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고 싶은 라면이 있는데 차마 손이 안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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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고 싶은 라면이 있는데 차마 손이 안가요
  • 김종수 시민기자
  • 승인 2016.08.23 10:36
  • 호수 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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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묶음판매가 미운 1만 육박 1인 가구 1인 가구와 나홀로여행객 대상 마케팅 펼쳐야
비인기라면의 경우 대부분 묶음판매만 이뤄져 1인가구들은 선택을 주저한다.

혼자 생활하는 사람들이 좀처럼 맛보기 힘든 라면들이 있다. 바로 5개 묶음으로만 판매하는 라면이다. 그 라면이 두고두고 먹을 정도로 매력적인 맛을 자랑한다면 망설임이 없겠지만 그 매력을 알기 위해서는 5개 한 묶음을 다 사야한다. 하지만 다양성이 강조되는, 다들 나름의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마케팅이다. 그런데도 그런 낡은 마케팅을 꿋꿋하게 고집한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27.2%(511만 가구)에 달하는 1인 가구로부터 외면 받는다.

#사례1
혼자 남해에 여행 왔다가 어느 해수욕장을 찾은 한 관광객. 배는 안 고픈데 야외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는 메추리숯불구이의 맛이 궁금했다. 그래서 가격을 물으니 1접시 4마리에 2만원. "맛만 보고 싶은데 1마리는 안 파나요?"라고 물었지만 거절표시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사례2
한 마리 6천원에 판매하는 남해읍시장 외곽의 옛날통닭집은 한 마리도 기분 좋은 표정으로 튀겨준다. 메뉴판을 보니 3000원짜리 닭똥집튀김도 있다. "닭똥집 3천원어치는 양이 많나요?" 하고 물으니 "닭똥집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고 아직 한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도 있어서 처음 도전했을 때 입맛에 안 맞아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가격으로 책정했고 양은 솔직히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부담없는 가격을 미끼로 닭똥집매니아를 양성하면서 지갑사정이 홀쭉한 학생들까지 닭똥집 고객으로 만드는 지혜가 엿보였다.

남해군 법무통계팀에 따르면 군내 1인 가구는 2016년 7월말 기준 전체 2만2180가구 대비 43.2%에 달하는 9588가구로 전국평균보다 16%나 높은 비율이다. 이는 전체인구인 4만5446명의 21.1%로 길가는 5명 중 1명이 혼자 생활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이 1인 가구 대부분이 경제활동 인구라는 점이다.

한정된 인구 속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전체인구의 21%에 달하는 1인 가구를 소중하게 대해야하는 이유다.

1인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독서실풍으로 꾸민 라멘가게

혼자 하는 여행이 늘어나면서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숙박시설이 늘어났듯이 많은 부분에서 `혼자인 사람`을 배려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나 관광지인 남해에서는 1인 가구들을 위한 서비스를 시작으로 1인 여행객으로까지 시장을 넓혀나가는 것이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이를테면 △혼자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당 인테리어와 메뉴개발, △원룸건물주라면 세탁기나 운동기구 같은 걸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을 제공해 개인공간을 넓히는 효과와 이웃 간 소통과 공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배려, △원룸건물에 나가지 않은 공실이 있다면 장기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한두 달간의 단기계약도 수락 △마트주인이라면 1인가구용 상품 진열 또는 저녁 특정시간대를 정해 1인 가구들이 각자 구입한 필요이상의 잉여상품을 물물교환하면서 친목도 도모하고 물품의 다양성도 충족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배려 등의 방법이 있겠다.

갈수록 삭막해지고 외로워지는 사회에서 업주들의 마인드나 행정의 지원 등에 힘입어 이러한 인문학적 장치들이 빛을 발하게 된다면 사람냄새가 보물섬의 향기가 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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