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미인` 남해가 좋아서 30년 모은 돈으로 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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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미인` 남해가 좋아서 30년 모은 돈으로 귀촌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6.09.27 10:20
  • 호수 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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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전 걸림돌은 `집구하기` 오고 나니 `일자리` 고민… 그래도 "평생 봐온 바다보다 많이 봐 행복"

귀ː촌 歸村 return to one`s home village; return home

낯익은 얼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본 듯한 얼굴. 1979년생, 올해 서른여덟인 최현우 씨가 그래보였다. 아내 최미아 씨와 삼동면 은점마을에 귀촌해 `초이게스트하우스`를 연 현우 씨는 이제 결혼 3년 차인 신혼이다. 귀촌치고는 너무 이른 게 아닌가 싶은 이들 부부, 그들이 보물섬 남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 만나봤다.
<편집자 주>


`옥수동 귀신`

  이젠 은점 바다돌이 됐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순 없겠으나 잃어버린 바다를 찾을 순 있나보다.

어떻게? 바로 바다가 있는 그곳으로 또 하나의 삶터를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를 옥수동 귀신이라 부를 정도로 서울토박이를 넘어 옥수동 토박이였던 현우 씨는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뚝딱 은점바다 1분 거리에 집을 짓고 살줄은 미처 몰랐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남해로 오게 된 첫 계기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옥수역이었다. 지하철 역 벽면에 걸린 `전국의 관광명소 사진액자`속에서 외도 보타니아 옆의 `남해바래길을 걷는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된 것.

늘 가는 출퇴근길이었는데 무심코 가던 숱한 날 중 그 어느 날, 그렇게 남해바래길을 보았다고. 현우 씨는 "산과 마을, 바다가 만나는 그 풍경 속에 몇몇 무리의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고 당시를 설명한다.

그런 그를 남해까지 오게 한 건 결국 아내 미아 씨였다. 조경학을 전공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 10년 넘게 근무한 미아 씨는 대학원 시절에도 남해를 와 본적이 있는 유경험자였던 것. 아내의 권유로 지난해 여름 3박4일을 오직 남해만 돌았던 그 여행이 첫 시작이 돼 이제는 평생 본 바다 횟수를 하루 만에 갱신할 정도로 바다를 많이 보며 살게 됐다.

둘이 일한 시간 합치니 30년,
인생의 저축을 남해에 붓다

빽빽하지 않은 여유가 있는 바다여서 좋았다는 이들 부부는 `독일마을과 다랭이마을의 북적임`은 또 그대로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전반적으로 `화장기 없는 민낯만으로도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것 같아 남해에서 살아보자 결심했다고.

현우 씨는 "아내도 10년 넘게 직장생활 했고 저도 13년 근무했으니 둘이 일한 세월을 더하니 얼추 30년이 되더라. 이 돈에 은행융자 받아 이 집을 짓게 됐으나 처음부터 게스트하우스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궁여지책으로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실 귀촌하고 싶어서 정책 문의를 많이 했는데 대부분 귀농과 귀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아무 연고가 없는 우리가 지원받을 길은 없었다.

이 집 짓는 대출이라도 저리로 해볼까 싶어 문의했으나 농사짓는 사람이 농가주택 명목이어야 하더라. 초가집을 부수고 아예 이 터 위에 새로 지었는데 이를 위해 빈집정비 사업비를 문의했으나 이 또한 `집으로 영리사업(숙박업 등)을 하면 지원불가이므로 우리 부부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풍경 뜯어먹고는 못 산다 VS
너무 많이 재면 못 온다

매일 바다와 함께 살기까지 가장 큰 건 `집구하기`였다고. 매주 주말마다 `망해도 같이 망해야하기에` 부인과 함께 서울에서 버스타고 남해 내려와 땅과 집을 보고 돌아다니며 생애 처음으로 기가 막힌 `맹지`도 만났다고.

빚내서 집을 지으려니 `생계`가 달린 일자리가 고민이 돼 그나마 특허판권사업이나 영업 등 사람대하는 일을 쭉 해 온 남편 현우 씨가 게스트하우스를 해보자 결심했다고.

하지만 아내의 재능을 살릴 곳을 찾지 못해 걱정이라며 "제 아무리 풍경이 좋아도 그거 뜯어먹고 살 순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 여유`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들 부부는 `최소한의 구명보트는 손에 쥐고 있되 너무 재면 못 온다`고 조언했다.

또 시골에 오는 만큼 `불편함은 다 감수하고 내려오자`마음 먹었기에 병의원이나 편의시설 부족 등 웬만한 건 다 괜찮은데 `지나친 버스 배차간격`과 `관광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관광지 순환버스가 없다`는 것에는 놀랐다며 "관광객에게는 불편함도 선택의 영역이어야 하는데 필수가 돼버리니 강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생얼미인` 남해의 매력에 빠져있는 이들 부부. 그들에게 귀촌이란 `내가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스스로 구한 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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