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사 이전, 수백년 후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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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사 이전, 수백년 후를 생각하자
  • 남해타임즈
  • 승인 2016.05.10 09:58
  • 호수 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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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이 현재 군 홈페이지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군청이전 터 선정에 관한 행정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남해군의회로부터 터져 나왔다.

현재 군이 진행하고 있는 방법대로 군청사를 선정한다면 현재 제시된 후보지 중에 한 곳으로 정해지게 될 것이다. 박삼준 의원에 따르면 군은 현 유배문학관자리를 제1후보지로 내심 정한 것으로 보인다. 군청 홈페이지를 통한 설문조사결과를 군민들의 다수의견이라면서 반영할 경우 새 군청사 입지는 현재 군이 내심 바라는 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상의 설문조사는 이른바 작전세력이 얼마든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삼준 의원이 제기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박영일 군수는 군정의 주요한 문제를 의회와 협의나 협치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오지 않았다. 오히려 의회를 군정의 발목이나 잡는 존재로 여기는 것 같은 모습만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군청사 이전 터 선정 역시 의회가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군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박삼준 의원이 5분자유발언을 하는 동안 박 군수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의회가 직접 군민들에게 호소하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헌에 조선 세종 19년(1437년)에 남해읍성을 축조했다고 나오는 것으로 봐서 남해군청사가 현재의 터에 입지한 역사는 어언 600년에 가깝다. 현 군청이 600년의 역사를 지속해왔듯이 새로 옮겨 갈 군청 역시 앞으로 장구한 세월 동안 군민들의 삶과 남해읍 도시발전의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새 군청사 터 선정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숙제가 아닐 수 없다.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현세대인 우리세대 역시 잠시 흐르는 존재일 뿐이다. 앞으로 수백 년 이상 지속될 역사의 한 지점에 우리세대가 서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현재의 군정방법대로 새 군청사 터를 결정하게 된다면 우리는 후세대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새 군청사 입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군민들에게 공론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군수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군민들이 여러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다고 해서 그 과정을 `배가 산으로 간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도 안 될 것이다. 군민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이는 동안 군민들은 이 안이 좋은지 저 안이 좋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것이며 토론의 과정을 통해 일정한 방향의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민들은 남해군이 전문용역기관에 이 문제를 의뢰한 사실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 군이 시험문제를 내듯 6지선다형으로 제시할 줄은 더더욱 몰랐다. 군의회 의원들조차 군이 현재와 같은 방법으로 새 군청 터 선정문제를 다룰 줄 몰랐으니 오죽한가?

혹여 박 군수의 임기 안에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군청사 이전 문제를 이처럼 대한다면 오판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만고누대에 걸쳐 정말 새 군청 터를 잘 정했다는 평가를 듣는 것이 현세대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 박 군수에게 가장 영광된 일일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군청사 이전문제는 군민들이 마음껏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 채 누군가 제시한 방안에 일방적으로 따라야 한다면 군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공감대라는 열매는 치열한 토론의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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