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크게 가난한 것도 아니었는데 아버지께서 여자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며 학교를 보내주지 않았지. 당시 학교 다니던 친구들이 얼마나 부럽고 학교 못 다니는 내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학교 다니던 친구들 하교 길에 마주치기라도 하면 죄지은 사람마냥 나무 뒤로 숨고 논 두름 밑으로 도망가고… 이제 그 한을 풀어, 말 그대로 여한이 없어"
못 배운 것이 한이 돼 그 한을 풀기 위해 초등학교졸업학력검정고시에 도전, 1년 만에 당당히 합격증을 받아 든 일흔 여섯 할머니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설천면 용강마을에서 태어나 자라고 진목마을로 시집와 사시는 김복련 할머니.
김 할머니는 지난해 4월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기로 뜻을 세우고, 그 해 8월 시험에서 실패하고 올해 4월 10일 두번째 도전끝에 당당히 합격하고 5월 12일자로 경상남도검정고시위원회위원장 명의의 합격증서를 받았다.
김복련 할머니가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고 그 뜻을 이룰 때까지 조력자 있었다. 첫 번째 조력자는 남편 정형기(80)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 할아버지 역시 2년 전 78세 연세로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색소폰 연습을 위해 남해문화원을 수시로 드나드는 열정의 소유자로, 할머니가 공부에 주력할 수 있도록 격려와 조언을 아까지 않았다. 객지에 나가 있는 아들과 딸들 또한 어머니에게 거의 매일 전화해 성원을 아끼지 않았고, 시험당일 창원 등지에서 남해로 와 시험장인 창원까지 모시는 등 어머니의 새로운 도전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고채현 전 교장선생님, 박종업 설천노인대학장, 하정순 점프샘수학학원 원장, 박미순 홍선생국어논술학원 원장 등이 할머니의 학업 증진에 힘을 보탰다.
김 할머니는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괜히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시험을 앞두고 한 달 가량은 새벽 1시까지 공부할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다"고 회고하며 "손자들이"우리 할머니 대단하시다. 자랑스럽다"고 할 때는 공부하길 잘 했다는 생각도 들고 보람도 느낀다"며 내친 김에 중학교학력인정 검정고시에 도전해 보겠다는 뜻도 밝혔다.
젊은 사람들조차 새로운 도전을 주저한 채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은 요즘 세상에 일흔 여섯 김복련 할머니의 도전과 성공은 이 사회의 귀감이 되고도 남을 만 하지 않을까.
※이 기사(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