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꿈꾸며 고대미 농사짓는 청년농부 서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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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꿈꾸며 고대미 농사짓는 청년농부 서정훈
  • 한중봉 기자
  • 승인 2016.02.16 10:53
  • 호수 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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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치된 다랭이 논에 붕어, 메기, 참게, 미꾸라지 풀어 토종벼·고대미 수확  "현실 벽 두텁지만 지역 역사적·문화적 자산 지켜 나가는 것이 중요"강조

   이 청년이 사는 법
 

스물 아홉 벼농사 농부 서정훈 씨. 서면 유포마을의 낡은 농가에서 만난 그에게서 잘 익은 누룩 냄새가 났다.

오래된 미래란 책이 있다. 이 책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히말라야 산중의 오지 라다크에서의 삶을 기록한 글이다. 그는 글을 통해 "멈춰 서 뒤돌아보라, 우리는 진정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청년 농부 서정훈을 만나고 돌아온 느낌이 그렇다. 세상에 길들어진 한 명의 기성세대에게 "과연 그대가 가고 있는 길이 진정 그대가 가고 싶어 했던 길이가"묻는 듯 했다.

그가 동의하든, 하지 않든 그를 아는 사람은 그가 오래된 미래를 간직하며 길이 나지 않은 길을 걸으며 틀 속의 삶이 아닌 새로운 틀을 짜며 살아가고 있음을 안다. 

본지가 두해 전 이 청년을 소개한 내용을 잠시 옮겨보면 이렇다. 이 청년은 마을을 생태교육 체험장으로 가꾸나갈 꿈을 꾸며 그 해 적토미 한마지기 농사를 지었다. 

창원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과 공부를 하고 전세계대학 UN에 한국대표로 참가할 만큼 좋은 스펙을 가진 이 청년은 태어나고 자란 서면 유포마을로 귀향해 방치된 다랭이 논을 찾아 이름조차 낮선 고대미(古代米)의 일종인 적토미를 심었다. 학교 시절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를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스물 일곱 살 청년의 무모한 도전이었다.

무모한 도전이 두해를 거친 2016년, 청년농부 서정훈은 2014년에 비해 여물어져 있었다. 농사도 어느덧 한 뙤기에서 열세 뙤기로 늘렸다. 그러나 변함없는 것은 그 열세 뙤기도 역시 아무도 찾지 않는 다랭이 논이란 것이었다.

서정훈 씨는 지난해 이 땅에 11가지 나락을 파종했다. 대표적인 것이 붉은 쌀인 적토미, 백미, 토종벼다. 한 필지에 구획을 지어 나눠심었는데,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고생`을 했다.

서리가 내린 11월말 늦게는 12월초에 겨우 가을걷이를 마쳤다. 수확량은 생각했던 대로 관행농법보다 절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생각했던 농사를 지었다는 뿌듯함은 가슴을 벅차게 했다.

정훈 씨가 생산한 고대미는 페이스 북 등을 통해 전국에 팔려나갔다. 일반 쌀의 2배가량의 가격을 제시했으나, 인기가 높았다. 찰지고 고소하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런 정훈 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도 더러 있다. 어차피 농사야 면박 들을 각오로 하지만, 지역의 소중한 역사적 자원이 갈수록 사라져 가는 것이 그의 마음을 쓰라리게 한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자원, 자산은 수 만년의 역사가 뭉쳐진 것인데, 사람들은 이 소중함을 잘 모른다. 남해의 언어, 남해의 길, 남해의 다랭이 논 등이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치를 발휘할 것이다.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지켜나가는 일에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관심이 모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훈 씨는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 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농사를 생각하면 아직도 영롱하고 아득한 영감이 샘솟고, 뜨거운 가슴에서 호흡이 데워진다"

`우리는 원래의 모습을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스물아홉 청년농부의 메시지에 한번 귀 기울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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