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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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을 가다
  • 하태무 | 수필가·시인
  • 승인 2016.07.26 11:03
  • 호수 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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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태 무
본지 칼럼니스트
수필가 · 시인

 누군가가 말했다.

갈까말까 망설일 땐 서둘러 가고, 살까말까 망설일 땐 절대로 사지 말라고.

중앙아시아 키리키스탄에 교환교수로 가 있던 벗님이 파미르 고원에 함께 갈 수 있냐고 제의해왔다. 여행은 저질러야 되는 법. 다급하게 연락이 왔기에 비자는 현지에서 해결할 생각으로 사진만 준비해서 키리키스탄 비쉬캑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서둘러 구했다.

파미르가 어디인가. 지구의 지붕. 말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해발 5000미터의 고산지역. 옆길로는 무시무시한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방문금지 국가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갈 것이다. 그 길을 조금 지나면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가 타지키스탄의 땅을 사서 파미르를 공략하며 국경선을 함께 한다.

고산증, 탈레반, 언어. 파미르 고원을 가자고 했을 때 필자가 가장 염려했던 세 가지. 그러나 고산증은 거의 없었고 탈레반은 커녕 아프간 사람도 구경 못했고, 언어 문제는 한국어, 러시아어, 키리키스탄 어, 타지키스탄 언어를 아는 현지인 가이드를 구해 해결되었다.

파미르 고원이 있는 타지키스탄은 동으로 중국, 서로 우즈베키스탄, 남으로 아프가니스탄, 북으로 키르기즈스탄과 국경을 접한다. 수도는 룏두샨베룑다.

타지키스탄 비자는 공항에서 쉽게 받았는데, 가난한 나라 공무원의 부패가 더욱 심한 듯 파미르고원을 넘는데 열 번도 넘게 경찰은 돈을 요구했다.

아시아나로 아스타나를 경유해 키리키스탄 수도 비쉬캑으로 가 일행들과 만나 두산베로 갔다가 자동차로 호르그, 랑가르, 무르갑, 실크로드의 중심지 오쉬를 가서 비쉬캑행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었다. 세계 2번째로 큰 이시쿨 호수는 미리 이박삼일을 보게 되었는데 키리키스탄의 5월은 야생화 천지였다.

하느님이 별장으로 숨겨 두었던 땅을 키리키스탄 사람들에게 주었다니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촐본아타라는 곳에서는 기마민족들의 기상을 볼 수 있는 암각화 공원도 이시쿨 호수를 배경으로 거대하게 펼쳐져 있었다.

우리 같은 나이의 노년층은 오천 고지 정도의 파미르고원를 여행하는 게 무리라고 전문가가 말했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데.

타지키스탄 면적은 14만 3100㎢, 인구는 819만 1958명(2015년 현재), 남한의 1.4배 크기의 전체 국토면적 중에 경작 가능지 6.52%, 농경지 0.89%, 황무지 기타 92.59%(2005년)인 지구상 최악의 열악한 지역이다.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문화가 있고 이야기가 있다. 필자는 무얼 보고 다녔느냐고 물었을 때, 전기도 수도도 없는 호텔, 신비스럽고 멋스러운 여인들, 수많은 양떼, 바싹 마른 땅에도 생명은 살았고 목동들은 차를 끓여 지나는 나그네와 나눌 줄 아는 인정이 있더라는 걸 이야기 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파미르를 넘는데 너무 어렵다고, 폭우에 길이 끊기고 고산증이 힘들었다고 기행문에 쓰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 길을 씩씩하게 잘도 넘었다. 아무런 증세도 없이.

겨울에 파미르를 지나갔던 혜초스님은 왕오천축국전에서 이렇게 쓰셨다.

"차디찬 눈이 얼음 위에 쌓이고 차가운 바람이 땅이 갈라질 듯 매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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