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가을은 유자 향기 따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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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가을은 유자 향기 따라 온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6.11.15 11:41
  • 호수 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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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오래 남는 향기와 특유의 단맛으로 인기만점인 남해유자

가을, 가을 하고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만 같았다. 창선면 상죽리, 큰 저수지 지나면 사방이 유자일 거라는 정유진 농부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걷고 또 걸었다. 방향을 잃고 헤매다 겨우 동네 할머니 한 분의 도움으로 저수지를 찾아 오르막길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시곡 저수지` 마을사람들은 굳이 이름을 알 필요 없을 것 같은 그곳의 이름이다. 사시곡 저수지 위쪽으로 오솔길이 나있고 거짓말처럼 `유자무릉도원`이 펼쳐져 있었다.

노후대책으로 유자농사 뛰어든
정유진·장수자 부부

알싸한 유자향기가 가득 채워진 그 무릉도원에는 대신 희생을 치러야 했다. 바로 유자 가시가 그것이다. 30년간 창선 수산리에서 농기구수리센터를 운영하다 노후대책으로 겁 없이 유자농사를 시작한 정유진(72)·장수자(68)부부 또한 그 날카로운 가시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인지는 예전엔 미처 몰랐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지난달 28일, 경남특산물박람회에서 있었던 `제7회 친환경·국가인증 농식품 명품대회`에서 국립농관원장상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은 농사꾼이지만 이들이 처음 농사를 시작한 20년 전에는, 전정기술이 좋지 않아 더 힘들었다고 한다. 정유진 씨는 "유자농사한지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말하는 거지만,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다.

처음엔 그저 심어놓고 몇 년 흐르면 그냥 따면 되는 줄 알았던 게 유자였다. 몰랐으니 덤볐지"하고 손사래 친다. 설천면과 서면에도 투지를 갖고 유자농사를 해나가는 농민이 많으나 그가 말하는 창선면의 특징 또한 분명히 있다. 2500평 면적에서 연평균 15톤 규모의 유자를 수확하는 그는 "창선면의 경우 설천보다 좀 더 따뜻하다. 수확시기도 상대적으로 며칠 더 빠른 편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가생산한 퇴비를 사용해 친환경 유기농 유자를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는 그가 말하는 유자농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전정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전체가 가시인 유자나무의 경우 전정을 잘하는 게 중요한데 배우기가 어려워 처음 농사짓는 사람들 중에는 아예 수확에 손도 못 대는 경우도 있다고.

그는 "사실 남해유자가 토종유자의 원산지였는데 그 명맥을 우루과이라운드 파동 이후 고흥과 거제, 진도 등에서 개량종 유자를 대대적으로 생산하며 명성을 뺏겨버린 게 안타깝다. 실제로도 남해군에선 남해유자에 대한 애정 자체가 참 부족한 것 같다. 이미 사양사업인 것처럼 대하는 듯 기본적인 홍보조차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치망 대신
40여년간 유자 지켜온 홍선표 씨

독일마을에서도 판매가 되고 있는 `유자빵`을 개발한 장본인인 남해유자농장의 홍선표 회장. 그는 40여년전 정치망어업을 버리고 유자농사를 택해 남해유자의 명맥을 지켜온 농부다.

삼동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태풍 차바 때문에 수확량이 절반이하로 떨어져 올해는 10톤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홍선표 씨는 "기후와 급변하는 세계 정치 때문에도 유자농사의 타격이 크다. 최근 중국시장이 많이 위축됐다고 한다. 이제 농사꾼들은 생산뿐만 아니라 판매와 유통에도 직접 나서야 하는데 그게 사실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남해유자를 고집해온 이유는 간결하다. "묘목부터 길러진 진짜 유자나무, 즉 실생목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남해이기에 그 뿌리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다. 

또 하나는 해양성기후가 이뤄내는 낮밤의 큰 일교차로 당도와 향기가 깊고 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서 "레몬보다 3배 많은 비타민C와 구연산, 단백질이 풍부하고 유기산 함량 또한 6.2%로 매실보다 많다. 칼륨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감기에 특효가 있는 약용작물"이라고 강조한다.

이 가을 더 늦기 전, 진한 여운을 남기는 따뜻한 유자차 한 잔과 함께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유자식초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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