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말걸기 | <59> 박정심 (79·읍 봉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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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말걸기 | <59> 박정심 (79·읍 봉전마을)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6.10.11 11:53
  • 호수 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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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쳐다보지 말고… 죽기 살기로 부러워 말고 살어"

제법 굵은 비가 온다. 그럼에도 우산을 들고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운동하는 어머니를 보고 게으름의 산물인 내 신체가 반성이 되는 동시에 반대급부의 존경심이 일어 용기 내 말을 걸었다. 

어머니 비가 오는데도 운동을 그리 열심히 하시네요. = 비가 와도 해야제. 저녁 먹고 여섯 바쿠(바퀴) 운동장 돌고 철봉도 스무 개 안짝으로 하지.

우찌 그리합니까? 나는 한 개도 못 하겠던데요. = 하여튼 결석 하모 안 돼. 내도 처음엔 손목에 힘이 없어가 하나도 어렵더만. 이것도 하다가 안하면 안 돼. 결석 안하면 다 하게 돼 있어.

그리 열심히 운동한지가 얼마나 됩니까?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따로 있어요? = 오래 됐제. 이십년 훨씬 넘었제. 고마 자기가 행복하게 살고 자식들한테도 짐 안 될라모 해야제. 뭐 부담을 질랑가 안 질랑가는 몰라도 내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하지. 

건강을 위해 참말로 좋은 습관을 갖고 계시네요. 다른 건강 비법이 있으면 쫌 알려주시다. = 넘(남) 쳐다보지 말고,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야제. 죽기 살기로 부러워할 필요도 없고 너무 돌아가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또 뭣이 있드라. 아 맞다, 생선을 매끼마다 식탁에 꼭 같이 먹고. 그렇다고 너무 육고기를 안 무도 안 되고. 오늘은 돼지고기 쪼매 사서 물에 끓여 먹을라고.

연세를 여쭤보니 단박에 "칠구(79세)"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살이 쪄 고민이라는 내게 "쪼금 건강하네. 그래도 매일 걸으모 금방 빠질 기다"하며 용기를 주시며 "공부는 열심히 하긋따. 책 들고 다니는 거 보니까 그렇다"라고 말씀하신다. 내 나이도 물으며 아직 결혼 안했다는 말에 "아직 관심이 없어서 그렇겠제? 결혼 안 해서 고민, 해서 고민… 그 차이가 똑같다. 같을 바엔 남편도 있고 자식도 있는 게 더 행복하제"하신다.

일평생 책과 신문 보기를 좋아하고 술은 멀리 두고 기껏 해야 산에나 갈까 하는 남편을 둔 탓에 4남매 자식들도 다 잘 컸고 본인도 이리 평안하다며 웃으시던 박정심 어머니는 내게 "참 신기하다, 내한테 이리 물어보는 사람도 있고, 우습다"하시며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셨다.
어머니 말씀대로 나도 매일 턱걸이를 하면 언젠가 내 두 팔의 힘으로 푸른 하늘을 볼 날 있겠지? 근데 벌써부터 손에 땀이 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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