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촛불을 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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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촛불을 켜는 이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6.11.22 10:39
  • 호수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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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선거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은 광화문에 핀 100만의 촛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기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자초한 사람이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었다고 고백한 마당이니 누구를 더 탓하고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으리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이후 대한민국 국민 중에 대통령의 통치행위로 인해 한 번이라도 행복감을 느껴보았던 사람이 있었을지 궁금하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정말 엄청난 혜택을 받은 사람일 것이다.

우리가 대통령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었던 사건은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일이었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훗날 우리에게 촛불을 들게 하는 하나의 큰 요인이었다.


메르스 대응 불능,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개성공단의 폐쇄, 일본군위안부 피해할머니들을 볼모로 한 일본정부와의 굴욕적인 외교협상, 한반도에 전쟁위기만 부추기는 고고도미사일의 일방적 배치 등 그 어느 것 한 가지도 박 대통령은 국민의 편에 서지 않았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자포자기심정이 된다. 우리는 그저 그의 통치기간이 한 시간이라도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라왔다. 그러는 동안 우리가 사는 지역마저 암흑의 천지로 변했고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내 가족의 안위를 챙기는 것일 뿐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다시 촛불을 하나씩 켜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바람이 불면 쉽게 꺼져버릴 촛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지금 우리가 촛불을 들고 외치는 구호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요구하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나아갈 세상의 시작점일 뿐이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이유는 바로 희망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짓밟히고 망가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움츠려 있지만 말고 다시 희망을 찾아 나서자는 신호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치켜든 촛불은 바로 나라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새로운 자각의 상징이다.        

우리나라는 금수저를 물고 나온 1%와 흙수저를 물고 나온 99%로 이뤄진 사회다. 새누리당 정치권력과 결탁한 재벌총수일가, 그리고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부역하는 관료집단과 보수언론집단이 굳건하게 연대한 1% 중심의 사회가 그 실체이다. 그들의 지배 아래서 99%의 흙수저들은 서로를 헐뜯으며 뼈 빠지게 일만 하는 그런 삶을 살아왔다. 그랬던 99% 흙수저들의 손에 오늘은 촛불이 들려 있다. 이 촛불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99% 흙수저들이 쏘아올린 무혈혁명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지역에도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을 이끌 남해운동본부가 지난 18일 결성됐다. 이는 전국 민중들의 외침에 우리도 함께 하자는 뜻이 자연스럽게 관철된 것이다. 남해운동본부의 출범은 지역사회차원의 스크럼이다. 그 촛불에는 동료와 이웃을 누르기 위한 경쟁심을 가득 채운 나를 위한 삶만이 아니라 99% 흙수저들과 함께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새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그 메시지의 작동은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우리가 촛불을 켜고 또 켜들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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