △공동체의 재원으로 유학을 보내고 박사과정에 다니게 하는 등 구성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과 프로그램을 부단히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대안에너지 및 대안기술, 스트로베일하우스 생태건축 등 생태적인 경관 및 디자인 으로 지속가능하고 인간적인 생태마을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기농 수도작 등으로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대안기술센터, 아트센터 등 소규모 자립형 생태비즈니스로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실천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민들레공동체는 외부 후원네트워크, 기부 등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시스템이 공고하며 서부경남이라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지역과 연대하고 지역에 봉사하는 지역네트워크가 구축돼있다.

 또한 △캄보디아, 인도 등에 상주하며 대안학교, 유기농 농장 등을 설립, 운영하는 등 세계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국제 연대문제도 함께 아우르고 있다.


상주 푸른누리공동체 마음닦기를 벼리로 삼는다
무소유는 공동소유, "몸버릇 보다 `마음버릇`을 바꿔야" 


 

직접 그린 푸른누리공동체 지도. 지금은 늘어난 가옥으로 손지도를 새로 그려야 한다.

 이 푸른누리공동체는 무소유 수련을 통한 공동소유와 생태적 생활을 실천하는 공동마을이다. 2009년 1월 상주로 옮겨 올 때는 두 가족 7명에 청년 등 13명이었지만 요즘에는 최한실(55) 씨 가족과 목수 정상달(59) 씨 등 5명에 외지인 4~5명이 푸른누리를 자주 찾는다.

 최한실 씨는 "처음 많은 사람들이 왔다가 농사나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갔다"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소유와 억압의 버릇에 익숙해서 이곳 생활이 편하지 않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푸른누리공동체에서 이전부터 해 왔던 `참밝힘의 시간`을 확장해 `마음닦음`을 매우 중요시했다.

 이를 위해 최한실 씨는 수시로 인도에 다녀오면서 `위빠사나 명상법`을 익혔고 이틀닦기, 사흘닦기, 닷새닦기, 열흘닦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외부 사람들에게 마음닦기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한실 씨는 "몸버릇 보다 마음버릇부터 바꿔야 진정한 생태적 생활이 가능하다"며 "마음버릇이 정갈해지면 생태순환적 삶의 가치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음닦는 사람들의 거처를 넓히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통방식의 생태가옥 3동을 새로 지었다. 목수 정상달 씨가 도왔다. 최한실 씨는 이 거처가 무소유를 통한 공동소유와 평등, 생태순환적 생활시스템을 재건할  씨앗이라고 믿는다.

 농업과 어업 등 1차산업이 중심생활인 남해군의 경우 생태순환적 시스템을 부분부분 보존하고 있다. 특히 남해군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전국적인 관광지로 명성이 높다. 다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 자연에 대한 사람의 인식과 생활방식 등이 생태순환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와 연구, 실험이 필요하다. 

 특히 생태순환공동체의 모든 요소를 갖추지는 않더라도, 또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생태순환적 삶으로 생활방식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연-인간-영성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생태순환적 삶의 모델을 시도해 봄직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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