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문화해설사 서재심의 남해바래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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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문화해설사 서재심의 남해바래길 1
  • 남해타임즈
  • 승인 2016.02.23 12:05
  • 호수 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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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 신선이 되는 남해바래길

하늘의 가이오 ·땅의 머리인, 아득히 먼 한 점의 신선(神仙) 섬에는, 
왼쪽은 망운산이오· 오른쪽은 금산, 그 사이로 봉내와 고내가 흐르도다. 
산천이 기이하게도 빼어나서 유생·호걸·준사들이 모여들매, 인물들이 번성하느니, 
아! 하늘의 남쪽 경치 좋고 이름난 곳의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노래·술·아리따운 여인들과 더불어 모여들었던 한때의 인걸들이, 
아! 나까지 보태어서 몇 분이나 되겠습니까.

오래 전 이 땅에 유배온 조선의 선비 자암 김구라는 분이 13년을 남해에 머무시면서 지은 시 `화전별곡` 총 6장 중에 제 1장으로 나오는 시다.

흔히 우리는 세상에 초월해서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신선이라 한다.

자암 김구는 13년 남해 유배생활중 남해가 얼마나 아름다우면 신선의 섬이라고 했을까? 그런 우리 남해에 `걸으면 저절로 신신이 되는 길` 이란 슬로건을 내 걸고 걷는 길 남해바래길이 탄생했다. 그 옛날부터 남해의 어머니들이 바다로 해산물을 채취하러 갈 때 "바래가자, 바다 물 빠졌다 바래가자"라고 했다. 

우리가 곡식을 경작하는 곳을 논, 밭이라고 하듯이 바다에 있는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을 바다의 밭이라고 했고 그래서`바다 밭에 가자` 하는 것이 말이 줄어서 `바래`가 됐다고 한다. 내가 나고 자란 동네도 바다와 딱 인접해 있는 곳이다.그래서 어린 날 할머니 따라 엄마 따라 바다로 조개도 파고 굴도 까고, 파래도 뜯고 꼬막도 잡으며 갯벌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서 그런지 바래라는 말이 참 정겹고 살뜰하게 느껴진다. 

제주도 올레길이 한참 세상의 이슈가 될 쯤 우리 남해 사람들도 남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기억하게 되었고, 제주도 올레길처럼 남해도의 해안선을 알려서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고민 끝에 탄생한 것이 `남해바래길`이다. 그리고 2010년 5월 10일 문화관광부로부터 2010년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됐다. 

그날 이후  두 다리로 걷는 다는 뜻을 담고 남해바래길 11명운영위원이 결성되어 남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바래길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추어 소쿠리와 호미를 들고 해초류와 굴, 꼬막, 조개들을 담아 와서는 국 끓이고, 삶아 무치고, 말려서 도시락 반찬해 주고, 그래도 남으면 시집 간 딸래미 집에도 보낼 수 있도록 했던 우리네 터전, 남해 바래! 

남해 어머니들이 바다로 오고가던 길 `바래길` 그렇게 채취한 해산물을 장에 내다 팔아서 그 수입으로  공부시킨 남해의 아들딸들이 우리나라 곳곳에서 자기 몫을 톡톡히 하여 남해인의 자랑이 되게 한 바로 그 길이다.

그런 애환을 담은 남해바래길은 현대의 우리가 사부작사부작 걸으면서 정신적인 노동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복잡한 도시에서 시달린 사람들이 힐링을 할 수도 있는 기가 막힌 장소로 재탄생 된 것이다.


신선의 경지라 어떤 것이던가. 남들이 누가 뭐라고 하건 말건 변명하지 않고 제 할 일에만 몰두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신선의 경지라고 하는데, 남해바래길은 아름다운 해안선과 푸른 물빛과 그리고 남해의 올망졸망한 산들을 보면서 걷다보면 어디 한 군데라고 할 것없이 전체 풍경과 분위기에 몰입하게 되니 저절로 신선이 될 것 같다. 그런 길이 남해도에 있다. 그 길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다.

그 길에서 당신과 함께 자연도 보고 살아가면서 감동받은 이야기, 서러웠던 일들을 도란도란 나누면서 걸어보고 싶다. <다음에 계속>

서재심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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