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연인` 비결은 마케팅이 아닌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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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연인` 비결은 마케팅이 아닌 `본질`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6.11.08 11:00
  • 호수 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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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기획-글로컬 브랜드 발굴·활용(1)

<글 싣는 순서> 

1. 글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온 원동력은 `지역민`
2. 작은 것이 아름답다 (이태리 토리노·스위스 루가노)
3. 음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 (슬로푸드협회와 미식과학대)
4. 모든 것을 리셋 할 용기 (프라이부르크 그린시티)
5. 우리가 사랑한 힐링-남해 

요즘 `휘게(hygge)`스타일이 곳곳에 등장한다. `휘게(hygge)`는 노르웨이어 단어에서 유래한 `웰빙`을 뜻하는 덴마크어로 덴마크인들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는 삶의 양식이자 `행복의 원천` 혹은 `삶의 기초석`,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소박한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 

이러한 `휘게`에 주목하는 현상 또한 특정 지역(local)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global)으로 사랑받는 라이프스타일인 것이다. 이제 우리의 삶은 단순히 특정 지역에 갇혀있지 않다. 특히 행복의 또 다른 영역을 담당하는 `여가`를 채우는 여행, 관광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작은 시작에 불과했던 여행지 혹은 관광지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데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
이에 전국 10개 社 일간지·주간지 기자들이 연합해 `글로컬 브랜드 자산의 발굴 및 활용`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로 이탈리아 토리노와 브라, 스위스 루가노, 독일 프라이부르크, 국내 강원도 등을 취재했다.

단박에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을 것이나 그 바탕에는 `본질`에 충실해오면서 자신의 것을 소중히 사랑할 줄 알았던 지역사람들이 있었다.

`높은 질`을 향하다보니
  어느새 세계인이 찾았다!

사실 이태리 토리노는 2006년도에 열린 제20회 토리노 동계올림픽(Turin Olympic Winter Games)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120년 전통에 빛나는 이태리 커피 브랜드 라바짜(Lavazza)의 1호점 카페가 있는 곳으로 커피 골목으로도 유명한 글로컬한 곳이기도 하다. 

글로벌 기업인 스타벅스가 유일하게 발을 딛지 못하고 있는 `커피 강국` 이태리답게 이곳에서 시작한 라바짜는 현재 유럽 내 커피 시장의 70%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1등 기업이 되었다. 하지만 토리노에서는 굳이 라바짜 커피가 아닐지라도 100년 카페, 50년 카페가 많다. 우리가 찾아간 카페 다모소(CAFFE DAMOSSO) 역시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로 빠올로 다모소 씨와 형 앤조 다모소 씨가 아버지가 하던 카페를 그 자리 그대로 이어받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스타의 고장답게 최고의 파스타 생산을 위해 1949년부터 삼대에 이어 파스타면을 제조해오고 있는 `파스티치오 볼로네즈(PASTIFICIO BOLOGNESE)`의 크리스티나 무짜렐리(50세)씨 또한 마찬가지며 영화배우라고 소개해도 깜빡 속을 것 같은 34세의 와인메이커, 루까 발비아노(Luka Balbiano) 역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포도밭을 재배하며 질 좋은 와인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는 리 북서부 토리노 사람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본질`을 추구하는 것. 그렇다면 이들의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지역에서 나는 지역의 산물로 최고의 맛, 최상의 제품을 생산해 돈보다 `가치` 자체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법학을 전공한 후 어렸을 때부터 보고 만지던 포도를 잊지 못해 결국 와인 만드는 남자가 되었다는 루까 발비아노는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경제적인 이유로 마케팅에 기대 와인에 접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좋은 와인을 고민하고 좋은 와인을 택해 꾸준히 만드는 것만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한다. 

탄광을 비춘 `태양의 후예`는 愛人

지역의 브랜드가 사랑받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건이다.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별 관광상품을 육성하기 위해 5개 지역의 대표 관광콘텐츠를 글로컬(glocal) 관광상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중 공모를 통해 선정된 지역은 강원도, 부산, 경남, 전남, 대구다. 이중 기자단이 찾은 강원도 지역 중 태백과 정선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탄광의 이미지를 품은 채 지난 4월 종영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 이야기를 덧입힌 이 두 곳은 도약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노영환 태백시 관광문화과장의 혜안도 한몫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첫 회 보자마자 히트를 예감했던 노 과장은 촬영 후 세트철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그 이후 드라마 속 스토리 라인을 제대로 살린 세트장 짓기를 건의했던 것. 이 세트장이 있는 곳은 동부지방산림청과 태백시가 협약을 체결해 폐광지역 발전 및 고원관광도시 태백 조성을 위해 산림 문화 공간을 설치·운영하고 있는 공동 산림사업구역이며 드라마 세트는 KBS가 직접 설치했다고 한다.

세트장은 메디큐브와 군 막사 각 1동으로 구성됐으며, 내부에는 와인키스 세트장과 응급실, 우르크 태백부대를 체험할 수 있는 군 막사가 있다. 또 앞으로 진행될 통리 관광 자원화 단지 조성(슬로우레스토랑, 통리 도시재생사업)에도 시너지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 정선 함백산 중턱에 자리한 삼탄아트마인 또한 놀랍다. 이곳은 1964년부터 2001년까지 38년간 운영된 탄광 건물을 재생해 조성한 예술공간으로 `삼척 탄좌`를 줄인 `삼탄`과 예술(art), 탄광(mine)을 합성해 `예술을 캐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과거 탄광의 흔적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독특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진정한 애인(愛人)인 고(故) 김민석 씨의 수집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탄아트마인의 초대관장이기도 했던 김민석 씨는 약 35년간 150개국을 돌아다니며 모은 12만여 점의 예술품으로 이곳 탄광을 채웠다. 삼탄아트마인은 2007년부터 5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3년 5월24일 개장했다. 탄광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시키기 위해 총 130여 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탄광이 있던 자리는 이제 박물관, 갤러리, 체험관, 카페, 레스토랑, 레지던스 공간이 대신하고 있다. 특히 갱도로 향하는 통로에 자리 잡은 `레일바이 뮤지엄`에는 광부를 나르던 인차, 석탄을 실었던 탄차와 레일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 광부의 샤워 공간에는 아직도 수백 개의 샤워 물 분사기 설비가 남아 있다. 이곳에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촬영되기도 했으며 특히 극중 유시진 역할의 송중기가 머문 레지던스 공간은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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