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문화해설사 서재심의 남해바래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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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문화해설사 서재심의 남해바래길 3
  • 남해타임즈
  • 승인 2016.03.15 13:00
  • 호수 4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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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길

서재심문화해설사

아주 오래 전,
대쪽 같은 조선의 선비가 남해로 유배 와 아홉 명이 꾸는 꿈 이야기로 소설을 쓰지요. 성진이란 남자 주인공이 스승인 육관대사의 심부름으로 용궁에 다녀오다가 석교라는 다리에서 장미꽃같이 매혹적인  팔선녀를 만나 서로 희롱하고 논죄로 모두 풍도지옥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염라대왕의 명으로 양소유와 진채봉, 계섬월, 적경홍, 정경패, 가춘운, 이소화, 심요원, 백파능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서 운명처럼 서로 만나 사랑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사는 이야기, 꿈에서 깨어나  그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란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가 잔잔히 녹아 있는 길, 이 길에서 한번쯤은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 길에서 한번쯤은 당신과 자분자분 속삭이고 싶었습니다. 한번쯤은 양소유도 되어 보고 싶고 또 한 번쯤은 팔선녀도 되어 보고 싶었습니다. 간혹, 마음에만 담아 두었던 꿈들이 이루어 지기도 하네요.

찔레꽃 내음이 구름처럼 번지는 계절, 당신과 내가 이 길에서 동시에 벼락같은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된다면… 아! 이 길에서 우리 사고 한번 크게 치는 거지요?
세상이 화들짝 놀라는.

조선시대 최고의 문인 서포 김만중이 유배와 삼년을 머물다가 잠드신 곳, 노도가 마주 보이는 벽련마을에서 시작하여 유배 온 선비들의 문학작품의 배경이 된 남해금산과 상주해안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걷다보면 세상사 물음표들이 거짓말처럼 희미해지고 그냥 자연에 취해서 살아오면서 당했던  억울한 일도 서러운 일도 다 용서 하고픈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기적 같은 길이 우리남해에 있다.

일 년에 한번씩만 걸어도 아마 우리의 내면에 쌓인 마음의 찌꺼기 들이 기름이 열에 녹듯 그렇게 분해되어 나가지 않을까 싶을 만큼 그림처럼 아름다운 길이다.

바다랑 하늘이랑 정답게 짝하여 놀다가 걷는 사람들을 보면 화음 맞추어 노래 불러 주는듯한 길 구운몽 길….

먼저 걸어 본 사람이 아무리 멋지다 소리쳐도 걸어보지 않았다면 전하는 이야기만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길이 바로 바래길 제3코스 구운몽 이다. 15km에 5시간 30분이 소요되고, 구름처럼 포근하고 정다운 구간도 있고, 돌처럼 굳세고  단단하여 잠시 발걸음을 부여잡는 구간도 있다.

시대를 앞서 간 많은 철학자들이 걸으며 사색하여 진리를 알았다고 하는데, 남해바래길 제3코스 구운몽 길을 걷다보면 `걸으면 저절로 신선이 되는 길`이란 슬로건과 딱 맞아 떨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나도 그대도 아무 생각 없이 구운몽 길이나 한번 걸어보자.

바다와 하늘이 서로 사이좋게 그려내는 그림을 흉내를 내어보다가 어찌 알겠는가? 우리도 금방 구운몽 길을 닮은 그윽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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